영화 비평
협력은 인간의 일이 아니다
「프로젝트 헤일메리」 (Project Hail Mary) · 필 로드, 크리스토퍼 밀러 · 2026
1.
영화 한 편을 본 후 가장 큰 충격은 이런 거예요. “내가 평생 잘못 알고 있었나.”
「프로젝트 헤일메리」(2026)는 그런 종류의 영화예요. 라이랜드 그레이스 박사(라이언 고슬링)는 태양을 갉아먹는 외계 미생물 ‘아스트로파지’ 때문에 지구가 30년 안에 얼어붙는다는 사실 앞에서, 화성행보다 더 먼 우주로 나아가요. 그가 살리려는 것은 인류라는 자기 종(種)이지요. 그래서 우주선 이름도 ‘헤일메리’예요. 미식축구의 마지막 한 방, 종료 직전 절박하게 던지는 긴 패스.
그러나 그가 머나먼 별 타우 세티에서 만나는 것은 외계 지능 생명체 ‘로키’예요. 모래 속에서 사는, 다섯 손을 가진, 음파로 말하는 이상한 존재. 두 외톨이는 같은 적을 두고 있어요. 아스트로파지는 두 별을 모두 잠식 중이거든요.
2.
다만 영화의 흠은 명백해요. 156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이 영화 후반부의 호흡을 흐리지요. 2시간 36분 동안 우주선 두 채 사이의 대화가 반복되다 보니, 보는 사람은 어느 순간 “이 영화의 진짜 길이가 짧은 단편소설이었으면 더 단단했겠다”고 느끼게 돼요. 야심이 큰 영화가 자기 야심에 발이 걸리는 흔한 일이지요.
그럼에도 영화가 살아남는 것은 협력이라는 단어 때문이에요. 우리가 입에 달고 사는 단어죠. 그러나 「프로젝트 헤일메리」를 보고 나면 의심이 들어요. 협력은 정말 인간의 본성인가, 아니면 인간이 가장 못하는 일인가.
지금 한국을 보세요. 한 동네 안에서 부모와 자식이 5년째 대화를 끊고, 한 회사 안에서 부서들이 서로의 KPI를 깎아먹고, 한 정당 안에서 계파끼리 이기지 못한 자를 배신자로 부르고. 같은 종족, 같은 언어, 같은 핏줄인데도 협력이 안 돼요.
3.
이 영화의 영민한 점은, 협력이 친밀(親密)에서 오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줘요. 그레이스와 로키는 서로의 외형을 보고 처음에 놀라요. 그러나 곧 깨달아요. 상대방을 사랑할 필요는 없다. 같은 문제를 푸는 것이 협력이다.
영화 끝, 그레이스는 지구로 돌아갈 수 있는데도 로키와 함께 머무르기로 결심해요. 자기 별의 절박함은 끝났는데, 친구의 별은 아직 위태로워서. 이 결말 앞에서 라이언 고슬링의 무표정이 그토록 무겁게 보이는 적이 없었어요. 그는 인류라는 종을 떠나고, 로키와 자기 둘만의 작은 종을 새로 시작하기로 한 거예요.
4.
저는 한국에서 한 가지를 깨달았어요. 우리는 협력의 부재를 가족의 이름으로, 회사의 이름으로, 민족의 이름으로 정당화해 왔어요. “한 핏줄인데” “한 회사인데” “같은 한국인인데” 그러니 협력해야 한다고요. 그게 안 되면 누군가가 잘못한 것이라고요.
하지만 그것은 거꾸로일지 몰라요. 같은 핏줄이라서 협력이 안 되는 건지도 모릅니다. 너무 가까워서, 상대방의 모든 결점을 알아서, 상대방이 나의 거울이라서.
영화의 156분이 흐름을 흐린다 해도, 마지막 장면 한 컷은 그 모든 군더더기를 정당화해요. 인간이 인간 아닌 무언가와 더 잘 협력할 수 있다는 잔혹한 진실. 우리가 평생 자기 종족 안에서 풀지 못한 그 협력이라는 일을, 그는 외계인과 풀었어요. 그러니까 그것은 SF가 아니라 거의 풍자(諷刺)에 가까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