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비평

집중력을 훔친 자가 집중력을 논하다 [BOOK] — 도둑맞은 집중력

「도둑맞은 집중력」 (Stolen Focus: Why You Can't Pay Attention—and How to Think Deeply Again) · 요한 하리 (Johann Hari) · 옮긴이 김하현 · 어크로스 · 2022

도둑맞은 집중력 표지
「도둑맞은 집중력」 (2022) 표지 © Open Library /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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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의 기자 요한 하리는 갑작스럽게 퇴장했다. 인용 표절과 위키피디아 익명 계정을 통한 동료 비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오웰상을 반납하고 언론계를 떠난 그가 10여 년 만에 베스트셀러 작가로 돌아왔다. 『도둑맞은 집중력』은 그의 복귀작 가운데서도 가장 야심 찬 시도다. 현대인의 주의력이 체계적으로 약탈당하고 있다는 진단, 그 범인으로 빅테크와 자본주의를 지목하는 고발. 책은 출간 직후 영미권 논픽션 목록 상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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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리는 열두 가지 요인을 병렬로 세운다. 스마트폰 알림, 소셜미디어의 보상 설계, 수면 부족, 어린이 야외놀이의 소실, 감시 자본주의. 트리스탄 해리스 같은 빅테크 내부고발자, 제임스 윌리엄스 같은 전직 구글 윤리학자의 증언이 각 장을 떠받친다. 개인의 의지 박약으로 치부되던 주의력 결핍(注意力缺乏)을 시스템 차원의 문제로 끌어올린 점은 분명 의미가 있다. 끊임없이 흐르는 알림이 작업기억을 과부하시킨다는 신경과학적 설명, 자유로운 놀이가 사라지면서 아이들의 자기조절 능력이 약해진다는 발달심리학적 서술은 임상 현장의 직관과도 맞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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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비평가들의 시선은 차갑다. 킹스 칼리지 런던의 심리학자 스튜어트 리치는 책 176쪽을 결정적 자기파괴로 읽는다. 거기서 하리 스스로 ‘인간의 집중 능력이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했는지 추적한 장기 연구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인정하기 때문이다. 책 전체 논지의 토대가 흔들리는 문장이다. 케임브리지의 심리학자 테리 앱터는 셰리 터클, 캐서린 프라이스, 애덤 알터가 이미 다룬 영역을 마치 처음 발견한 듯 포장하는 ‘발견의 수사학’을 지적한다. 열두 요인의 인과적 무게가 가늠되지 않은 채 ‘현대 사회가 우리 정신을 갉아먹는다’는 모호한 종합으로 수렴된다는 것이다. 가장 날카로운 질문은 아이리시 타임스의 휴 라이넌이 던진다. 사회적 공황을 양산하는 서사라면 검증 없이도 잘 팔리는 출판 시장의 구조가, 표절로 한 번 퇴장당한 저자를 거듭 재등장시키는 건 아닌가. 信賴性(신뢰성)을 의심받은 저자가 출처 검증이 핵심인 과학 저널리즘을 쓴다는 역설을 그는 외면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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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의사 수 스튜어트-스미스의 말이 남는다. 통계의 견고함보다 시대의 증상을 호명하는 능력이 이 책의 힘이라고 그녀는 적었다. 틀린 말은 아니다. 다만 그 호명이 정확한 좌표 없이 불안만 남긴다면, 독자는 책을 덮고도 ‘내가 무엇부터 바꿔야 하는가’를 알 수 없다. 이 칼럼을 쓰는 동안에도 나는 세 번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그 손을 비판하는 일과 그 손의 원인을 정직하게 추적하는 일은 다르다. 당신의 집중력은 한정되어 있다. 이 책에 쓸 것인지, 더 정직한 저자에게 돌릴 것인지는 각자의 선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