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 Audio
음악
- 「...Baby One More Time」
공장에서 태어난 소녀 — Britney Spears
1999년, 세계는 천년왕국의 종말을 앞두고 있었다. Y2K 버그가 문명을 마비시킬 것이라는 공포가 퍼졌고, 빌 클린턴은 르윈스키 스캔들로 탄핵 위기에 몰려 있었다. 그해 1월, 루이지애나 켄트우드 출신의 열일곱 살 소녀가 미국 빌보드 차트 정상에 올랐다. 브리트니 스피어스. 《롤링 스톤》의 롭 셰필드는 이 앨범을 두고 "10년간 축적된 관리형 팝…
- 「Viva la Vida or Death and All His Friends」
제국은 어떻게 무너지는가 — Coldplay
브라이언 이노는 2006년 어느 날 콜드플레이 멤버들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너희는 세계에서 가장 큰 밴드가 되었다. 이제 흥미로운 밴드가 될 차례다." 이 말을 전해 들은 크리스 마틴은 처음에 기분이 나빴다. 하지만 그는 결국 이노의 말이 맞다는 것을 인정했다. 《롤링스톤》의 브라이언 하이엇은 이 앨범을 두고 "스타디움 밴드가 더 큰 무언가를…
- 「1989」
변신의 정치학 — Taylor Swift
팝스타에게 과거를 지우는 일이 허락되는가. 더 정확히 말하면, 자신이 아닌 타인들이 써내려간 서사를 폐기하고 새로운 원고지 위에 첫 문장을 쓸 권리가 여성 뮤지션에게 주어지는가.
- 「Red (Taylor's Version)」
스물두 살의 목소리를 지우는 일 — Taylor Swift
노래는 누구의 것인가. 부른 사람의 것인가, 돈을 댄 사람의 것인가. 이 오래된 질문 앞에서 테일러 스위프트는 전례 없는 답을 내놓았다. 다시 부르겠다는 것이다. 원본을 덮어쓰겠다는 것이다.
- 「21」
우리 시대의 이별에 부쳐 — Adele
스피커에서 드럼 소리가 터져 나오세요. 쿵, 쿵, 쿵. 손뼉 소리가 그 위를 덮고, 곧이어 스물두 살 북런던 여자의 목소리가 공간을 찢어요. "There's a fire starting in my heart." 복수의 선언이에요. 2011년, 아델의 두 번째 앨범 '21'은 그렇게 시작되었어요.
- 「Jagged Little Pill」
알라니스 모리셋에게 — Alanis Morissette
당신의 분노는 유통기한이 지났다. 적어도 많은 이들이 그렇게 말했다. 1995년 'Jagged Little Pill'이 전 세계를 휩쓸고 3천만 장 이상 팔리던 시절, 평론가들은 당신을 '일회용 분노'라 조롱했다. 21세 여성의 날것 같은 감정이 그토록 거대한 상업적 성공을 거두자 그들은 불편해했다. 너무 솔직하다고, 너무 직설적이라고, 예술적 절제가…
- 「Beyoncé」
자정의 쿠데타 — Beyoncé
2013년 12월 13일 새벽, 나는 뉴욕 발 서울 행 비행기 안에서 잠을 설치고 있었다. 착륙 후 와이파이가 잡히자 타임라인이 폭발해 있었다. 비욘세가 앨범을 냈다. 아무 예고 없이.
- 「Kanye West — 2000년대 작업 전반」
미해결의 연료 — Kanye West
칸예 웨스트의 2000년대 4부작은 해결하지 않았다. 흑인 정체성과 백인 자본 사이의 균열을, 신앙과 자아 신화 사이의 모순을, 갱스터 코드를 거부하면서도 그 코드가 제공했던 권위를 갈망하는 중산층 흑인 청년의 딜레마를. 《The College Dropout》부터 《808s & Heartbreak》까지 네 장의 앨범은 그 미해결 상태를 반복해서 재현했을…
- 「News of the World」
퀸, 혹은 공룡의 반격 — Queen
생존이란 무엇인가. 변화인가, 고수인가. 1977년 런던의 공기는 침을 뱉는 냄새로 가득했다. 섹스 피스톨스가 "미래는 없다"고 외칠 때, 화려한 코르셋을 입은 공룡들은 선택의 기로에 섰다. 굴복할 것인가, 싸울 것인가. 퀸은 세 번째 길을 택했다. 《News of the World》의 앨범 커버에서 거대한 로봇이 밴드 멤버들을 집어삼키는 그림은…
- 「Hunky Dory」
정체성 없는 자의 정체성 — David Bowie
열세 살 때 처음 들은 '라이프 온 마스?'의 피아노 인트로가 나를 멈추게 했다. 왜 이 남자는 노래하면서 자기가 누군지 모르는 것처럼 연기하나. 그게 첫 느낌이었다.
- 「Ray of Light」
마흔 살의 기도 — Madonna
1998년, 검은 망토가 사막 위를 스친다. 'Frozen'의 뮤직비디오에서 마돈나는 까마귀로 변하고, 늑대로 분열하고, 다시 한 명의 여자로 수렴한다. 윌리엄 오비트가 설계한 신시사이저의 빙하가 그 위를 덮는다. 화면 속 그녀의 나이는 서른아홉. 팝의 문법에서 그것은 은퇴를 권고받는 숫자다.
- 「Back in Black」
장례식 종이 울린 뒤 — AC/DC
열두 살 여름방학, 형의 방문을 몰래 열었다. 형은 군대에 있었다. LP판이 빼곡한 선반에서 검은 재킷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앨범 전체가 검정이었고, 밴드 로고만 희미하게 빛났다. 턴테이블에 올렸을 때 스피커에서 터져 나온 건 장례식 종소리였다. 그리고 기타 리프 하나가 방 전체를 점령했다. 나는 그날 처음으로 록 음악이 무엇인지 알았다고 착각했다.
- 「Purple Rain」
프린스에게 — Prince
1984년 여름, 빌보드 앨범 차트는 24주 연속 한 장의 음반에 점령당했어요. 같은 해 싱글 'When Doves Cry'와 'Let's Go Crazy'가 차례로 정상을 찍었고, 동명의 영화는 박스오피스를 휩쓸었지요. 한 해에 앨범 차트, 싱글 차트, 영화 흥행을 동시에 제패한 아티스트는 역사상 손에 꼽아요. 《롤링 스톤》의 데비 밀러는 이 앨범을…
- 「Wet Leg」
지루함이 낳은 농담, 농담이 낳은 앨범 — Wet Leg
재생 버튼을 누르면 기타 한 대가 먼저 등장한다. 엉성하게 긁히는 듯한 리프, 그리고 뒤따르는 베이스라인. 둘이 맞물리자마자 드럼이 쿵쿵 박자를 밀어붙인다. 이윽고 여자 목소리 하나가 덤덤하게 읊조린다. "Is your mum coming to pick you up?" 이게 첫 곡 「Being In Love」의 오프닝이다. 사랑에 빠졌다는 제목치고는…
- 「I Never Loved a Man the Way I Love You」
요람을 흔드는 손 — Aretha Franklin
1967년 1월, 앨라배마주 머슬 숄스. 테네시강이 내려다보이는 작은 녹음실에 스물네 살의 흑인 여성이 앉아 있다. 피아노 앞이다. 뒤에는 백인 세션맨들이 자리를 잡았다. 스푸너 올드햄의 일렉트릭 피아노가 첫 코드를 울리자, 그녀가 입을 연다. 컬럼비아 레코드에서 6년간 팝재즈 가수로 길들여지던 시절은 끝났다. 제리 웩슬러 프로듀서는 그녀를 빚어내려…
- 「Rumours」
패배의 기념비 — Fleetwood Mac
《루머스》는 가장 성공적으로 포장된 집단 자살 보고서다. 1977년 발매 당시 이 앨범을 둘러싼 서사는 이미 완성되어 있었다. 린지 버킹엄과 스티비 닉스의 결별, 존 맥비와 크리스틴 맥비의 이혼, 그리고 밴드 전원이 공유한 것으로 알려진 코카인 예산. 영국 《NME》의 닉 켄트는 이 앨범을 '병적인 전문성(pathological…
- 「Kehlani」
오클랜드에서 온 편지, 침묵의 무게를 담다 — Kehlani
지난주 새벽, 오래된 습관대로 음반을 틀어놓고 설거지를 했다. 켈라니의 새 앨범이었다. 첫 곡 'Fault Lines'가 흐르는 동안 접시 세 개를 닦았다. 두 번째 곡이 끝날 때까지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싱크대 앞에 멈춰 서서 물만 흘려보냈다. 비누 거품이 손에서 마르는 줄도 몰랐다.
- 「Break the Cycle」
눈물의 방정식 — Staind
Staind의 〈Break the Cycle〉은 과대평가된 앨범이다. 그리고 동시에 저평가된 앨범이기도 하다.
- 「Michael: Songs From The Motion Picture」
노스탤지어를 넘어선 리마스터 — Michael Jackson
니콜라스 브리텔이 〈석세션〉 스코어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무렵이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마이클 잭슨의 'Human Nature'를 언급하며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이 곡에는 뉴욕 밤하늘의 차가움이 있어요. 신스 패드가 도시 위 별처럼 떠 있죠." 그의 관찰은 훗날 〈마이클: 전기영화 사운드트랙〉 속 오케스트라 편곡으로 결실을 맺었다. 영화 음악은…
- 「A Night at the Opera」
과잉의 정치학 — Queen
중학교 시절 형의 방에서 처음 이 앨범을 들었을 때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보헤미안 랩소디의 "갈릴레오" 파트가 시작되자 형은 눈을 감고 손을 흔들었고 나는 그저 멍하니 바라보기만 했다. 무엇이 슬프다는 건지, 무엇이 우습다는 건지, 도대체 이 노래가 어디로 가고 있는 건지 종잡을 수 없었다. 6분이라는 러닝타임은 중학생에게 영겁 같았다.
- 「I NEVER LIKED YOU」
새벽 3시, 애틀랜타의 고급 세단 — Future
지난주 금요일이었다. 퇴근하고 집에 들어와 불도 켜지 않은 채 소파에 누웠다. 아무 생각 없이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다가 퓨처(Future)의 'WAIT FOR U'를 틀었다. 곧장 2022년이 떠올랐다. 이 곡이 발매된 해다. 그때도 나는 비슷한 상황이었다. 술에 취해 택시를 타고 귀가하던 중이었는데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던 게 바로 이 노래였다. 어쩌면…
- 「From Afar」
펠트로 덮은 피아노, 침묵을 연주하다 — Víkingur Ólafsson (비킹귀르 올라프손)
"반복이란 차이(差異)의 생산이다." 들뢰즈의 말을 클래식 음반 시장에 대입하면 기이한 풍경이 펼쳐진다. 2022년 도이체 그라모폰이 내놓은 비킹귀르 올라프손의 「From Afar」는 같은 프로그램을 두 번 녹음해 두 장으로 묶었다. 첫 장은 함부르크 스타인웨이, 두 번째 장은 펠트를 끼운 업라이트. 동일한 손가락이 동일한 선율을 짚되 악기만 바꾸면…
- 「One Thing At A Time」
36곡, 혹은 콘텐츠 폭격의 시대 — Morgan Wallen
모건 월런의 〈One Thing at a Time〉은 앨범이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앨범이라 부르기엔 무언가 어긋난다. 36곡. 1시간 53분. 보통 앨범 세 장에 해당하는 분량(分量)을 한꺼번에 쏟아부었다. 스트리밍 차트는 재생 횟수로 순위를 매긴다. 곡 수가 많으면 그만큼 재생도 늘어난다. 단순한 산수다. 월런의 소속사는 이 산수를 완벽히…
- 「The Bodyguard (Soundtrack)」
휘트니 휴스턴에게 — Whitney Houston
목소리는 누구의 것인가. 스스로에게 묻는다. 당신의 성대에서 울려 나왔으니 당신의 소유라 하겠지만, 그것을 녹음하고 편집하고 포장하여 세계 시장에 풀어놓은 자들의 이름이 따로 있었다.
- 「Born This Way」
선택 가능한 아웃사이더 — Lady Gaga
2011년 여름, 나는 서울 어느 클럽의 지하에서 이 노래를 처음 들었다. "Born This Way"가 스피커를 타고 쏟아질 때 플로어에 있던 사람들 대부분이 노래를 따라 불렀다. 그들 중 상당수는 밖에서는 자신이 누구인지 말하지 못하는 이들이었다.
- 「Un Verano Sin Ti」
23곡짜리 여름이 세계를 집어삼켰다 — Bad Bunny
2022년, 스포티파이 연간 스트리밍 1위는 영어권 아티스트가 아니었다. 테일러 스위프트도, 드레이크도 아닌 푸에르토리코 출신 배드 버니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비영어권 음악이 글로벌 스트리밍 왕좌에 오른 건 전례가 없는 일이다. 〈Un Verano Sin Ti〉는 바로 그 해의 앨범이다.
- 「still hungover」
숙취 그 자체가 미학이 될 때 — Ella Langley
새벽 4시,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어쿠스틱 기타의 코드 체인지가 이상하게 귀에 꽂힌다. 페달 스틸이 우는 듯 멀어지고, 허스키한 목소리가 "그래서 네가 떠났구나(that's why i left)"를 내뱉는다. 엘라 랭글리의 데뷔 앨범 'still hungover'는 그렇게 시작한다. 《롤링스톤》의 조셉 후닥이 '바 시인(barroom poet)의…
- 「Blue Rev」
36분, 14곡, 숨 쉴 틈 없이 — Alvvays
지난주 토요일, 집에서 빨래를 개키다가 앨범 하나를 틀었다. 알베이즈(Alvvays)의 3집 「Blue Rev」. 36분짜리였다. 빨래를 다 개고도 몇 분이 남았다. 그런데 이상했다. 방금 14곡을 들은 것 같지가 않았다. 마치 한 곡처럼 느껴졌다. 아니, 한 호흡이었다.
- 「M.I.A. — 2000년대 작업 전반」
총성과 금전등록기, 혹은 편견의 자기고백 — M.I.A. (Maya Arulpragasam)
2007년, 라디오에서 낯선 소리가 울렸다. 총성 네 발, 금전등록기 찰칵. "All I wanna do is 뱅뱅뱅뱅, 그리고 네 돈을 가져가지." 미국의 백인 청자들은 이 노래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민자가 총 쏘고 돈 훔치는 노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타밀 디아스포라 출신의 여성 M.I.A.가 쏘아 올린 'Paper Planes'는 빌보드 차트를…
- 「The Sky Will Still Be There Tomorrow」
여든여섯, 그가 침묵을 리듬으로 쓰는 법 — Charles Lloyd
지난주 토요일, 오래된 LP를 정리하다가 1966년 《Forest Flower》의 표지를 마주쳤다. 먼지를 털고 턴테이블 위에 올렸더니 스피커에서 흘러나온 건 28세 청년의 색소폰이었다. 젊은 찰스 로이드는 몬터레이 팝 페스티벌에서 그레이트풀 데드나 도어스 옆에 서서 록 팬들에게 재즈를 '들이밀던' 사람이었다. 그의 옆에는 스물세 살 키스 자렛과 스물넷…
- 「Manning Fireworks」
파티가 끝난 다음 날 아침의 노래 — MJ Lenderman
스테레오검은 2024년 가을에 대해 이렇게 적었다. "Charli XCX의 〈Brat〉이 여름을 정의했다면, 가을은 〈Manning Fireworks〉가 정의할 것이다." 피치포크 연말 결산 4위, 스테레오검 2위. 미국 인디 씬에서 이 정도의 동시다발적 합의를 끌어낸 앨범이 그해 또 있었던가. MJ 렌더먼이라는 이름, 아직 낯선 분들이 많을 것이다.…
- 「더 빈 리사이틀 (The Vienna Recital)」
악마의 계단을 오르는 법 — Yuja Wang (유자 왕)
2022년 4월 26일, 빈 콘체르트하우스. 무대 위 스타인웨이 앞에 앉은 유자 왕이 첫 음을 내려찍는다. 글루크/즈감바티의 오르페오 멜로디가 아니다. 도이체 그라모폰은 그날 밤 쇤베르크로 시작된 실제 공연에서 상당 부분을 잘라냈다. 음반에 남은 것은 베토벤, 브람스, 스크랴빈, 카푸스틴, 리게티, 글라스, 알베니스, 그리고 앙코르 마르케스. 순서마저…
- 「탱크 (TANGK)」
북풍이 멈추고, 태양이 떴다 — IDLES
지난주에 술자리가 있었다. 동료가 물었다. "요즘 제일 많이 듣는 밴드가 뭐야?" 나는 IDLES라고 답했다. 그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 시끄러운 밴드? 형이?" 시끄럽다. 틀린 말은 아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틀린 말이 *아니었다*.
- 「지엔엑스 (GNX)」
켄드릭 라마, 왕좌의 무게 — Kendrick Lamar
컴튼 거리의 벽화가 훼손되어 있다. 켄드릭 라마의 얼굴 위에 누군가 낙서를 했다. 앨범 GNX는 그 장면에서 시작한다. 피해자의 한탄이 아니다. 무시당했다고 느끼는 남자의 분노, 그것도 이미 모든 것을 이긴 남자의 분노다. 2024년, 드레이크와의 전쟁에서 대중의 판정승을 거둔 래퍼가 첫 곡에서 던지는 질문은 간명하다. 왜 너희는 나를 존경하지 않는가.
- 「Romance」
세상이 끝나도 사랑은 망상할 가치가 있다 — Fontaines D.C.
그리안 채튼이라는 보컬리스트가 있다. 더블린 출신 밴드 폰테인스 D.C.의 프런트맨이다. 그는 오랫동안 이안 커티스의 그림자에 시달렸다. 조이 디비전의 전설적인 보컬과 비교당하는 건 영광일 수도 있지만, 세 장의 앨범을 내도 계속 "누구누구 닮았다"는 소리를 들으면 짜증날 법도 하다. 채튼은 한 인터뷰에서 이 비교에 대해 "존경하지만 이제 좀…
함께하는이
음악의 세 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