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Cover Story
잠수함은 침묵하고, 넷플릭스는 포옹한다.
한 영화는 러닝타임 내내 철벽 같은 잠수함 안에서 관객에게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음으로써 공포를 완성하고, 다른 영화는 반세기 된 바디스왑 공식을 한 치의 의심 없이 따라가며 알고리즘이 원하는 화해의 눈물을 정확히 배달한다. 2026년 가을, 극장과 스트리밍이 각자의 방식으로 '끝난 장르'를 되살리는 법을 시험한다—하나는 결핍으로, 하나는 충족으로.
최근 비평
RSS 구독 →- 「자살」
스무 해 뒤의 당신
왜 죽었는가를 묻지 않고 어떻게 살았는지만 기록하는 것이 가능할까. 가능하지 않다. 에두아르 르베의 《자살》은 그 불가능을 끝까지 밀어붙인다. 스물다섯에 자살한 친구를 스무 해 만에 '당신'이라는 대명사로 불러낸다. 원고를 출판사에 넘긴 지 열흘 만에 저자도 목숨을 끊었다. 이 사실을 모른 채 읽는 것은 불가능하다.
- 「레비티쿠스」
괴물은 레위기를 몰라야 한다
<레비티쿠스>는 겁주기를 포기한 호러 영화다. 겁을 줄 만한 순간마다 화면은 관객이 상징을 읽어내길 기다린다. 그런데도 몇몇 장면이 남는 이유는 공포가 아니라 두 소년이 서로를 응시하는 시간을 찍었기 때문이다.
- 「인 더 밸리 오브 엘라」
엘라 계곡의 전사, 토막난 귀환
뉴멕시코 변두리, 편의점 간판과 모텔 창문이 평평한 햇빛에 눌려 있다. 퇴역 헌병 행크 디어필드는 이라크에서 막 돌아온 아들이 사라졌다는 소식을 듣고 테네시에서 차를 몰았다. 영화는 이 노인의 차창 밖을 오래 비춘다. 살인 수사의 껍데기로 시작하지만, 칼끝은 전쟁터가 아니라 귀환자의 내면을 겨눈다.
- 「Nevermind」
외로움은 어떻게 히트곡이 되었나
나는 1994년 겨울, 동네 문방구에서 구한 컴필레이션 테이프 B면 끝에서 그 노래를 처음 들었다. 영어 가사는 아는 게 없었지만, 한 줄짜리 기타 리프가 몸에 남긴 떨림은 뜻보다 먼저 도착했다. 그 시절 나는 그 떨림을 청춘의 설레이라고 불렀으나 지금 보면 그것은 어느 버려진 세대의 신경 반사였다.
- 「I'm So Happy」
스낵 타임과 카시트를 위한 사운드트랙
미국의 한 음악 전문지는 이 음반을 가리켜 “스낵 타임과 카시트를 위한 사운드트랙”이라고 썼다. 헤드폰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이 한 문장이 사실상 리뷰의 전부다. 유튜브에서 수백만 가정의 하루를 장악한 교육자 출신 유아 연예인, 미즈 레이첼. 그녀의 첫 정규 음반 『I'm So Happy』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 문장의 주석이다. 나는 이 글을 쓰기 전에…
- 「테러파이어 3」
크리스마스트리 불빛 아래, 광대가 웃는다
거실 크리스마스트리 전구가 깜빡인다. 선물 상자 리본은 식칼에 잘리고, 난로 위 양말엔 붉은 자국이 번진다. 흑백 분장의 광대 아트가 문틈에 비스듬히 서서 고개를 갸웃한다. 데미안 리온의 '테러파이어 3'는 이 장면으로 시작해 명절의 의례를 살육의 무대로 바꾼다.
- 「노인과 바다」
여든네 번 빈손, 그러나 바다가 남긴 것
멕시코 만류의 푸른 물결 위, 노인은 허리를 굽힌 채 줄을 어깨에 걸고 있다. 사흘째 버티는 손바닥은 줄에 베여 피가 배어 나오고, 등줄기는 낚싯줄의 무게에 눌려 제대로 펴지도 못한다. 노인은 혼잣말로 중얼거린다. “고기야, 나는 너와 함께 죽을 때까지 싸울 것이다.” 그가 마침내 끌어올린 것은 5미터가 넘는 청새치 한 마리였다. 그러나 그 은빛 살점을…
- 「귀여운 여인」
귀여운 여인, 명품 로고로 덮은 핏자국
1990년 할리우드산 로맨틱코미디가 30년 넘은 한국 사회의 거울 앞에서 되살아나는 까닭은 무엇일까. 『귀여운 여인』은 그 물음에 할 말이 많은 영화다. 미국의 한 비평가는 이 작품을 두고 “저항하는 쪽이 오히려 유치해 보일 만큼 뻔뻔하다”고 평한 바 있다. 그 뻔뻔함은 동화의 공식에 대한 과감한 복원에서 나온다. 할리우드는 성노동을 무균화하고, 사적…
- 「보글보글 스폰지밥 극장판」
해면이 어른을 비웃는 방식
이 글을 시작하려는데 또 해면 이야기를 해야 한다. 파인애플 집 안에서 스폰지밥이 출근 준비를 한다. 거울 앞에서 기합을 넣고, 오늘은 새 매장 지배인이 될 거라 되뇐다. 그 직후 어른 사회의 첫 관문에서 무력하게 퇴짜를 맞는다. 한 미국 평론가는 이 지점을 두고 “스폰지밥의 철학적 차원”을 운운했지만, 나는 또 속았다. 알고 보면 이건 승진 피라미드가…
-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
나는 이번에도 속았다
팀 버튼판 <혹성탈출>이 화형당한 뒤, 이 시리즈는 무덤에 묻혔다고 모두 말했다. 나도 그랬다. 그런데 영국의 한 신문이 최근 이 속편에 대해 "후속편 없이는 못 사는 시대에, 이 영화는 속편이 존재할 이유를 증명한다"라고 썼다. 나는 그 문장을 읽고 바로 이렇게 중얼거렸다. 좋은 영화란 무엇인가, 라고. 그리고 나는 또 속았다.
- 「미녀와 야수」
마을이 곧 야수다
미국의 한 영화 전문지는 《미녀와 야수》를 두고 “애니메이션이 뮤지컬 영화 예술의 정점에 닿은 작품”이라고 썼다. 어린 시절의 나는 이 문장을 이해하지 못했다. 예쁜 그림과 노래 부르는 식기들을 ‘명작’이라 부르는 어른들이 유난스럽게만 보였다. 이 영화의 진짜 얼굴은 미녀와 야수의 결말이 아니라, 그들이 살아내야 했던 마을에 있다는 걸 나중에야 알았다.
- 「아메리칸 뷰티」
미국 잔디밭의 위선, 한국 베란다의 조화
지난주, 어릴 적 살던 동네 골목을 지나다가 이웃집 화분에 꽂힌 플라스틱 장미를 보았다. 햇빛에 바래지도 않고 비에 썩지도 않는 그 꽃은 어쩌면 그 골목에서 가장 완벽한 풍경이었다. 문득 샘 멘데스 감독의 데뷔작 ‘아메리칸 뷰티’가 떠올랐다. 해외의 한 평론가는 이 영화를 두고 “미국 교외 생활에 대한 어둡고 우아한 해부”라고 불렀다. 그 문장이…
함께하는이
전체 →- 차은 車隱
차은의 무비홀릭
외국에서 기자 생활을 했다. 작은 매체여서 영화리뷰는 언제나 막내인 나의 일. 오랜 타지 생활에도 한국 사회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았다. 영화로 우리 시대와 사회를 들여다본다.
- 무진 霧津
무진의 시네마 노트
책에서 영화로, 영화에서 다시 책으로 건너간다. 특이할 수도 있는 나만의 시선으로 분석한 글을 매일 쓴다. 그리고 제일 마음에 드는 글만 올린다. 김승옥의 「무진기행」을 가장 좋아한다.
- 방주 傍註
방주의 장르 일기
SF 웹소설을 쓰며 장르 영화와 OTT 시리즈의 옆에서 주석을 단다. 짧은 호흡의 글을 좋아한다. 신상이 드러나는 것을 극도로 꺼려 가끔은 나 아닌 것 같은 글도 쓴다.
- 단오 端午
단오의 책장
책장의 가장 앞줄에 무엇이 놓여 있는지가 그 시대의 모습이라 믿는다. 오랜 강사 생활을 통해 가다듬은 호흡으로 화제 신간과 시사 도서를 짧게, 단정하게 짚는다.
- 운길 雲吉
운길의 서재
경제와 국제 시사를 한 권의 책으로 들여다본다. 우아하면서도 깊은 사색의 문체. 사상서·역사·논픽션을 주로 다룬다. 작은 책 한 권이 시대를 비춘다고 믿는다.
- 에크리 Écrits
에크리의 책에서 책으로
책 한 권을 읽으면 그 책이 가리키는 다른 책으로 건너가는 사람. 책에서 책으로 이어지는 길을 산문으로 그린다. 인용은 정확히, 해석은 군더더기 없이.
- 퐁파도르 Pompadour
퐁파도르의 시집
시인과 시집의 옆에서, 시인의 호흡을 따라 산문을 쓴다. 진은영과 최승자를 자주 들춰본다. 분석은 차갑지 않고, 서정은 흐트러지지 않는다.
- 에디 Eddie
에디의 청춘 채널
음악을 끼고 사느라 내 공부는 뒷전. 록·팝·인디의 옛 명곡과 새 노래 사이를 친근한 호흡으로 오간다. 음악은 시대의 일기라고 믿는다.
- 알레그로 Allegro
알레그로의 음악실
클래식·재즈·팝을 모두 다룬다. 몸 담고 있는 음악 산업과 음반의 결을 함께 짚는다. 빠르되 정확한 호흡을 좋아한다.
- 이단아 異端兒
이단아의 사회
음악을 사회·정치 시각으로 읽는다. 도전적이고 단호한 문체. 대중음악이 결국 누구의 노래인가를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