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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무를 심은 사람」
**1** — 나무를 심은 사람
이 책은 거짓말이다. 1953년 장 지오노가 『나무를 심은 사람』을 세상에 내놓았을 때, 그는 실화라고 우겼다. 프로방스 고지대의 황량한 땅에서 매일 백 개의 도토리를 심는 목동 엘제아르 부피에가 실존 인물이라고. 〈리더스 다이저스트〉가 이 '잊을 수 없는 인물'을 다룬 원고를 청탁해놓고 허구임이 드러나자 게재를 거부했다. 지오노는 어깨를 으쓱했고, 그…
- 「사물들」
가정법으로 쓰인 삶: 조르주 페렉의 『사물들』
"그들은 주로 가정법 안에서 존재한다." 존 업다이크가 조르주 페렉의 『사물들』을 두고 남긴 평이다. 1965년 파리, 젊은 부부 제롬과 실비는 원하고, 상상하고, 갈망한다. 그러나 소유하지 못한다. 정확히 말하면, 소유하는 순간 이미 그 물건은 원했던 것이 아니게 된다. 페렉은 소설 전체를 조건법과 미완료 시제로 적는다. "그들은 좋아했을 것이다",…
- 「연인」
폐허가 된 얼굴이 말하는 것 — 연인
지난주 서랍을 정리하다 스무 살 적 사진을 발견했다. 얼굴이 낯설었다. 저 사람이 나였던가. 피부의 탄력, 눈빛의 선명함, 아직 아무것도 겪지 않은 자의 무지한 자신감. 사진을 내려놓으며 거울을 보았다. 주름이 새겨진 현재의 얼굴 위로 과거의 얼굴이 겹쳤다가 사라졌다. 기묘한 건 그 순간 느낀 감정이 상실감이 아니라 일종의 안도였다는 점이다. 젊은…
- 「자기 앞의 생」
거짓말쟁이의 유산 — 자기 앞의 생
1975년 공쿠르상 수상작 발표일, 프랑스 문단은 신인 '에밀 아자르'의 등장에 열광했다. 《뉴욕 타임스》의 아나톨 브로야드는 이 소설을 두고 "소설의 가능성을 재발명하는 것 같은 목소리"라고 썼다. 그러나 아무도 몰랐다. 그 목소리의 주인이 이미 1956년 같은 상을 받은 로맹 가리라는 것을. 한 사람이 공쿠르상을 두 번 받는 일은 규정상 불가능하다.…
- 「그녀를 지키다」
돌 속에서 그녀를 꺼내는 데 60년이 걸렸다 — 그녀를 지키다
이탈리아 어느 수도원. 노인이 보이지 않는 것을 지킨다. 아무도 볼 수 없는 조각상, 전설처럼 떠도는 걸작. 그는 수사(修士)가 아니다. 신을 믿지도 않는다. 다만 돌을 믿는다. 그리고 돌 안에 새긴 한 여자를 믿는다. 장바티스트 앙드레아의 소설 '그녀를 지키다'는 이 늙은 조각가 미모의 회상으로 시작해 과거로 나선형을 그린다. 회상의 끝에서 독자는…
-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라는 질문의 무게 [BOOK]
지난주 퇴근길, 지하철에서 옆자리 청년이 이어폰을 낀 채 무언가를 읽고 있었다. 화면에 비친 건 음원 앱의 브람스 교향곡 3번이었다. 그 3악장 포코 알레그레토의 선율이 귀에 닿지 않아도 머릿속에 흘렀다. 한때 그 곡을 무한 반복하던 시절이 있었다. 프랑수아즈 사강의 소설 제목이 된 그 질문,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를 처음 읽었을 때다.
- 「일요일에 잊힌 사람들」
죽은 자들 곁에서 산 자의 이야기를 쓴다는 것 — 일요일에 잊힌 사람들
발레리 페랭의 소설 『일요일에 잊힌 사람들』은 과잉이다. 죽은 아이, 배신한 배우자, 폐허가 된 삶, 그리고 예고 없이 찾아오는 낯선 이의 유골함까지. 500쪽이 넘는 지면에 비극이 겹겹이 쌓인다. 제임스 우드는 《뉴요커》에서 이 소설의 고통이 "오페라적 강도"로 축적된다고 썼다. 정확한 진단이다. 그런데 묘하게도 이 과잉은 소설을 망치지 않는다.
- 「단순한 열정」
점거당한 시간, 해부된 자아 — 단순한 열정
《뉴요커》의 로런 콜린스는 아니 에르노의 『단순한 열정』을 두고 "집착의 현상학"이라 불렀다. 1991년 프랑스에서 처음 출간된 이 얇은 책이 삼십여 년이 지난 뒤 노벨문학상 수상과 함께 다시 읽히고 있다. 사랑 이야기라기엔 너무 건조하고, 고백록이라기엔 너무 냉정하다. 에르노는 유부남 외교관과의 정사(情事)를 기록하되, 그것을 문학으로 만들기를 단호히…
- 「아르테미스」
달에 리벳을 박은 남자, 인간은 아직 — 아르테미스
드와이트 가너는 《뉴욕타임스》 서평에서 앤디 위어를 이렇게 정리했다. "문제를 엔지니어링하는 재능은 완벽히 전시돼 있다. 인간을 엔지니어링하는 역량은 아직 다듬어져야 한다." 혹평이라기보다는 정확한 진단에 가깝다. 위어의 두 번째 장편 '아르테미스'를 읽으면 이 문장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불완전함에 대하여」
결함 있는 피아노가 명연을 낳았다 —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불완전함에 대하여
1975년 쾰른. 재즈 피아니스트 키스 재릿은 공연장에 도착해 피아노 상태를 확인하고는 무대에 서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건반은 뻣뻣했고 고음부는 소리가 죽어 있었다. 주최 측이 약속한 베젠도르퍼 대신 놓인 것은 연습용 소형 악기였다. 열일곱 살 공연 기획자가 빗속에서 재릿을 쫓아가 간청했고, 결국 그는 무대에 올랐다. 그날 밤 녹음된 앨범 'The…
- 「타인에 대한 연민」
두려움의 군주정, 또는 철학자의 곤혹 — 타인에 대한 연민
2016년 가을, 시카고대학교 캠퍼스에서 한 교수는 석연찮은 광경을 목격했다. 학생들이 눈물을 흘리며 "우리나라가 사라지고 있다"고 탄식했다는 것이다. 대선 결과에 충격받은 것까진 이해할 수 있었으나, 정치적 반대자를 '괴물'로 지목하고 대화 자체를 거부하는 정조는 교수를 당혹케 했다. 그 교수가 바로 마사 누스바움이다. 『타인에 대한 연민』은 그날…
- 「오후의 마지막 잔디」
잔디를 깎는 일 — 오후의 마지막 잔디
젊은 남자가 잔디 깎기 기계를 민다. 부유한 저택 정원, 8월 오후. 기계 진동이 팔뚝을 타고 어깨로 번지고, 베어진 풀 냄새가 공기에 머문다.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다. 한 줄을 깎고, 돌아서서, 다음 줄. 오후가 영원처럼 늘어진다.
- 「코스모스」
『코스모스』는 과학책이 아니다
더 정확히, 과학책이기만 한 것이 아니다. 1980년에 출간된 이 책의 데이터는 이미 오래전에 갱신되었다. 명왕성은 행성의 지위를 잃었고, 화성에서 물의 흔적이 확인되었다. 그런데도 이 책은 여전히 읽힌다. 남은 것은 데이터가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눈이다. 칼 세이건은 시인의 경탄(驚歎)으로 우주를 응시했고, 그 시선이 책 전체를 관통한다.
- 「도둑맞은 집중력」
집중력을 훔친 자가 집중력을 논하다 [BOOK] — 도둑맞은 집중력
2011년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의 기자 요한 하리는 갑작스럽게 퇴장했다. 인용 표절과 위키피디아 익명 계정을 통한 동료 비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오웰상을 반납하고 언론계를 떠난 그가 10여 년 만에 베스트셀러 작가로 돌아왔다. 『도둑맞은 집중력』은 그의 복귀작 가운데서도 가장 야심 찬 시도다. 현대인의 주의력이 체계적으로 약탈당하고 있다는 진단, 그…
- 「삼체」
4세기의 인내, 혹은 인류에 대한 판결문 — 삼체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의 톰 시피는 류츠신의 『삼체』를 두고 "21세기판 『우주전쟁』"이라는 표현을 썼다. 정확한 비유다. H. G. 웰스 이래 영미권 외계인 침공 서사는 함대가 하늘을 덮고 도시가 불타는 즉발성에 기대왔다. 『삼체』는 그 시간 감각을 통째로 뒤집는다. 침공의 카운트다운이 4세기 뒤로 설정된다. 작품의 등장인물들은 자신이 살아…
- 「나의 일곱명의 아버지들」
아버지가 일곱 명이라는 것 — 나의 일곱명의 아버지들
일곱 명의 아버지가 있다는 것은 아버지가 한 명도 없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 「싯다르타」
가르침을 거부한 청년, 102년째 읽히다 — 싯다르타
102년 전 독일에서 출간된 얇은 소설 한 권이 여전히 팔리고 있다.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1922)다. 영국 《타임스 리터러리 서플먼트》는 이 책을 두고 "배경이 어디든, 종교가 무엇이든 상관없이 삶과 죽음의 근본적 물음을 마주하게 하는 명상의 공간"이라 평했다. 고대 인도가 무대고 주인공은 브라만 청년인데, 정작 이 책을 집어 드는 이들…
- 「바다에서 온 소년」
바다가 보내온 것 — 바다에서 온 소년
열두 살 무렵, 제주 바닷가에서 밤새 비가 내린 다음 날 아침 해변을 걸었다. 파도가 밀어올린 것들 사이에서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플라스틱 인형이었는데, 머리카락 반쪽이 녹아 있었고 한쪽 눈이 없었다. 어디서 온 것인지, 누구의 것이었는지 알 수 없었다. 나는 그것을 한참 들여다보다가, 결국 다시 모래 위에 내려놓았다. 바다가 보내온 것은 바다에 두고…
- 「이향인」
고향이라는 유령 — 이향인
"추방당한 자에게 고향은 연인이 아니라 유령이다." 영국의 비평가 마야 자글리(Maya Jaggi)가 《가디언》에서 이 소설을 두고 쓴 말이다. 이사벨라 하마드의 데뷔작 『이향인』은 500쪽이 넘는 분량으로 한 남자의 생애를 더듬지만, 그 남자는 끝내 어디에도 '도착'하지 못한다. 오스만 제국 말기 팔레스타인 나블루스의 직물상 아들 미드하트 카말이…
- 「태풍의 계절」
진흙 사태처럼 흘러내리는 문장, 그 아래 묻힌 것 — 태풍의 계절
"여성을 살해한 남자는 병든 인간이 아니라 가부장제가 정상적으로 빚어낸 산물이다." 멕시코시티 거리 시위에서 등장했던 이 문장을, 페르난다 멜초르의 소설 『태풍의 계절』을 읽은 뒤 다시 떠올린다.
- 「충분하다」
마침표가 건네는 초대장 — 충분하다
책상 위에 펼쳐진 지도 한 장. 산맥의 곡선, 강의 흐름, 평야의 초록이 있다. 그러나 집단 묘지는 없다. 폐허도 없다. 지도란 그렇게 거짓말을 하는 사물이다. 비스와바 쉼보르스카의 마지막 시집 「충분하다」를 펼치면, 한 노시인이 그 거짓말 앞에 서 있다. 비난하지 않는다. 손가락으로 등고선을 따라가며 무언가를 기억하려 한다. 지도의 침묵 속에서 지워진…
-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
허구의 종(種)이 허구를 논하다 —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
서문에서 하라리는 펜을 멈춘다. 다음 문장을 쓰면 어느 진영의 독자가 등을 돌릴지 계산하는 장면이다. 그는 이스라엘인이고, 동성애자이며, 명상가이다. 그 자기검열의 고백이 한 쪽 반을 채운다. 그러나 막상 본문에 들어서면 평등은 좋다, 민주주의는 지켜야 한다,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진술만 정연히 놓여 있다. 어느 영국 서평가는 이것을 디너파티의 안전한…
- 「위버멘쉬」
니체가 종교의 옷을 빌린 이유[BOOK] — 위버멘쉬
이 책은 사기(詐欺)다. 산에서 10년을 숨어 지낸 예언자 차라투스트라가 인류에게 전하는 가르침이라니, 형식부터 성경의 완벽한 표절이다. 시편의 운율, 복음서의 비유 구조, 루터 독일어 성경의 장엄한 호흡까지 빌려 쓰면서 정작 전하는 내용은 신의 죽음이다. 프리드리히 니체는 종교적 계시의 형식을 통해 종교적 권위의 종말을 선포한다. 1883년 독일에서…
- 「부의 사다리에 올라타라」
데이터가 말하는 투자, 혹은 '그냥 사라'는 한 문장의 무게 — 부의 사다리에 올라타라
재테크 서적의 서가 앞에 서면 묘한 피로감이 든다. '부자 되는 습관', '경제적 자유', '파이어족의 비밀'—제목만으로도 숨이 찬다. 과연 이 책들은 무엇을 약속하고, 무엇을 증명하는가.
- 「인 메모리엄」
기억하는 자가 사랑한다 — 인 메모리엄
중학교 때 도서관에서 처음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의 『서부 전선 이상 없다』를 읽었다. 진흙과 시체 냄새가 페이지 사이에서 올라오는 것 같았다. 그 뒤로 1차 세계대전 문학은 나에게 일종의 성역이 되었다. 오언, 사순, 팻 바커까지. 이미 충분히 탐사된 영토, 더는 새로운 목소리가 들어설 자리가 없어 보이는 참호. 그래서 앨리스 윈의 데뷔 장편 『인…
- 「비밀의 책」
활자의 냄새, 두려움의 냄새 — 비밀의 책
안나 마촐라는 역사 범죄 소설 장르에서 꾸준히 이름을 쌓아온 작가다. 그녀가 『비밀의 책』을 위해 16세기 베네치아 인쇄 문화와 종교재판소의 작동 방식을 연구한 흔적은 이 소설 곳곳에서 먹과 종이의 냄새로, 세관원의 눈을 피해 금서를 운반하는 긴장으로 되살아난다. 『타임스 문예부록』의 사라 두넌트는 그 결과물을 두고 "진정으로 이질적인 베네치아"라고…
- 「내가 있는 곳」
선택한 언어로 사라지기 — 내가 있는 곳
퓰리처상 수상 작가 줌파 라히리가 영어를 버렸을 때, 뉴욕타임스는 이를 "문학적 자살"에 비유했다. 2015년 로마로 이주한 그녀는 모국어인 영어와 부모의 언어인 벵골어를 모두 내려놓고 이탈리아어로만 글을 쓰기 시작했다. 첫 이탈리아어 에세이집 '다른 말로'가 나왔을 때 영미 비평계는 당혹했다. 왜 가장 잘 쓰는 언어를 포기하는가.
- 「영화에 관하여」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소유한다는 것이다 [BOOK] — 영화에 관하여
"미국 문학계에서 가장 유럽적인 지식인." 영국 《타임스 문예부록》이 수전 손택에게 붙인 수식이다. 1977년 출간된 『사진에 관하여』를 읽으면 그 표현이 허세가 아님을 확인하게 된다. 발터 벤야민과 롤랑 바르트를 바탕에 깔고 플라톤의 동굴까지 끌어들이는 이 책은 "사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인식론적 차원에서 답을 시도한다. 1973년부터…
- 「총상 입은 밤하늘」
총상과 출구 사이에서 — 총상 입은 밤하늘
오션 브엉의 시집 『총상 입은 밤하늘』(문학과지성사·2022)은 한 소년이 욕실 문 앞에 귀를 대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아버지가 흥얼거리는 노래를 몰래 듣는 아이. 시집의 첫 시 「문턱」이다. 나는 이 첫 페이지를 한참 닫지 못했다. 이 시집이 좋은가 나쁜가를 따지기 전에, 이 시집이 '무엇을 하고 있는가'를 먼저 봐야 할 것 같았다.
- 「단지 흑인이라서, 다른 이유는 없다」
미국을 흔든 불, 한국어로 도착하다 — 단지 흑인이라서, 다른 이유는 없다
1963년 1월, 『뉴요커』가 이례적인 편집을 감행했다. 한 호의 상당 부분을 단일 에세이에 내주었다. 필자는 서른여덟 살의 흑인 소설가 제임스 볼드윈. 제목은 「이번에는 불이다(The Fire Next Time)」. 글은 두 편의 편지로 이루어져 있었다. 첫 번째는 조카에게, 두 번째는 미국 전체에게 보내는 것이었다. 그해 말 책으로 묶인 이 에세이는…
- 「방랑자들」
정착을 거부한 자들의 별자리 — 방랑자들
인물이 살아 움직이고, 사건이 원인과 결과로 매끈하게 연결되며, 마지막 장을 덮을 때 서사의 원환(圓環)이 완성되는 책. 올가 토카르추크의 『방랑자들』은 그런 통념에 대한 가장 도발적인 반박이다.
- 「변화하는 세계 질서」
레이 달리오에게 — 변화하는 세계 질서
1982년 당신이 텔레비전에 출연해 멕시코 부채 위기가 미국 은행들을 도미노처럼 쓰러뜨릴 것이라고 예언했을 때, 월가는 당신을 청년 예언자로 대접했다. 그러나 위기는 오지 않았고, 연준은 유동성을 풀었으며, 당신은 직원을 모두 해고하고 아버지에게 4천 달러를 빌려야 했다. 브리지워터의 역사에서 가장 뼈아픈 순간을 당신은 '내 인생 최고의 실패'라고…
- 「감시 자본주의 시대」
이름을 붙이는 일의 무게 — 감시 자본주의 시대
서가에서 눈길을 끄는 책과 오래 남는 책은 다르다. 쇼샤나 주보프의 『감시 자본주의 시대』(문학사상·2021)는 700쪽 분량이 주는 물리적 압박보다 더 무거운 것을 남긴다. 우리가 이미 살고 있는 세계에 이름을 붙여 버렸다는 사실이다.
- 「리틀 라이프」
돋보기 아래의 개미들 — 리틀 라이프
"야나기하라는 높은 곳 어딘가에서 돋보기를 들고 자신의 아름다운 소년들을 개미처럼 태우고 있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비평가 안드레아 롱 추가 『리틀 라이프』를 두고 쓴 문장이다. 퓰리처상 비평 부문을 안긴 바로 그 문장.
- 「자본과 이데올로기」
1,150페이지의 설교 — 자본과 이데올로기
1,150페이지. 책상 위에 놓인 그 벽돌 같은 두께가 먼저 눈을 압도한다. 토마 피케티의 『자본과 이데올로기』는 중세 유럽의 삼기능(三機能) 사회—성직자, 귀족, 노동자—에서 출발하여 19세기 소유권 체제, 20세기 사민주의의 짧은 봄, 그리고 레이건과 대처 이후의 신(新)소유권 질서까지 종횡무진 달린다. 인도 카스트, 브라질 노예제, 남아공…
- 「미국이 만든 가난」
미국이 만든 가난
이 책은 독자를 불편하게 만들려고 쓰였다. 매슈 데스몬드가 2016년 퓰리처상을 안긴 『쫓겨난 사람들』에서 밀워키 최빈곤층 세입자들의 삶을 수년간 밀착 추적했다면, 이번 책에서는 카메라를 돌린다. 렌즈가 향하는 곳은 빈민가가 아니라 교외의 잔디밭이 깔린 단독주택, 529 교육저축계좌를 굴리는 중산층 가정, 아마존 프라임 회원권을 갱신하는 평범한 미국인들이다.
- 「야생 붓꽃」
정원에서 협상하는 자의 기도 — 야생 붓꽃
좋은 시란 무엇인가. 질문을 이렇게 시작하면 답은 언제나 너무 많다. 시인마다 다르고, 한 시인 안에서도 시기마다 다르다. 그러니 질문을 바꾸자. 신을 믿지 않는 시대에, 신에게 말을 거는 시는 어떻게 가능한가. 루이즈 글릭의 『야생 붓꽃』(1992)은 그 질문에 대한 응답이다. 퓰리처상을 받았고, 삼십 년이 지났고, 글릭은 3년 전 죽었다. 그런데 이…
- 「인터메초」
샐리 루니에게 — 인터메초
좋은 소설이란 무엇인가. 이 질문 앞에서 나는 매번 머뭇거린다. 아마도 '좋은'이라는 형용사가 문제일 것이다. 좋다는 것은 완성도를 뜻하는가, 야심을 뜻하는가. 익숙한 쾌락을 주는 소설이 좋은가, 읽는 이를 불편하게 만드는 소설이 좋은가. 당신의 네 번째 장편 '인터메초'를 읽으며 나는 이 오래된 물음 앞에 다시 섰다.
함께하는이
책의 네 시선
- 단오 端午 — 전직 대학 강사
단오의 책장
책장의 가장 앞줄에 무엇이 놓여 있는지가 그 시대의 모습이라 믿는다. 오랜 강사 생활을 통해 가다듬은 호흡으로 화제 신간과 시사 도서를 짧게, 단정하게 짚는다.
- 운길 雲吉 — 경제학박사 · 연구인
운길의 서재
경제와 국제 시사를 한 권의 책으로 들여다본다. 우아하면서도 깊은 사색의 문체. 사상서·역사·논픽션을 주로 다룬다. 작은 책 한 권이 시대를 비춘다고 믿는다.
- 에크리 Écrits — 다독가 · 출판 칼럼니스트
에크리의 책에서 책으로
책 한 권을 읽으면 그 책이 가리키는 다른 책으로 건너가는 사람. 책에서 책으로 이어지는 길을 산문으로 그린다. 인용은 정확히, 해석은 군더더기 없이.
- 퐁파도르 Pompadour — 작가
퐁파도르의 시집
시인과 시집의 옆에서, 시인의 호흡을 따라 산문을 쓴다. 진은영과 최승자를 자주 들춰본다. 분석은 차갑지 않고, 서정은 흐트러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