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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트」
형제의 집 — 고트
1. 어둠 속에서 주먹이 날아든다. 대학 신입생 브래드(벤 슈네처)는 밤길에서 정체불명의 남자들에게 폭행당한다. 영화 '고트'는 이 장면으로 시작한다. 피투성이가 된 얼굴, 땅바닥에 쓰러진 몸. 카메라는 외면하지 않는다. 브래드는 살아남았지만 무언가가 부서졌다. 그가 찾아간 곳은 형 브렛(닉 조나스)이 속한 대학 사교클럽, 프래터니티다.
- 「서브스턴스」
거울 앞에서 벌어지는 전쟁 — 서브스턴스
영화가 불편해야 좋은 건가, 아니면 좋은 영화가 불편한 건가. 코랄리 파르지아의 <서브스턴스>를 보고 나면 이 질문 자체가 무의미해진다. 불편함은 이 영화의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고, 그 수단은 정확히 겨냥한 곳을 찌른다.
- 「가브리엘의 인페르노」
로맨스 산업의 자기완결, 『가브리엘의 인페르노』가 드러낸 것
미국 로맨스 전문 스트리밍 플랫폼 패션플릭스(Passionflix)의 가입자 수는 공개되지 않는다. 다만 『인디와이어』의 표현대로라면 이 플랫폼은 "할리우드가 오랫동안 외면한 장르 독자들에게 영토를 개척"하며 나름의 생태계를 구축했다.
- 「7인의 사무라이」
이긴 자가 지는 법 — 7인의 사무라이
영국 비평지 영국의 한 영화 평론가은 구로사와 아키라의 '7인의 사무라이'(1954) 결말을 이렇게 요약했다. "사무라이는 전투에서 이기고, 전쟁에서 진다." 207분에 달하는 이 대서사시의 마지막 장면은 기묘하다. 빗속 혈전을 치러낸 생존 사무라이들이 무덤 앞에 서 있고, 그들이 목숨 걸어 지킨 농민들은 이미 모내기 노래를 부르며 일상으로…
-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패배자의 유산 —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새벽안개가 오리건 주의 산등성이를 덮고 있다. 카메라는 천천히 내려와 정신병원의 회색 건물을 비춘다. 잠긴 문, 철창, 하얀 복도. 그리고 곧 이 정적을 박살 낼 한 남자가 경찰차에서 내린다. 랜들 패트릭 맥머피. 수갑을 찬 채로도 그는 웃고 있다. 밀로스 포먼의 카메라는 그 웃음을 오래 담는다. 마치 이 웃음이 곧 사라질 것을 알고 있다는 듯이.
-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아편 연기 속 흐릿한 얼굴, 레오네가 남긴 마지막 질문 —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1933년 차이나타운. 아편굴의 어둠 속에서 한 남자가 누워 있다. 흐릿한 연기 사이로 전화벨이 울리고, 남자의 눈동자가 초점을 잃은 채 천장을 응시한다. 세르지오 레오네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는 이렇게 시작된다. 영국 영국의 한 영화 평론가가 "갱스터 서사시인 동시에 프루스트적 명상"이라 불렀던 이 작품은, 첫 장면부터…
- 「시너스」
피를 빨아먹는 것들에 대하여 — 시너스
[1] 어릴 적 외갓집에서 본 흑백TV 속 뱀파이어는 유럽 귀족이었다. 망토를 휘날리며 처녀의 목을 물고, 마늘과 십자가 앞에서 비명을 지르던 그 고전적 괴물. 오랜 타지 생활 끝에 돌아온 한국에서 라이언 쿠글러의 '시너스'를 보며, 나는 뱀파이어라는 존재가 이토록 다르게 읽힐 수 있다는 사실에 멍해졌다. 1930년대 미시시피 델타, 짐 크로 법이…
- 「늑대의 혈족」
늑대의 혈족
크리스토프 간스는 비디오게임 원작 영화 〈크라잉 프리먼〉의 감독이다. 이 문장을 쓰면서 나는 이미 절반의 독자를 잃었을 것이다. 비디오게임 원작 영화 감독이라니. 하지만 간스에게 〈크라잉 프리먼〉은 단순한 데뷔작이 아니라 선언문이었다. 홍콩 액션의 발레적 폭력과 유럽 아트하우스의 시각적 세련됨을 결합하겠다는. 그리고 마크 다카스코스는 헐리우드가 20년…
- 「피키 블라인더스: 디 이모탈 맨」
연기(煙氣)의 끝에서, 토미 셸비는 영화가 됐다 — 피키 블라인더스: 디 이모탈 맨
버라이어티의 오언 글리버먼은 이 영화를 두고 "연속극의 장엄함을 대형 스크린으로 옮기면서도 그 느린 연소의 친밀함을 잃지 않았다"고 썼다. 그 문장은 '피키 블라인더스: 디 이모탈 맨'이 직면한 과제를 정확히 짚는다. 프리미엄 드라마를 극장용 영화로 전환하는 일은 대개 실패한다. 포맷이 달라지면 호흡이 무너지고, 호흡이 무너지면 캐릭터가 공허해진다.…
-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
늙은 육체의 반란 —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은 시대착오적인 영화예요. 인공지능이 인간의 행동을 완벽히 예측하고, 진실과 거짓의 경계를 무력화하는 디지털 전지전능의 시대에 62세 노인이 실제 육체를 던져 세계를 구한다니요. 이것은 구닥다리를 넘어 거의 우스꽝스러워요. 그런데 바로 이 우스꽝스러움이 영화를 특별하게 만들어요.
- 「천국과 지옥」
언덕 위의 방과 언덕 아래의 방 — 천국과 지옥
《영국의 한 영화지》의 톰 밀른은 이 영화를 두고 "일본 사회의 수직적 계층화를 체계적으로 해부한다"고 썼다. 정확한 진단이다. 다만 '해부'라는 단어가 품은 냉정함으로는 이 영화가 관객의 가슴팍에 들이미는 날것의 불쾌함을 설명하기 어렵다.
- 「마터널 인스팅트」
촬영감독의 눈, 연출가의 손 — 마터널 인스팅트
브누아 델롬은 '만물의 이론'과 '영원의 문에서'를 촬영한 인물이다. 카메라 뒤에서 30년 넘게 빛을 다뤄왔으나 이번에 처음으로 메가폰을 잡았다. 그의 첫 연출작 '마터널 인스팅트'에는 앤 해서웨이와 제시카 채스테인이 출연한다. 두 배우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인터스텔라'(2014)에서 처음 함께 작업한 후 다시 만났다. 그때는 우주의 시공간 속에서…
- 「리얼 스틸」
로봇이 링에 오른 이유 — 리얼 스틸
이 영화는 사기다. 2011년에 개봉한 '리얼 스틸'은 제목부터 관객을 속인다. '진짜 강철'이라니. 정작 이 영화가 팔고 있는 건 강철이 아니라 눈물이다. 로봇 복싱이라는 번쩍이는 미래의 외피(外皮) 아래 숨어 있는 건, 반세기 전 헐리우드가 수백 번 써먹은 그 공식—'아버지의 귀환'과 '약자의 역전극(逆轉劇)'—이다. 숀 레비 감독은 이 점을 숨기려…
- 「아포칼립토」
숲에서 도망친 자, 숲에서 끝나는 자 — 아포칼립토
열대우림의 습한 공기가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 맷돼지 한 마리가 숲을 가로질러 도주하고, 젊은 사냥꾼들이 그 뒤를 쫓는다. 덫이 작동하고, 창이 날아간다. 피가 튀고, 남자들은 웃는다. 멜 깁슨의 《아포칼립토》는 이렇게 시작한다. 평화로운 마을의 일상처럼 보이는 이 장면은 곧 도래할 폭력의 예고편이다. 사냥감과 사냥꾼의 위치는 90분 뒤 뒤바뀌게 된다.…
- 「반딧불이의 묘」
반딧불이의 묘: 속죄의 기록, 애니메이션의 한계
소설가 노사카 아키유키는 1945년 열네 살이었다. 그해 고베 대공습으로 어머니를 잃었고, 어린 여동생을 데리고 친척집을 전전했다. 여동생은 영양실조로 죽었다. 20여 년 뒤 그는 이 체험을 소설로 썼다. 『반딧불이의 묘』는 반성문이자 자백서였다. 타카하타 이사오는 1988년 이 소설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면서 원작자의 죄책감을 고스란히 보존했다. 같은…
- 「슈퍼배드 4」
그루는 왜 피곤해 보이나 — 슈퍼배드 4
몇 년 전 조카를 데리고 극장에 갔다. 《슈퍼배드 4》. 상영 시간 내내 조카는 깔깔댔고, 나는 눈을 감았다 떴다를 반복했다. 영화가 끝나자 조카가 물었다. "삼촌, 재밌었어?" 나는 성실하게 대답했다. "응, 미니언들 귀엽더라." 거짓말은 아니었다. 다만 전부도 아니었다.
- 「대부 2」
아버지의 빛, 아들의 그림자 — 대부 2
속편은 왜 실패하는가. 이 질문은 오래 품어왔다. 대개의 속편은 전작의 성공 공식을 복제하려다 활력을 잃거나, 확장을 시도하다 중심을 놓친다.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의 《대부 2》(1974)는 그 질문에 대한 하나의 답변이자, 속편이라는 형식 자체를 재정의한 작품이다.
- 「몬스터 주식회사」
털끝 하나에 담긴 3년, 공포 산업이 웃음으로 뒤집힐 때 — 몬스터 주식회사
픽사 스튜디오가 「몬스터 주식회사」 개발에 투입한 시간은 5년이다. 그중 설리의 털 하나하나가 독립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 개발에만 3년이 걸렸다. 영화 잡지 「버라이어티」의 토드 매카시는 이 기술적 성취를 두고 "이전까지 컴퓨터 애니메이션이 꿈만 꿀 수 있었던 촉각적 실재감"이라 표현했다. 숫자만 놓고 보면 과잉 투자다. 그러나…
- 「에이펙스」
도망치려고 나선 곳에서 도망쳐야 할 때 — 에이펙스
몇 해 전, 지도 앱에서 호주 내륙을 한참 들여다본 적 있다. 스크롤을 아무리 내려도 도로가 안 나왔다. 거기선 길을 잃는 게 아니라 길 자체가 사라진다. 그때 든 생각—저런 곳에 일부러 들어가는 사람은 뭔가를 찾으려는 게 아니라 뭔가를 지우려는 거겠구나.
- 「레이첼 니켈 살인 사건」
벽 너머의 비명, 조용한 정원 — 레이첼 니켈 살인 사건
[1] 1992년 7월, 런던 윔블던 커먼. 화면은 이른 아침의 공원을 비춘다. 한 여자가 두 살 아들의 손을 잡고 산책한다. 나무 사이로 햇살이 쏟아지고, 바람에 풀잎이 흔들린다. 목가적(牧歌的) 풍경이다. 그리고 갑자기, 영화는 그 평화를 조각낸다. ITV의 〈레이첼 니켈 살인 사건〉은 이렇게 시작한다. 23세 레이첼 니켈이 백주에 살해당하고, 그…
- 「하울의 움직이는 성」
늙어간다는 것, 혹은 날아오른다는 것 — 하울의 움직이는 성
구름이 낮게 깔린 유럽풍 마을. 언덕 너머로 연기를 뿜으며 걸어오는 것은 분명 '건물'인데, 다리가 있다. 굴뚝과 포탑과 발코니가 뒤엉킨 철제 구조물이 삐걱거리며 평원을 가로지른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이 불가능한 건축물의 실루엣으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영국 영국의 한 영화 평론가이 성을 두고 "애니메이션 역사상…
- 「핑크 플로이드 더 월」
벽이 무너지지 않는 이유 — 핑크 플로이드 더 월
이 영화는 보는 이를 거부한다. 앨런 파커의 '핑크 플로이드 더 월'(1982)은 95분간 관객을 환대하지 않고, 이해시키려 애쓰지 않으며, 심지어 대사조차 거의 주지 않는다. 록스타 핑크의 정신 붕괴를 다룬다지만, 우리가 목격하는 것은 서사가 아니라 시청각적 폭격이다. 영국의 비평가 필립 스트릭이 영국의 한 영화지에서 "논의하기엔 흥미롭지만…
-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
극장이 불타기 전에 —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
크리스토프 발츠는 2009년 칸에서 남우주연상을 받기 전까지 오스트리아 TV 배우였다. 독일어권 밖에서 그의 이름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타란티노는 캐스팅 과정에서 수백 명의 배우를 만났고, 그때마다 똑같은 절망을 느꼈다고 한다. 대사가 요구하는 언어적 유희—독일어, 프랑스어, 영어, 이탈리아어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악역—를 소화할 배우가 없었다.…
- 「8번 출구」
출구가 없는 사람들 — 8번 출구
1 미국 《인디와이어》의 데이비드 얼리치는 이 영화를 두고 "주의를 기울이는 것의 공포, 그리고 기울이지 못하는 것의 더 큰 공포"라고 썼다. 인디 게임 개발자 코타게가 만든 바이럴 게임 '8번 출구'를 영화로 옮긴 이 작품은 형광등 아래 무한 반복되는 지하철 통로를 배경으로 한다. 이름 없는 샐러리맨이 끝없이 같은 복도를 걷는다. 탈출 조건은 단…
- 「컨저링: 라스트 라이츠」
컨저링: 라스트 라이츠 — 끝을 선언한 프랜차이즈가 끝내지 못한 것
「컨저링: 라스트 라이츠」는 마침표를 찍으려 했으나 물음표만 남겼다. 마이클 차베스 감독이 연출하고 패트릭 윌슨과 베라 파미가가 에드·로레인 워렌 부부를 연기한 이 영화는 스스로를 '위대한 피날레'로 자처한다. 그러나 미국의 영화 비평 매체 「인디와이어」가 이 작품을 두고 "심히 불필요한 영화(deeply unnecessary)"라고 적은 것은 정확한…
- 「유어 폴트」
《유어 폴트》: 넷플릭스가 발명한 영원한 오해의 공식
《유어 폴트》는 로맨스 영화가 아니다. 로맨스의 시뮬라크럼, 그러니까 '로맨스처럼 보이는 무엇'을 120분 동안 재생하는 알고리즘적 산물에 가깝다. 메르세데스 론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3부작의 두 번째 편. 전작 《마이 폴트》에서 시작된 노아(니콜 월리스)와 닉(가브리엘 게바라)의 관계는 여전히 위태롭고, 여전히 아름답고, 여전히 아무 문제도…
- 「인셉션」
질문을 남기는 영화 — 인셉션
영화가 끝나고 관객이 고개를 끄덕이면 성공인가, 아니면 고개를 갸웃거리면 성공인가. 크리스토퍼 놀란의 '인셉션'은 주저 없이 후자를 택한다. 마지막 장면의 팽이는 여전히 흔들리는 중이고, 카메라는 그것이 쓰러지는지를 보여주지 않는다. 암전. 관객은 극장을 나서며 묻게 된다—저건 현실인가 꿈인가. 한 영국 평론가는 이 영화를 "의식의 감옥과 기억의…
- 「할복」
제도의 칼날, 개인의 살점 — 할복
영화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묻는 일은, 결국 형식이 어디까지 잔혹해질 수 있는지 묻는 일과 같을지도 모르겠어요. 고바야시 마사키 감독의 1962년작 '할복'은 그 물음에 대한 가장 냉혹한 답변 중 하나예요. 사무라이 시대극의 외피를 두른 이 작품은, 실상 권위와 체면이 개인을 어떻게 갈아 넣는지를 집요하게 기록한 고발장이에요.
- 「우리의 잘못」
사랑한다면 용서할 수 있는가. 상대가 반복적으로 상처를 주고, 그때마다 다시 돌아오면, 그걸 열정이라 부를 수 있나. 아니면 그냥 무능력인가. — 우리의 잘못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의 '우리의 잘못(Culpa nuestra)'은 스페인 작가 메르세데스 론의 인기 소설을 영화화한 '쿨파' 3부작의 마지막 편이다. 질문: 이 시리즈는 사랑 이야기를 제대로 완결했나? 답: 팬들에게는 그렇다. 영화로서는 아니다.
- 「티켓 투 파라다이스」
스타 파워라는 고고학 — 티켓 투 파라다이스
2010년대 이후 극장에서 개봉한 스튜디오 로맨틱 코미디의 수는 급감했다. 스트리밍이 그 자리를 가져갔고, 메이저 스튜디오들은 마블과 IP 프랜차이즈에 자원을 집중했다. 그 흐름 속에서 <티켓 투 파라다이스>는 거의 고고학적 발굴물처럼 느껴진다. 《버라이어티》의 오언 글라이버먼은 이 영화를 두고 "조지 클루니와 줄리아 로버츠가 여전히 미국 영화에서 가장…
- 「이창」
당신은 왜 남의 집 창문을 들여다보는가 — 이창
[1] 카메라가 서서히 열린 창문 사이로 미끄러져 들어간다. 뉴욕 그리니치 빌리지의 한 아파트 안마당. 한여름의 열기가 사람들의 창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발레리나처럼 몸을 풀어대는 여자, 조각가처럼 화분을 다듬는 노부부, 침대에서 뒤척이는 외로운 중년 여성. 그리고 왼쪽 다리에 깁스를 한 채 휠체어에 파묻힌 남자—잡지사 사진기자 제프. 그의 시선이…
- 「직장의 로맨스」
직장의 로맨스: 소비에트가 낳은 가장 유쾌한 항복
회색 통계국 사무실. 서류 더미 사이로 구부정한 남자가 걸어간다. 아나톨리 노보셀체프(안드레이 먀흐코프)는 자신이 투명인간이라는 사실을 이미 체득한 중년이다. 카메라가 그를 따라가는 동안 우리는 소비에트 관료제의 미로를 함께 통과한다. 복도 끝, 문이 열리고 류드밀라 칼루기나(알리사 프레인들리흐)가 등장한다. 냉담한 시선, 완벽한 정장. 부하직원들이…
- 「제국의 역습」
미완의 서사가 남긴 것 — 제국의 역습
1980년 《뉴욕타임스》의 빈센트 캔비는 이 영화를 두고 "장대한 극의 2막"이라고 썼다. 2막이란 무엇인가. 해결이 아니라 복잡화(複雜化)의 시간이다. 봉합이 아니라 열림의 순간이다. 어빈 커슈너가 연출한 「제국의 역습」은 바로 그 불완전함을 무기로 삼는다.
- 「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 편」
전기톱이 그리는 연애의 잔해 — 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 편
①화면이 열린다. 소년이 혼자 라면을 먹고 있다. 젓가락질이 느리다. 국물에 비친 제 얼굴을 물끄러미 들여다보는 눈동자가 텅 비어 있다. 그 순간 바깥에서 여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소년은 처음 보는 표정을 짓는다. 아직 이름 붙일 수 없는, 그러나 분명히 살아 있다는 것만은 확인되는 표정. 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 편'은 그렇게 시작된다.
- 「슈퍼맨」
하늘에 머뭇거리는 남자 — 슈퍼맨
지난달, 또 한 편의 슈퍼히어로 영화를 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서가 아니라 더 볼 이유를 찾지 못해서였다. 집에 돌아와 어릴 적 본 크리스토퍼 리브의 슈퍼맨을 떠올렸다. VHS 테이프가 늘어질 때까지 돌려봤던 그 영화. 빨간 망토가 바람에 펄럭이던 기억. 그리고 그게 왜 지금은 불가능해 보이는지 생각했다.
- 「석양의 무법자」
세 남자의 얼굴, 혹은 도덕의 해체 — 석양의 무법자
세르조 레오네의 촬영장에서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대부분의 시간을 기다림에 썼다고 전해진다. 레오네는 한 장면을 수십 번 리허설했고, 그사이 이스트우드는 가만히 서서 시가를 피우거나 먼 산을 바라봤다. 그 지루한 기다림의 리듬이 고스란히 필름에 배어들었다. '석양의 무법자'에서 이스트우드가 보여주는 느릿한 움직임, 극도로 절제된 대사, 그리고 눈동자 하나로…
- 「아메리칸 히스토리 X」
아메리칸 히스토리 X
1998년 FBI 통계에 따르면 미국 내 혐오범죄 가해자의 평균 연령은 스물네 살이었다. 토니 케이의 「아메리칸 히스토리 X」는 이 숫자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묻는 영화다. 나는 이 영화를 세 번 봤고, 세 번 모두 같은 지점에서 불편해졌다.
- 「백 투 더 퓨처」
년산 낡은 영화에 대한 변명 — 백 투 더 퓨처
40년 전 영화를 지금 와서 칭찬하는 것은 창피한 일이에요. 마치 할아버지 앨범을 뒤적이다가 "와, 젊었을 때 잘생기셨네요"라고 말하는 손주처럼 말이에요. '백 투 더 퓨처'가 명작이라는 사실을 2025년에 새삼 지적하는 건, 기자 생활 수십 년에 이보다 더 궁색한 꼴이 없어요. 하지만 궁색함을 무릅쓰고 이 글을 씁니다.
- 「하우스메이드」
가면의 층위, 저택의 균열 — 하우스메이드
넓은 현관에 들어선 여자의 실루엣이 거대한 샹들리에 빛 아래 잠시 멈춘다. 카메라는 그녀의 등 뒤에서 저택 내부를 훑는다. 대리석 바닥, 곡선형 계단, 벽면을 채운 미술품들. 여자가 고개를 살짝 돌릴 때 입꼬리에 어리는 미세한 떨림. 관객은 이 순간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직감(直感)하지만, 무엇이 잘못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 「피아니스트」
생존의 윤리학 — 피아니스트
[1] 홀로코스트 생존자의 60% 이상이 증언을 거부했다는 통계가 있다. 말해봤자 이해받지 못하리라는 확신 때문이다. 로만 폴란스키의 '피아니스트'는 그 침묵의 언어로 쓰인 영화다. 크라쿠프 게토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어머니를 아우슈비츠에서 잃은 폴란스키가, 60대 중반이 되어서야 비로소 꺼낸 증언. 《버라이어티》의 토드 매카시는 이 영화를 "생존 그…
- 「어벤져스: 엔드게임」
팬덤의 장례식, 혹은 성대한 작별 — 어벤져스: 엔드게임
《버라이어티》의 오웬 글라이버만은 이 영화를 "관객의 10년치 투자에 대한 이자 지급"이라고 썼다. 나는 그 표현이 마음에 들었다. 정확하니까.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영화라기보다 정산서(精算書)다.
- 「애프터 3」
애프터 3: 독(毒)을 사랑이라 부르는 시대의 자화상
'애프터 3'는 실패한 영화다. 흥행이 아니라 윤리에서.
- 「인터스텔라」
블랙홀의 심장에서 찾아낸 답, 그것은 과연 — 인터스텔라
버라이어티의 스콧 파운다스는 "지적 야망과 감정적 가족 드라마 사이의 긴장이 이 영화의 힘이자 어색함의 원천"이라 적었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인터스텔라'는 정확히 그 지점에서 흔들린다. 칼텍의 물리학자 킵 손이 자문한 블랙홀 시각화는 과학적 정확성과 시각적 경이로움을 동시에 성취했다. 그러나 그 블랙홀 내부에서 발견되는 답이 '사랑의 힘'이라는 결론에…
- 「아바타: 파이어 앤 애쉬」
카메론은 왜 나비족끼리 싸우게 만들었나 — 아바타: 파이어 앤 애쉬
검은 재가 눈처럼 내린다. 화면 전체를 뒤덮는 회색 미립자 사이로, 식어가는 용암 위를 나비족이 달린다. 푸른 피부 위로 반사되는 건 생체발광의 영롱한 빛이 아니라 마그마의 붉은 열기다. 《아바타: 파이어 앤 애쉬》는 그렇게 시작된다. 우리가 알던 판도라가 아니다. 관객은 영화 개시 10분 만에 깨닫는다. 이번에는 인간이 적이 아니라는 것을.
- 「데미지」
집착의 해부학, 혹은 감정 없는 열정에 관하여 — 데미지
《사이트 앤드 사운드》의 필립 프렌치는 이 영화를 두고 "고전적 의미의 비극"이라 불렀다. 운명이 성격을 통해 작동하고, 파멸이 끔찍한 필연성과 함께 도래하는 그런 종류의 서사라는 뜻이다. 조세핀 하트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데이비드 헤어가 각색하고 루이 말이 연출한 1992년작 '데미지'는 에로틱 스릴러라는 장르 분류를 거부한다. 이 영화에는 스릴도…
- 「라이온 킹」
왕위는 피로 흐른다 — 라이온 킹
붉은 태양이 아프리카 지평선 위로 솟아오른다. 코끼리 무리가 먼지를 일으키며 행진하고, 얼룩말과 기린이 프라이드 락을 향해 모여든다. 비비 원숭이 라피키가 갓 태어난 사자를 절벽 끝에서 치켜드는 순간, 동물들이 일제히 무릎을 꿇는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역사상 가장 장엄하다고 불리는 '서클 오브 라이프' 시퀀스다. 이 장면을 처음 본 뒤 나는 불쾌했다.…
- 「12인의 성난 사람들」
밀실의 민주주의 — 12인의 성난 사람들
법원 정면의 육중한 기둥들이 화면을 가른다. 카메라가 천천히 틸트다운하면 계단을 내려오는 군중이 보인다. 재판이 끝났다. 그러나 영화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배심원 열두 명이 좁은 방에 들어선다. 선풍기 하나가 돌아가지 않는다. 누군가 창문을 열지만 바람은 없다. 뉴욕의 여름은 무자비하다. 시드니 루멧의 데뷔작 <12인의 성난 사람들>은 이 방을 96분…
- 「해리 포터와 혼혈 왕자」
지난주 오래된 DVD 박스를 정리하다가 — 해리 포터와 혼혈 왕자
지난주 집 구석에 쌓인 DVD 박스를 정리하다가 〈해리 포터와 혼혈 왕자〉 케이스를 발견했다. 디스크 표면에는 잔기스가 여럿 나 있었다. 그만큼 자주 돌렸다는 뜻이다. 그런데 기묘한 점이 있었다. 재생 횟수에 비해 이 영화에 대한 나의 기억은 흐릿했다. 줄거리보다 분위기만 남아 있었다. 어두웠고, 아름다웠고, 슬펐다.
- 「이터널 선샤인」
지우고 싶은 것들 — 이터널 선샤인
지난주 오래된 휴대전화 백업 파일을 정리하다 2016년의 카카오톡 대화창을 열었다. 8년 전 나와 결별한 사람과의 대화였다. 새벽 세 시에 "잘 자"로 끝난 마지막 문장 뒤에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그 대화창을 삭제하지 못하고 다시 폴더를 닫았다. 지워버리면 홀가분해질 것 같으면서도, 지우는 순간 그때의 내가 함께 사라질 것 같았다.
- 「탑건: 매버릭」
년 후의 연착륙 — 탑건: 매버릭
나는 속편을 믿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면, 30년 넘게 묵힌 속편을 믿지 않는다. 그건 대개 팬서비스라는 이름의 관짝 뚜껑을 열어 시체에 립스틱을 바르는 짓이다. 그래서 《탑건: 매버릭》도 안 볼 생각이었다. 1986년 원작? 레이밴 광고에 해군 모병 영상을 끼얹은 영화였다. 그걸 36년 뒤에 다시 꺼낸다고? 한 영국 평론가는 이 영화에 별…
-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슈퍼히어로 영화에서 새로움을 기대하는 건 아직 가능한 일인가. 2018년 《스파이더맨: 인투 더 스파이더버스》가 나왔을 때, 나는 그것이 예외라고 생각했다. 기적이거나 행운의 착시. 속편이 나오면 결국 공식의 중력에 굴복하리라.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를 보고 나는 또 내 냉소가 틀렸음을 인정해야 했다.
-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
마스크는 누구의 것인가 —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
영국 한 영국 평론가는 이 영화를 두고 "애니메이션 영화의 문법을 진짜로 진전시킨 작품"이라 썼다. 과장이 아니다.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는 슈퍼히어로 장르가 10년 넘게 시장을 포화시킨 뒤에도 '진정한 놀라움'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화면 한 장 한 장이 벤데이 도트로 뒤덮인 살아 있는 만화책이고, 색판이 의도적으로 어긋나…
- 「토이 스토리 4」
빗속에서 떠나는 양치기 인형, 그리고 9년의 침묵 — 토이 스토리 4
빗방울이 창문을 두드린다. 어둠 속에서 장난감들이 숨죽이며 지켜보는 가운데, 보 핍이 기부 상자에 실려 떠난다. 우디는 따라가려 하지만 결국 멈춘다. 조시 쿨리 감독의 '토이 스토리 4'는 9년 전 그 비 오던 밤의 기억으로 시작된다. 삼부작의 완결 이후 굳이 네 번째가 필요했느냐는 질문에, 픽사는 이 장면 하나로 답한다. 떠나지 못한 자가 품은 미련,…
-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환영(幻影)을 파는 시대의 영웅 —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제이크 질렌홀은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촬영 당시 "이 영화에서 내가 맡은 역할이 뭔지 정확히 모르겠다"고 농담처럼 말했다고 한다. 배우 본인조차 자기 캐릭터의 정체를 파악하지 못한 채 연기했다는 이 일화는, 그가 연기한 '미스테리오'라는 악당의 본질을 정확히 꿰뚫는다.
- 「토이 스토리 3」
플라스틱의 소각로 — 토이 스토리 3
리 언크리치가 〈토이 스토리 3〉의 감독으로 확정되었을 때, 그는 이미 편집자로서 픽사의 황금기를 함께 만든 인물이었다. 〈토이 스토리 2〉와 〈파인딩 니모〉의 공동 감독이라는 이력은 화려하지만, 단독 연출작이라고는 없었다. 11년 만에 돌아오는 시리즈의 세 번째 편을 '보조 연출자 출신'에게 맡긴다는 건 상당한 도박이다. 그런데 픽사가 그런 도박을 왜…
- 「스파이더맨: 홈커밍」
세 번째 거미는 무엇이 달라야 하는가 — 스파이더맨: 홈커밍
스파이더맨을 몇 번 더 봐야 하는가. 15년 동안 세 명의 피터 파커가 스크린을 지나갔다. 토비 맥과이어가 입었던 유니폼을 앤드루 가필드가 물려받았고, 이제 톰 홀랜드가 그 자리에 서 있다. 방사능 거미에게 물리는 장면을 또 보고 싶은 관객이 얼마나 되는가. 벤 삼촌이 총에 맞아 쓰러지는 걸 한 번 더 지켜봐야 하는가. 이 질문에 《스파이더맨:…
- 「토이 스토리 2」
영원이라는 이름의 감옥 — 토이 스토리 2
유리 진열장 안. 조명은 부드럽게 쏟아지고, 먼지 한 점 허락되지 않는 공간에서 카우보이 인형 우디가 서 있다. 바깥세상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 박물관으로 향하기 직전의 이 정지된 순간이 「토이 스토리 2」의 심장부다.
- 「스파이더맨」
평범함의 물리학 — 스파이더맨
샘 레이미는 「이블 데드」 시절부터 카메라를 땅에서 들어올려 배우 얼굴에 들이미는 버릇이 있었다. 저예산 호러에서는 그게 공포였고, 「다크맨」에서는 복수심이었다. 「스파이더맨」에서 그 카메라는 토비 맥과이어의 커다란 눈을 비춘다. 무언가를 갈망하지만 차마 손을 뻗지 못하는 눈. 레이미가 수백억 원짜리 블록버스터를 맡고도 자기 트레이드마크를 버리지…
- 「백룸」
가구 쇼룸의 형광등이 켜진다 — 백룸
영업 종료 후의 가구 쇼룸. 형광등이 쉼 없이 윙윙거린다. 관리인이 지하실에서 있을 리 없는 문 하나를 발견한다. 케인 파슨스의 '백룸'는 그렇게 시작된다. 《버라이어티》의 피터 드브러지는 이 영화를 "점프 스케어에 기대지 않고 건축적 불가능성으로 긴장을 쌓는다"고 썼다.
- 「해리 포터와 비밀의 방」
셰익스피어 배우, 마법사의 광대가 되다 — 해리 포터와 비밀의 방
케네스 브래나는 셰익스피어의 사람이다. 그가 연출하고 주연한 '헨리 5세'(1989)와 '햄릿'(1996)은 고전 비극을 영화로 옮기는 작업의 한 정점으로 여겨진다. 그런 그가 J.K. 롤링의 마법 세계에서 "허영(虛榮)에 찬 사기꾼"을 연기했다. 해리 포터 시리즈 두 번째 작품 '해리 포터와 비밀의 방'의 길드로이 록하트 역이다. 버라이어티의 토드…
- 「파이트 클럽」
총구에서 시작하는 이야기 — 파이트 클럽
카메라가 뇌 속을 헤집고 나온다. 신경세포와 시냅스 사이를 관통해, 두개골을 빠져나와, 마침내 입 안에 박힌 총구 앞에 멈춘다. 남자의 입에 총을 물린 채 서 있는 또 다른 남자. 데이비드 핀처의 <파이트 클럽>은 이렇게 시작한다. 결말부터 보여주고, 처음으로 돌아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를 묻는다.
- 「피키 블라인더스」
면도날을 캡 챙에 꿰어 넣은 자들 — 피키 블라인더스
지난주 버밍엄 출장길에 오래된 펍에 들렀다. 벽에 1920년대 사진이 걸려 있었다. 석탄 분진이 뿌옇게 앉은 거리, 납작모를 깊이 눌러쓴 남자들. 그 사진 아래 작은 팻말이 있었다. "피키 블라인더스가 이 동네를 지배했다." 나는 맥주잔을 내려놓고 그 문장을 한참 들여다봤다. 전쟁에서 돌아온 자들이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거리를 점거했던 시절. 스티븐…
- 「좋은 친구들」
트렁크 속 괴성, 그리고 우리 — 좋은 친구들
한밤의 고속도로. 차 트렁크에서 둔탁한 쿵쿵 소리가 새어나온다. 세 남자가 차를 세우고 트렁크를 열자, 피투성이 사내가 손을 뻗는다. 칼이 내리꽂히고, 총성이 울린다. 화면이 정지되며 내레이션이 흐른다. "내가 기억하는 한, 난 늘 갱스터가 되고 싶었다." 마틴 스코세이지의 '좋은 친구들'은 이렇게 시작한다.
-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설계된 눈물 —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가디언》의 피터 브래드쇼는 이 영화를 "20년간 이 캐릭터를 본 관객에게 감정 반응을 촉발하도록 과학적 정밀함으로 설계된 작품"이라 불렀다. 솔직히 기분이 나빴다. 나는 바로 그 20년의 관객이기 때문이다. 2002년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부터 모든 버전을 챙겨봤고, "설계된 감정"에 눈물을 흘렸다는 건 굴욕적이다. 하지만 흘렸다. 영화관에서,…
- 「더 보이즈」
슈퍼맨이 사이코패스라면 — 더 보이즈
어릴 적 나는 슈퍼맨을 진심으로 믿었다. 하늘을 나는 빨간 망토, 총알도 튕겨내는 가슴팍, 그리고 악을 용서하지 않는 정의로움. 그런데 언젠가부터 의문이 싹텄다. 저 남자, 왜 안 늙지? 저렇게 강한 존재가 왜 하필 기자로 위장해 살지? 무소불위(無所不爲)의 힘을 가진 자가 과연 '선'을 선택할 이유가 있을까? 아마존의 시리즈 '더 보이즈'는 정확히 그…
- 「트로이」
규모(規模)가 곧 위대함인가 — 트로이
1억 7500만 달러. 배 천 척이 해변을 메우고, 수만의 군사가 평야를 가로지르며, 163분의 러닝타임 동안 고대 트로이의 성벽이 무너지는 데 투입된 금액이다. 볼프강 페터젠의 '트로이'를 보면서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스케일은 언제 감동이 되고, 언제 공허가 되는가.
- 「28년 후: 본 템플」
좀비가 문제가 아니다 — 28년 후: 본 템플
물론 분류표에는 호러라고 적혀 있고, 피가 튀고, 감염자들이 뛰어다닌다. 하지만 니아 다코스타가 만든 이 두 번째 영화는 전혀 다른 질문을 던진다. 스물여덟 해 동안 아무것도 모르는 세대가 자라면 어떤 신앙이 태어나는가. 트라우마는 어떻게 의식으로 굳어지는가. 공포는 어떻게 종교가 되는가.
- 「F1」
브래드 피트에게 — F1
당신이 61세에 실제 F1 머신을 몰기 위해 수개월간 드라이빙 훈련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톰 크루즈가 '탑건: 매버릭'에서 직접 전투기 조종석에 앉았던 것처럼, 당신도 스턴트맨에게 얼굴을 빌려주는 대신 200마일 속도의 공포를 온몸으로 받아내기로 작정한 것이다. 《인디와이어》의 데이비드 얼리치는 이 영화를 두고 "눈을 현혹하면서 뇌는 중립 기어에…
- 「돌이킬 수 없는」
돌이킬 수 없는
어떤 영화는 끝나고 나서 좋았는지 나빴는지 판단할 수 없다. 가스파 노에의 <돌이킬 수 없는>이 그렇다. 이 영화를 좋다고 말하면 취향을 의심받고, 나쁘다고 말하면 이해력을 의심받는다. 그 어디에도 안전지대는 없다.
-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
절대반지가 사라진 뒤, 남는 것 —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
물속으로 빠져드는 금빛 고리 하나. 스미골의 손가락이 데아골의 목을 조르는 순간, 피터 잭슨의 카메라는 반지를 향한 인간(혹은 호빗)의 욕망이 얼마나 추악한 형태로 귀결되는지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은 이 회상으로 문을 연다. 뉴욕타임스의 A.O. 스콧은 이 3부작을 "최근 기억에서 가장 야심 찬 영화적 시도"라 평했는데,…
- 「아바타」
판도라의 숲, 자본의 불도저 앞에 서다 — 아바타
제임스 카메론은 『타이타닉』 이후 12년간 침묵했다. 그 긴 세월 동안 그는 심해 탐사선을 타고 바다 밑바닥을 누볐고, 존재하지 않는 언어를 만들어냈으며, 컴퓨터 앞에서 단 한 프레임의 이미지를 위해 수천 번의 렌더링을 반복했다. 할리우드는 그를 잊었다. 그러나 그는 아무것도 잊지 않았다.
- 「세븐」
'세븐', 우리는 모두 공범이다
[1] 영국 《사이트 앤 사운드》의 에이미 타우빈은 이 영화의 결말을 두고 "관객을 폭력의 공범으로 만든다"고 썼다. 맞다.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세븐'은 두 시간 동안 우리를 범죄 현장으로 끌고 다니더니, 마지막엔 손에 피를 묻힌 채 극장 밖으로 내보낸다. 우리가 입장료를 내고 이 참혹을 구경하러 왔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는 듯이.
- 「토이 스토리」
장난감의 불안, 혹은 대체 가능성의 공포 — 토이 스토리
'토이 스토리'는 어린이 영화가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어린이만을 위한 영화가 결코 아니다. 《뉴욕 타임스》의 자넷 매슬린은 이 영화를 두고 "우정과 경쟁에 대한 놀랍도록 정교한 이해"라 평했는데, 나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고 싶다. 이것은 대체 가능성에 대한 공포를 다룬, 성인을 위한 심리극이다.
- 「쉰들러 리스트」
재현(再現)의 자격 — 쉰들러 리스트
《사이트 앤 사운드》의 Geoffrey Macnab은 <쉰들러 리스트>를 두고 이렇게 물었다. "영화의 본질적인 미학화가 이해를 초월하는 사건에 정의를 구현할 수 있는가?" 1993년에 제기된 이 질문은 30년이 지난 지금도 답을 기다린다. 어쩌면 답이 없다는 것이 답일지 모른다. 스티븐 스필버그는 그 불가능성을 알면서도 카메라를 들었다. 상어,…
- 「다크 나이트」
**1** — 다크 나이트
어떤 영화는 장르의 한계를 뛰어넘는다고들 말한다. 나는 이 표현을 오래 경계해왔다. 대개 그 말의 속뜻은 "이 영화는 당신이 무시해온 장르인데 의외로 괜찮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슈퍼히어로 영화치고는 깊다, 공포영화치고는 잘 만들었다—칭찬인 척하는 편견이다. 그런데 크리스토퍼 놀란의 <다크 나이트>를 다시 보고 나니, 나 역시 결국 비슷한 말을 하게…
- 「대부」
어둠 속에서 시작되는 미국의 자화상 — 대부
화면이 열리면 보이는 것은 거의 없다. 어둠이다. 극도로 억제된 조명 아래, 한 남자의 얼굴만이 희미하게 떠오른다. 그는 딸의 결혼식 날, 딸을 폭행한 남자들에게 복수해 달라고 청탁하러 왔다. 그의 말이 이어지는 동안 카메라는 천천히 뒤로 물러난다. 그제야 우리는 이 남자가 누군가의 앞에 앉아 있음을, 그 '누군가'가 모든 것을 들으며 고양이를 쓰다듬고…
- 「반지의 제왕: 반지 원정대」
**피터 잭슨의 도박** — 반지의 제왕: 반지 원정대
이 영화는 실패해야 마땅했다. 뉴질랜드 출신의 B급 호러 감독이 20세기 영문학의 성전(聖典)을 건드리겠다고 나섰을 때, 전 세계 톨킨 신자들의 반응은 분노와 조롱 사이 어딘가였다. 원작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안다. 이 소설을 영상으로 옮기는 일이 얼마나 무모한 도박인지.
- 「모아나 2」
바다는 여전히 부르는가 — 모아나 2
섬 끝에 선 소녀의 실루엣이 보인다. 파도가 발밑에 부서지고, 바람이 검은 머리카락을 수평선 쪽으로 밀어낸다. 8년 전 같은 자리에서 그녀는 "얼마나 멀리"를 노래했다. 이제 그녀는 성인이 됐고, 항해사가 됐고, 지도자가 됐다. 그런데 왜 다시 똑같은 자세로 똑같은 곳을 바라보는가. '모아나 2'는 이 장면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이 장면이 품은 불안이…
- 「기묘한 이야기」
던전의 아이들, 그리고 우리의 잃어버린 지하실 — 기묘한 이야기
1983년 인디애나 주, 어느 교외 주택의 지하실. 형광등 불빛 아래 네 명의 소년이 던전스 앤 드래곤스 보드판을 둘러싸고 앉아 있다. 주사위가 탁자 위를 굴러간다. 누군가의 어머니가 "이제 그만 올라와"라고 외치고, 소년들은 자전거를 타고 어둠 속으로 흩어진다. 그중 한 명이 집에 도착하지 못한다. 넷플릭스 시리즈 '기묘한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한다.…
- 「마이클 잭슨의 디스 이즈 잇」
춤을 멈출 수 없었던 남자가 남긴 마지막 리허설 — 마이클 잭슨의 디스 이즈 잇
케니 오르테가 감독은 잭슨의 마지막 순간을 기억한다. 2009년 6월, LA 스테이플스 센터에서의 리허설이 끝나갈 무렵이었다. 잭슨은 무대에서 내려오다 문득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음향 담당자에게 부드럽게 말했다. "그 부분, 좀 더 천천히 끓여봐요(Let it simmer)." 요리할 때 쓰는 표현이었다. 밴드가 연주한 'Human Nature'의…
- 「마이 폴트」
마이 폴트: 빨간불이 초록불이 되는 세계
이 영화는 성공했다. 아마존이 개봉 전에 속편을 확정했고, 원작 팬덤은 이미 3부작 완주를 기정사실화한다. 그런데 그 성공이 바로 문제다. 《마이 폴트》는 왓패드에서 태어나 베스트셀러로 자란 메르세데스 론의 소설을 스페인에서 영화화한 작품이다. 의붓오빠와 의붓여동생의 금지된 사랑. 도미니고 곤살레스 감독은 타겟 인구통계가 원하는 것을 정확히 알고,…
- 「스타워즈: 에피소드 4 - 새로운 희망」
퇴행의 완성 — 스타워즈: 에피소드 4 - 새로운 희망
1977년, 미국 영화는 퇴행했다. 《스타워즈》는 그 퇴행의 완성이다. 《대부》와 《택시 드라이버》가 열어젖힌 뉴 아메리칸 시네마의 복잡성, 도덕적 모호함, 어른의 영화를 조지 루카스는 단번에 뒤집었다. 대신 그가 꺼낸 것은 1930년대 《플래시 고든》 시리얼, 《오즈의 마법사》, 아서왕 전설이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유치하다. 의도적으로, 전략적으로,…
- 「탑건」
미소의 물리학 — 탑건
톰 크루즈가 상관에게 위험한 곡예를 부리고 나서 씩 웃는 순간이 있다. 자신만만하고, 소년 같고, 불복종 직전의 미소. 당시 《뉴욕 타임스》의 재닛 매슬린은 그걸 보고 "영화 전체가 하나의 길고 값비싼 미소"라고 썼다. 매력적이고, 얕고, 완전히 거부하기는 어려운. 나는 그 문장을 읽고 동의했다. 그리고 또 그 미소에 속았다.
- 「브레이킹 배드」
괴물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 브레이킹 배드
영국 《가디언》의 마크 로슨은 이 드라마를 두고 "토니 소프라노는 폭력 속에서 태어났지만, 월터 화이트는 폭력을 선택했다"고 썼다. 그 한 문장이 계속 머릿속을 맴돈다. 태생과 선택. 이 차이가 왜 그토록 불편한가.
- 「유포리아」
무한 접속의 고독, 네온 아래 쪼그라드는 영혼들 — 유포리아
1. 화면이 번진다. 어린 소녀가 알약을 삼키고, 세상이 처음으로 조용해진다. HBO 드라마 '유포리아'의 주인공 루(젠데이아)는 그 순간을 이렇게 회상한다. "처음으로 평화를 찾았다." 중독에 대한 경고가 아니다. 의식이 견딜 수 없을 때 왜 무의식을 선택하는지, 그 절박한 심리를 해부하는 첫 장면이다.
- 「와일드 로봇」
단풍잎과 회로 사이 — 와일드 로봇
기계가 그리움을 학습할 수 있을까. 「인디와이어」의 데이비드 얼리히가 이 영화의 핵심을 짚었다. 가을 낙엽이 휘날리는 숲 속에서 로봇 로즈가 홀로 서 있다. 입양한 새끼 기러기가 비행 연습에서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장면. 기다림을 픽셀과 폴리곤으로 구현한 그 장면에는 실사가 닿지 못하는 무언가가 있다.
- 「타이타닉」
침몰(沈沒)의 역학 — 타이타닉
잠수정의 조명이 해저 3,800미터를 훑는다. 80년 묵은 녹슨 선체가 어둠 속에서 윤곽을 드러낸다. 카메라가 창문을 뚫고 선실 안으로 들어가면, 바닥에 흩어진 도자기 파편과 찌그러진 금속 프레임이 보인다. 그 위로 소녀의 누드 데생이 천천히 화면에 잡힌다. 제임스 카메론의 「타이타닉」은 그렇게 시작한다. 죽음의 바닥에서 사랑의 흔적을 건져 올리는…
- 「왕좌의 게임」
데이비드 베니오프와 D.B. 와이스에게 — 왕좌의 게임
판타지는 이 땅에서 오래도록 유아용 장르로 취급받아 왔습니다. 고무 괴물과 합판 성벽, 말이 안 되는 설정. 그런데 당신들이 『왕좌의 게임』으로 해낸 것은 판타지의 문법을 완전히 파괴한 행위입니다. 용과 드래곤이 나오는데 이것이 장미전쟁 시대 영국 궁정극처럼 느껴지다니요. 성공이 아니라 장르에 대한 배반(背叛)입니다.
- 「쇼생크 탈출」
교도소에서 모차르트를 — 쇼생크 탈출
[1] 어릴 적 텔레비전 영화채널에서 이 영화를 처음 봤다. 한밤중이었고, 중간부터 봤다. 줄거리도 제대로 모른 채 끝까지 봤다. 다음 날 학교에서 졸았다. 왜 그랬는지 지금도 설명이 안 된다. 팀 로빈스가 교도소 스피커로 오페라를 틀고, 죄수들이 운동장에서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던 그 장면 때문이었던 것 같다.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 순간만은…
- 「듄」
미완이기에 완성된 영화 — 듄
회색 바다가 절벽 아래서 출렁인다. 폴 아트레이데스가 고향 행성 칼라단의 가장자리에 서 있다. 그는 아직 사막을 모른다. 예언이 자기 삶을 집어삼킬 줄 모른다. 멀리서 파도 소리만 들린다. 드니 빌뇌브의 《듄》은 이 정적의 순간에서 시작한다. 움직임이 아니라 침묵으로, 액션이 아니라 대기의 무게로. 《버라이어티》의 오웬 글라이버먼은 이 영화를 "모래와…
- 「햄넷」
부재의 언어 — 햄넷
지난주에 셰익스피어 전기물을 또 봐야 한다는 소식을 듣고 나는 솔직히 한숨부터 쉬었다. 깃펜 들고 고뇌하는 천재, 영감이 번쩍 내리꽂히는 극장, 엘리자베스 시대 복식의 향연. 이 공식을 몇 번이나 더 봐야 하나. 그런데 클로이 자오의 「햄넷」은 그 공식을 처음부터 거부한다. 윌리엄 셰익스피어는 거의 말이 없고, 그 유명한 독백은 단 한 줄도 들리지…
- 「오펜하이머」
오펜하이머: 시간의 건축가가 설계한 청문회
놀란은 줄곧 시간의 구조에 집착해왔다. 〈메멘토〉의 역행, 〈인터스텔라〉의 상대성, 〈테넷〉의 역전. 이번에 그 기술이 향한 곳은 1954년의 보안 청문회장이다. 영화는 컬러와 흑백을 교차하며 두 시간대를 오간다. 하나는 오펜하이머의 심판, 다른 하나는 그를 심판한 루이스 스트로스의 심판. 이 이중 구조는 단순한 기교가 아니다. 《버라이어티》의 오웬…
- 「세크리터리」
세크리터리
BDSM을 소재로 한 영화는 망하게 되어 있다. 선정성에 기대 마케팅을 하거나, 진지한 척 병리학 강의를 늘어놓거나. 둘 중 하나로 빠진다. 《뉴욕타임스》의 A.O. 스콧은 스티븐 셰인버그의 <세크리터리>를 "진정으로 도발적이면서 무장해제할 만큼 달콤한" 영화라고 썼다. 도발과 달콤함이 공존하는 영화. 나는 그게 가능할 리 없다고 생각했다. 틀렸다.
- 「포레스트 검프」
《포레스트 검프》는 할리우드가 만든 가장 교활한 보수 판타지다.
이 영화는 감동적인가? 그렇다. 이 영화는 기술적으로 혁신적인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톰 행크스를 케네디, 존슨, 닉슨 곁에 디지털로 합성해 넣는 시퀀스는 1994년 기준으로 경이롭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정직한가? 아니다.
- 「문워커」
문워커: MTV 시대의 가장 값비싼 자기모순
이 영화는 실패했다. 상업적으로가 아니라 존재론적으로 그렇다. '문워커'는 뮤직비디오를 장편 극영화로 늘리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보여주는 대규모 실험이었고, 그 실험은 정확히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좌초했다. 2700만 달러라는 당시로서는 경악스러운 제작비, ILM의 최첨단 특수효과, MTV가 키운 스타의 절정기 권력. 이 모든 것이 결집했음에도…
- 「노스페라투」
어둠을 응시하게 만드는 방법 — 노스페라투
내가 좋다고 생각한 영화의 목록은 일관성이 없다. 싫다고 단정한 영화에서 종종 좋은 것을 발견한다. 그래서 영화를 평가할 때 나는 질문을 바꾸는 쪽을 택한다. 이 영화는 무엇을 원하는가. 그리고 그것을 얻었는가.
- 「존 오브 인터레스트」
담장 위에서 해바라기를 가꾸는 사람들 — 존 오브 인터레스트
[1] 화면이 까맣다. 3분 동안 까맣다. 미카 레비의 전자음향이 마치 거대한 기계가 깨어나는 소리처럼 극장을 채우는 동안, 관객들은 무엇이 보일지 기다린다. 마침내 밝아지는 화면 속에선 아버지와 아이들이 강가에서 피크닉을 즐긴다. 햇살이 좋다. 물이 맑다. 개가 뛰논다. 이윽고 가족은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카메라가 뒤따르다 보니 저 담장…
- 「프리티 리썰」
포인트 슈즈에 묻은 피, 또는 신체의 문법 — 프리티 리썰
먼지 낀 유리창 너머로 석양이 길게 늘어진다. 버스 안, 젊은 여자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지쳐 있다. 누군가는 다리를 쭉 뻗어 스트레칭하고, 누군가는 헤드폰 너머의 음악에 빠져 있으며, 누군가는 옆자리 동료와 낮은 목소리로 험담을 주고받는다. 발목에 감긴 테이프, 젖은 레오타드 위로 덧입은 후드티, 트렁크 가득 쌓인 토슈즈 가방들. 어디서든 볼 수 있는…
- 「미키 17」
봉준호의 가장 멍청한 영화 — 미키 17
이 문장을 곱씹어보면 흥미로운 지점이 드러난다. 봉준호는 「설국열차」에서 계급을, 「옥자」에서 육식 산업을, 「기생충」에서 한국 사회의 위아래를 해부했다. 그의 풍자는 늘 날카롭고 복잡했으며, 관객에게 단순한 답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엔 다르다. 우주 식민지를 배경으로, 빨간 모자를 쓴 독재자가 광신도 무리를 거느리고 등장한다. 마크 러팔로가…
- 「헌팅 시즌」
도망칠 곳이 없다 — 헌팅 시즌
[1] 아르헨티나 황야다. 나무들 사이로 안개가 낮게 깔린다. 중년 남자가 딸에게 덫 놓는 법을 가르친다. 손놀림이 느리고 정확하다. 딸은 지루한 표정이다. 세상과 단절한 아버지, 세상이 궁금한 딸. 둘의 평화는 피 묻은 여자가 숲에서 기어 나오는 순간 산산이 부서진다. 클라우디오 보이비안 감독의 '헌팅 시즌'은 이렇게 시작한다.
- 「어벤져스」
앙상블의 무게, 혹은 블록버스터가 캐릭터를 믿을 때 — 어벤져스
쉴드 연구 시설의 지하. 푸른빛이 감도는 큐브가 스스로 맥동하기 시작한다. 비상등이 점멸하고 과학자들이 황급히 모니터를 들여다보는 사이, 공간이 찢어지듯 열리며 한 남자가 등장한다. 로키. 그는 지팡이 끝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으로 요원들의 의지를 빼앗고 테서랙트를 손에 쥔다. 시설이 무너져 내리는 와중에도 그의 표정은 태연하다. 이 순간 닉 퓨리가…
- 「데드풀과 울버린」
망가진 영웅들의 시대 — 데드풀과 울버린
1. 라이언 레이놀즈가 양복 차림으로 중고차 세일장에 서 있다. 그는 더 이상 세상을 구하지 않는다. 화려한 빨간 슈트는 옷장 깊숙이 처박혀 있고, 입에서는 "이 차 정말 좋습니다, 전 오너가 할머니였어요"라는 딜러 특유의 거짓말이 줄줄 흘러나온다. 영화 '데드풀과 울버린'은 이렇게 시작한다. 영웅의 시대가 끝났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영웅이 필요…
- 「마이클 잭슨: 더 라이프 오브 아이콘」
가족이 만든 초상화 앞에서 — 마이클 잭슨: 더 라이프 오브 아이콘
누군가를 기억하는 방식에는 진실과 사랑 사이의 긴장이 있다. 사랑하는 이를 잃은 유족이 그를 있는 그대로 그리기를 원할까, 아니면 자신들이 알았던 가장 좋은 모습으로 남기기를 원할까. 앤드류 이스텔의 다큐멘터리 《마이클 잭슨: 더 라이프 오브 아이콘》은 이 질문 앞에서 후자를 택한다. 그리고 그 선택이 이 작품의 모든 것을 규정한다.
- 「슈렉」
녹색 피부의 반란, 혹은 동화의 사후 세계 — 슈렉
마이크 마이어스는 이미 녹음을 거의 마친 상태였다. 캐나다 출신 코미디언 특유의 평범한 북미 억양으로 슈렉의 대사를 완성해가던 중, 그는 돌연 방향을 틀었다. 스코틀랜드 억양으로 전면 재녹음하겠다는 것이었다. 드림웍스 경영진은 경악했다. 이미 투입된 제작비와 일정을 생각하면 무모한 요구였다. 그러나 마이어스는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이 초록 괴물에게…
- 「더 브루탈리스트」
콘크리트의 무게, 견딤의 무게 — 더 브루탈리스트
지난주 청담동 어딘가에서 오래된 노출 콘크리트 건물을 보았다. 벽면의 거푸집 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었고, 세월에 닳아 군데군데 철근이 드러나 있었다. 한때 그 거친 표면이 실험적이고 전위적으로 여겨지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그저 낡은 건물이다. 브래디 코베이 감독의 '더 브루탈리스트'를 보며 그 건물이 자꾸 떠올랐다.
- 「펄프 픽션」
재활용의 연금술 — 펄프 픽션
햇살이 쏟아지는 LA의 다이너. 테이블 위에는 커피와 담배 연기. 팀 로스와 아만다 플러머가 마주 앉아 있다. 둘은 은행 강도의 비효율성에 대해 논쟁한다. 레스토랑이 더 낫지 않겠어? 손님들은 영웅 흉내를 안 내거든. 대화는 느긋하게 흘러가다 갑자기 두 사람이 총을 뽑아 든다. "Everybody be cool, this is a robbery!"…
- 「그린 마일」
기적을 목격한 자의 의무 — 그린 마일
[1] 3시간 9분. 프랭크 다라본트 감독의 '그린 마일'(1999)이 요구하는 시간이에요. 1935년 루이지애나주 콜드마운틴 교도소 사형수 감방, 그 좁고 눅눅한 복도를 오가는 간수들의 일상을 지켜보는 데 필요한 인내의 양이죠. 요즘 같은 숏폼 전성시대에 관객에게 이 정도 시간을 달라고 요청하려면 얼마나 도발적인 물음을 던져야 할까요? 이 영화의…
- 「8번 출구」
출구가 없는 사람들 — 8번 출구
1 미국 《인디와이어》의 데이비드 얼리치는 이 영화를 두고 "주의를 기울이는 것의 공포, 그리고 기울이지 못하는 것의 더 큰 공포"라고 썼다. 인디 게임 개발자 코타게가 만든 바이럴 게임 '8번 출구'를 영화로 옮긴 이 작품은 형광등 아래 무한 반복되는 지하철 통로를 배경으로 한다. 이름 없는 샐러리맨이 끝없이 같은 복도를 걷는다. 탈출 조건은 단…
- 「코렐라인: 비밀의 문」
버튼 눈을 거부한 아이, 불완전한 세계를 선택하다 — 코렐라인: 비밀의 문
어릴 적 밤마다 읽던 그림책이 있었다. 어머니가 다정하게 읽어주시던 그 이야기 속에는 으레 마녀가 등장했고, 숲이 있었고, 아이가 길을 잃었다. 무서웠지만 덮을 수 없었다. 그 공포가 이상하게 달콤했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하면 동화란 원래 그런 것이었다. 세상의 어둠을 아이들에게 미리 맛보게 하되, 결국에는 집으로 돌아오게 만드는 장치. 헨리 셀릭…
-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92분짜리 승리 행진 —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가디언》의 벤저민 리는 이 영화를 "92분짜리 승리 행진"이라 불렀다. 나는 그 표현이 마음에 든다. 문제는 행진이 끝나고 남는 게 뭐냐는 거다.
-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효율의 손가락, 칼질의 시대 —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미국 《버라이어티》의 오언 글라이버먼은 타노스를 두고 "비극적 위엄(tragic grandeur)"이라는 표현을 썼다. 우주 생명체 절반을 소멸시키겠다는 광기 어린 목표를 품은 보랏빛 괴물에게 '비극'이라니. 그러나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를 끝까지 보고 나면 그 수사가 과장이 아님을 인정하게 되세요. 조시 브롤린이 연기한 이 디지털 거인은…
- 「드라큘라」
드라큘라, 애도(哀悼)의 형식으로 쓴 잔혹사
영화 중반, 저주받은 블라드가 훼손된 제단 앞에 선다. 촛불이 꺼진 성당. 그는 더 이상 응답하지 않을 신에게 말을 건넨다. 목소리는 떨리고, 얼굴은 음영 속에 파묻혀 있다. 카린 쿠사마 감독의 '드라큘라'는 이 한 장면으로 자신이 무엇을 하려는지 분명히 선언한다. 이것은 공포영화가 아니다. 비극이다.
- 「주토피아 2」
바이런 하워드 감독께 — 주토피아 2
《인디와이어》의 데이비드 얼리히는 이렇게 썼다. "첫 번째 영화는 관객에게 생각하라고 요청했다. 이 영화는 대부분 느끼라고 요청한다." 나는 이 문장을 읽고 키보드 위에서 손을 뗐다. 정확히 내가 쓰려던 말이었기 때문이다.
-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
호그와트의 밀폐된 공기 —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
어릴 적 나는 백과사전을 통째로 영화화하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ㄱ부터 ㅎ까지, 가나다순으로 세상 모든 항목이 영상으로 펼쳐지는 거대한 기획. 당연히 그런 영화는 만들어지지 않았고, 만들어질 수도 없었다. 모든 것을 담으려는 욕심은 아무것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는 결과를 낳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의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 「인사이드 아웃 2」
'인사이드 아웃 2': 불안은 적인가, 동지인가
켈시 만 감독은 픽사 내부에서 10년을 준비했다. 스토리 수퍼바이저로 '몬스터 대학교'와 '굿 다이노'를 거치며 이 회사의 문법을 체득했다. 그가 첫 장편으로 전작의 속편을 택한 건 무모한 선택이었다. 2015년 피트 닥터가 만든 원작은 감정의 시각화라는 측면에서 이미 완결된 세계였다. 거기에 뭘 더 붙인다는 말인가.
- 「영 앤 뷰티풀」
설명하지 않을 권리 — 영 앤 뷰티풀
프랑수아 오종의 「영 앤 뷰티풀」은 실패한 영화다. 17세 소녀가 왜 몸을 팔기 시작했는지 끝내 설명하지 않는다. 트라우마도 없고, 가정폭력도 없고, 경제적 궁핍도 없다. 파리 상류층 가정의 예쁜 딸이 어느 여름 처녀성을 잃고, 가을이 되자 호텔 방에서 중년 남자들을 만난다. 왜? 영화는 모른다고, 혹은 말하지 않겠다고 답한다. 「버라이어티」의 피터…
- 「이니셰린의 밴시」
손가락을 자르는 남자, 대화를 포기하는 우리 — 이니셰린의 밴시
지난봄, 오랜 벗과 연락이 끊겼다. 다툰 것도 아니었다. 어느 날 그가 전화를 받지 않았고, 그다음 날도, 그다음 주에도 마찬가지였다. 이유를 묻는 메시지에 그는 딱 한 줄만 남겼다. "더는 말하고 싶지 않다." 나는 한동안 그 문장을 들여다보았다. 무엇이 그를 그렇게 만들었는지 알 수 없었다. 「이니셰린의 밴시」를 보는 내내 그 메시지가 떠올랐다.
- 「모탈 컴뱃」
착공식의 미학 — 모탈 컴뱃
눈이 내린다. 17세기 일본, 대나무 숲 사이로 한 무사가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평화로운 오후를 보내고 있다. 카메라는 느긋하게 그 정경을 훑는다. 그리고 서리가 창문을 타고 오르기 시작한다. 찬 기운이 이상하다 싶은 순간, 푸른 갑옷의 사내가 나타나 순식간에 가족을 도륙한다. 피가 땅에 닿기 전에 얼어붙는다. 무사는 정원 도구로 맞서 싸우다 결국…
- 「매트릭스」
전과서의 완성 — 매트릭스
1999년 봄, 나는 극장에서 캐리앤 모스가 벽을 타고 뛰는 장면을 보았다. 그 순간 물리학 교과서가 찢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불릿타임이라 불리게 될 그 기법 앞에서 시간이 멈추었기 때문이다. 카메라가 정지된 육체 주위를 유영하는 동안 관객들은 숨을 참았다. 워쇼스키 형제가 만들어낸 이 효과는 액션…
- 「패스트 라이브즈」
호수 위에 뜬 달을 건지려는 사람들에게 — 패스트 라이브즈
[1] 미국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미국 내 한국계 이민자 수는 약 190만 명이에요. 그중 상당수는 어린 시절 부모를 따라 건너가 한국어와 영어 사이에서 자아를 두 번 구축한 사람들이죠. 셀린 송 감독의 데뷔작 「패스트 라이브즈」는 바로 그 틈새에서 태어난 영화예요. 서울에서 태어나 열두 살에 캐나다로 이주한 나영(노라)이라는 여자가…
- 「쇼군 (Shōgun)」
전쟁을 하지 않는 전쟁 드라마 — 쇼군 (Shōgun)
「쇼군」 피날레를 처음 본 그날, SNS에 뭐라고 쓸까 한참 고민했다. 시즌 2 촬영이 시작됐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그 마지막 회를 떠올린다. 전쟁 드라마가 전쟁을 안 했다. 토라나가와 이시도의 대군은 결국 충돌하지 않았고, 승부는 한 통의 편지와 한 번의 자살로 갈렸다.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나는 결국 아무것도 올리지 못했다. 뭔가를 쓰려면 먼저 내가…
- 「아임 스틸 히어」
아임 스틸 히어, 지우려 해도 지워지지 않는 것들
[1] 월터 살레스의 「아임 스틸 히어」는 137분 내내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게 만들어 놓고, 극장을 나선 뒤에야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내가 느끼는 감정을 내가 설명하지 못한다는 건, 좀 불쾌한 일이다.
-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미야자키 하야오는 실패했다 —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미야자키 하야오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2023)는 실패작이다. 적어도 그 자신이 원했던 방식으로는. 여든을 넘긴 노인이 「바람이 분다」(2013)로 이미 완벽한 유서를 써 놓고서 다시 책상 앞에 앉은 이유는, 제 죽음을 제 손으로 통제하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죽음은 통제되지 않는다. 노인은 자신의 카논에서 가장 값비싼 조각들—센과…
- 「추락의 해부」
'추락의 해부' — 법정이 심판할 수 없는 것
[1] 프랑스 알프스 산장. 인터뷰를 마친 여자 작가가 2층에서 창밖을 본다. 그녀의 남편 시체가 눈밭에 엎어져 있다. 피가 하얀 눈 위에 번진다. 개가 짖고, 시각장애인 아들이 지팡이를 짚으며 현관으로 나선다. 쥐스틴 트리에 감독의 '추락의 해부'는 이렇게 시작해요. 남편은 추락했는가, 추락당했는가.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안긴 이…
- 「듄: 파트2」
좋은 예언은 실현되지 않는다 — 듄: 파트2
좋은 영화란 무엇인가. 나는 이 질문을 던질 때마다 답을 피해왔다. 정의를 내리는 순간 예외가 생기고, 예외를 인정하면 정의가 무너지니까. 그런데 《듄: 파트2》를 보고 나서는 좀 다른 방식으로 묻게 된다. 좋은 영화는 관객을 어디에 데려다 놓는가. 승리의 광장인가, 패배의 언덕인가, 아니면 둘 다 아닌 어떤 불안정한 경사면인가.
- 「마이클」
팝의 왕은 언제 죽었는가 — 마이클
안톤 후쿠아는 흑인 액션 스타를 가장 잘 찍는 감독으로 불려왔다. 덴젤 워싱턴을 '트레이닝 데이'로 오스카에 올렸고, 동시에 그를 '이퀄라이저' 시리즈의 노년 액션 아이콘으로 만들었다. 그런 그가 마이클 잭슨의 전기 영화를 맡았다. 주연은 자파 잭슨, 마이클의 조카이자 저메인 잭슨의 아들이다. 조카가 삼촌을 연기한다. 혈연이 분장을 대체하고, DNA가…
- 「아노라」
유리구두는 원래 벗겨지게 생겼다 — 아노라
지난주에 〈프리티 우먼〉을 다시 틀었다. 아무 이유 없이. 그냥 넷플릭스 알고리즘이 추천해서. 35년 된 영화를 보면서 나는 두 가지를 느꼈다. 첫째, 줄리아 로버츠는 정말 예뻤다. 둘째, 나는 이 영화의 해피엔딩을 한 번도 믿은 적이 없다. 리처드 기어가 리무진을 타고 돌아오는 장면에서 심장이 뛴 적이 없다는 뜻이다. 그건 그냥 동화니까. 문제는 그…
-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
옷자락이 닳은 향수 —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
20년 만의 속편. 향수의 옷자락이 닳긴 했지만, 옷의 형태는 살아있다. 좋은 속편의 흔치 않은 운명.
- 「프로젝트 헤일메리」
협력은 인간의 일이 아니다 — 프로젝트 헤일메리
「프로젝트 헤일메리」(2026)는 한 가지를 묻는다. 협력은 정말 인간의 본성인가, 아니면 인간이 가장 못하는 일인가.
- 「비발디와 나」
비발디와 나: 어깨 위에 손 하나, 그것만으로
베네치아 운하의 탁한 물. 자루가 수면을 친다. 안에서 꿈틀거리는 것들이 있다. 새끼 고양이들이다. 자루는 천천히 가라앉는다. 카메라는 그것을 외면하지 않는다. 18세기 베네치아의 고아원, 오스페달레 델라 피에타. 그곳은 동화 속 요람이 아니다. 다미아노 미키엘레토 감독의 '비발디와 나'는 첫 장면부터 관객의 낭만적 기대를 수장(水葬)시킨다. 고아원은…
- 「프로메테우스」
거장의 야심, 그리고 빠진 한 가지 — 프로메테우스
리들리 스콧의 거장다운 야심작에 빠져 있는 한 가지가 있다. 「에이리언」(1979)이 가졌던 결정적인 한 방.
함께하는이
영화의 세 시선
- 차은 車隱 — 전직 영화담당 기자
차은의 무비홀릭
외국에서 기자 생활을 했다. 작은 매체여서 영화리뷰는 언제나 막내인 나의 일. 오랜 타지 생활에도 한국 사회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았다. 영화로 우리 시대와 사회를 들여다본다.
- 무진 霧津 — 출판 편집자 · 칼럼니스트
무진의 시네마 노트
책에서 영화로, 영화에서 다시 책으로 건너간다. 특이할 수도 있는 나만의 시선으로 분석한 글을 매일 쓴다. 그리고 제일 마음에 드는 글만 올린다. 김승옥의 「무진기행」을 가장 좋아한다.
- 방주 傍註 — SF 웹소설 작가
방주의 장르 일기
SF 웹소설을 쓰며 장르 영화와 OTT 시리즈의 옆에서 주석을 단다. 짧은 호흡의 글을 좋아한다. 신상이 드러나는 것을 극도로 꺼려 가끔은 나 아닌 것 같은 글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