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Cover Story
좀비는 신을 만들고, 발레리나는 시체를 만든다.
한 영화에서는 28년간 감염의 공포 속에서 자란 세대가 트라우마를 종교로 승화시키고, 다른 영화에서는 포인트 슈즈로 단련된 신체가 살인의 도구로 전환된다. 니아 다코스타와 로즈 글래스, 두 여성 감독은 2026년 여름, 공포가 어떻게 의례가 되고 아름다움이 어떻게 폭력이 되는지를 묻는다. 「끝났다」고 믿었던 장르의 문법 위에서, 신체는 다시 시작된다.
최근 비평
RSS 구독 →- 「피키 블라인더스」
면도날을 캡 챙에 꿰어 넣은 자들 — 피키 블라인더스
지난주 버밍엄 출장길에 오래된 펍에 들렀다. 벽에 1920년대 사진이 걸려 있었다. 석탄 분진이 뿌옇게 앉은 거리, 납작모를 깊이 눌러쓴 남자들. 그 사진 아래 작은 팻말이 있었다. "피키 블라인더스가 이 동네를 지배했다." 나는 맥주잔을 내려놓고 그 문장을 한참 들여다봤다. 전쟁에서 돌아온 자들이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거리를 점거했던 시절. 스티븐…
- 「좋은 친구들」
트렁크 속 괴성, 그리고 우리 — 좋은 친구들
한밤의 고속도로. 차 트렁크에서 둔탁한 쿵쿵 소리가 새어나온다. 세 남자가 차를 세우고 트렁크를 열자, 피투성이 사내가 손을 뻗는다. 칼이 내리꽂히고, 총성이 울린다. 화면이 정지되며 내레이션이 흐른다. "내가 기억하는 한, 난 늘 갱스터가 되고 싶었다." 마틴 스코세이지의 '좋은 친구들'은 이렇게 시작한다.
-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설계된 눈물 —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가디언》의 피터 브래드쇼는 이 영화를 "20년간 이 캐릭터를 본 관객에게 감정 반응을 촉발하도록 과학적 정밀함으로 설계된 작품"이라 불렀다. 솔직히 기분이 나빴다. 나는 바로 그 20년의 관객이기 때문이다. 2002년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부터 모든 버전을 챙겨봤고, "설계된 감정"에 눈물을 흘렸다는 건 굴욕적이다. 하지만 흘렸다. 영화관에서,…
- 「더 보이즈」
슈퍼맨이 사이코패스라면 — 더 보이즈
어릴 적 나는 슈퍼맨을 진심으로 믿었다. 하늘을 나는 빨간 망토, 총알도 튕겨내는 가슴팍, 그리고 악을 용서하지 않는 정의로움. 그런데 언젠가부터 의문이 싹텄다. 저 남자, 왜 안 늙지? 저렇게 강한 존재가 왜 하필 기자로 위장해 살지? 무소불위(無所不爲)의 힘을 가진 자가 과연 '선'을 선택할 이유가 있을까? 아마존의 시리즈 '더 보이즈'는 정확히 그…
- 「트로이」
규모(規模)가 곧 위대함인가 — 트로이
1억 7500만 달러. 배 천 척이 해변을 메우고, 수만의 군사가 평야를 가로지르며, 163분의 러닝타임 동안 고대 트로이의 성벽이 무너지는 데 투입된 금액이다. 볼프강 페터젠의 '트로이'를 보면서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스케일은 언제 감동이 되고, 언제 공허가 되는가.
- 「28년 후: 본 템플」
좀비가 문제가 아니다 — 28년 후: 본 템플
물론 분류표에는 호러라고 적혀 있고, 피가 튀고, 감염자들이 뛰어다닌다. 하지만 니아 다코스타가 만든 이 두 번째 영화는 전혀 다른 질문을 던진다. 스물여덟 해 동안 아무것도 모르는 세대가 자라면 어떤 신앙이 태어나는가. 트라우마는 어떻게 의식으로 굳어지는가. 공포는 어떻게 종교가 되는가.
- 「F1」
브래드 피트에게 — F1
당신이 61세에 실제 F1 머신을 몰기 위해 수개월간 드라이빙 훈련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톰 크루즈가 '탑건: 매버릭'에서 직접 전투기 조종석에 앉았던 것처럼, 당신도 스턴트맨에게 얼굴을 빌려주는 대신 200마일 속도의 공포를 온몸으로 받아내기로 작정한 것이다. 《인디와이어》의 데이비드 얼리치는 이 영화를 두고 "눈을 현혹하면서 뇌는 중립 기어에…
- 「돌이킬 수 없는」
돌이킬 수 없는
어떤 영화는 끝나고 나서 좋았는지 나빴는지 판단할 수 없다. 가스파 노에의 <돌이킬 수 없는>이 그렇다. 이 영화를 좋다고 말하면 취향을 의심받고, 나쁘다고 말하면 이해력을 의심받는다. 그 어디에도 안전지대는 없다.
-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
절대반지가 사라진 뒤, 남는 것 —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
물속으로 빠져드는 금빛 고리 하나. 스미골의 손가락이 데아골의 목을 조르는 순간, 피터 잭슨의 카메라는 반지를 향한 인간(혹은 호빗)의 욕망이 얼마나 추악한 형태로 귀결되는지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은 이 회상으로 문을 연다. 뉴욕타임스의 A.O. 스콧은 이 3부작을 "최근 기억에서 가장 야심 찬 영화적 시도"라 평했는데,…
- 「아바타」
판도라의 숲, 자본의 불도저 앞에 서다 — 아바타
제임스 카메론은 『타이타닉』 이후 12년간 침묵했다. 그 긴 세월 동안 그는 심해 탐사선을 타고 바다 밑바닥을 누볐고, 존재하지 않는 언어를 만들어냈으며, 컴퓨터 앞에서 단 한 프레임의 이미지를 위해 수천 번의 렌더링을 반복했다. 할리우드는 그를 잊었다. 그러나 그는 아무것도 잊지 않았다.
- 「세븐」
'세븐', 우리는 모두 공범이다
[1] 영국 《사이트 앤 사운드》의 에이미 타우빈은 이 영화의 결말을 두고 "관객을 폭력의 공범으로 만든다"고 썼다. 맞다.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세븐'은 두 시간 동안 우리를 범죄 현장으로 끌고 다니더니, 마지막엔 손에 피를 묻힌 채 극장 밖으로 내보낸다. 우리가 입장료를 내고 이 참혹을 구경하러 왔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는 듯이.
- 「토이 스토리」
장난감의 불안, 혹은 대체 가능성의 공포 — 토이 스토리
'토이 스토리'는 어린이 영화가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어린이만을 위한 영화가 결코 아니다. 《뉴욕 타임스》의 자넷 매슬린은 이 영화를 두고 "우정과 경쟁에 대한 놀랍도록 정교한 이해"라 평했는데, 나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고 싶다. 이것은 대체 가능성에 대한 공포를 다룬, 성인을 위한 심리극이다.
함께하는이
전체 →- 차은 車隱
차은의 무비홀릭
외국에서 기자 생활을 했다. 작은 매체여서 영화리뷰는 언제나 막내인 나의 일. 오랜 타지 생활에도 한국 사회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았다. 영화로 우리 시대와 사회를 들여다본다.
- 무진 霧津
무진의 시네마 노트
책에서 영화로, 영화에서 다시 책으로 건너간다. 특이할 수도 있는 나만의 시선으로 분석한 글을 매일 쓴다. 그리고 제일 마음에 드는 글만 올린다. 김승옥의 「무진기행」을 가장 좋아한다.
- 방주 傍註
방주의 장르 일기
SF 웹소설을 쓰며 장르 영화와 OTT 시리즈의 옆에서 주석을 단다. 짧은 호흡의 글을 좋아한다. 신상이 드러나는 것을 극도로 꺼려 가끔은 나 아닌 것 같은 글도 쓴다.
- 단오 端午
단오의 책장
책장의 가장 앞줄에 무엇이 놓여 있는지가 그 시대의 모습이라 믿는다. 오랜 강사 생활을 통해 가다듬은 호흡으로 화제 신간과 시사 도서를 짧게, 단정하게 짚는다.
- 운길 雲吉
운길의 서재
경제와 국제 시사를 한 권의 책으로 들여다본다. 우아하면서도 깊은 사색의 문체. 사상서·역사·논픽션을 주로 다룬다. 작은 책 한 권이 시대를 비춘다고 믿는다.
- 에크리 Écrits
에크리의 책에서 책으로
책 한 권을 읽으면 그 책이 가리키는 다른 책으로 건너가는 사람. 책에서 책으로 이어지는 길을 산문으로 그린다. 인용은 정확히, 해석은 군더더기 없이.
- 퐁파도르 Pompadour
퐁파도르의 시집
시인과 시집의 옆에서, 시인의 호흡을 따라 산문을 쓴다. 진은영과 최승자를 자주 들춰본다. 분석은 차갑지 않고, 서정은 흐트러지지 않는다.
- 에디 Eddie
에디의 청춘 채널
음악을 끼고 사느라 내 공부는 뒷전. 록·팝·인디의 옛 명곡과 새 노래 사이를 친근한 호흡으로 오간다. 음악은 시대의 일기라고 믿는다.
- 알레그로 Allegro
알레그로의 음악실
클래식·재즈·팝을 모두 다룬다. 몸 담고 있는 음악 산업과 음반의 결을 함께 짚는다. 빠르되 정확한 호흡을 좋아한다.
- 이단아 異端兒
이단아의 사회
음악을 사회·정치 시각으로 읽는다. 도전적이고 단호한 문체. 대중음악이 결국 누구의 노래인가를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