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비평

이름을 붙이는 일의 무게 — 감시 자본주의 시대

「감시 자본주의 시대」 (The Age of Surveillance Capitalism: The Fight for a Human Future at the New Frontier of Power) · 쇼샤나 주보프 (Shoshana Zuboff) · 옮긴이 김보영 · 문학사상 · 2019

감시 자본주의 시대 표지
「감시 자본주의 시대」 (2019) 표지 © Open Library / 출판사

서가에서 눈길을 끄는 책과 오래 남는 책은 다르다. 쇼샤나 주보프의 『감시 자본주의 시대』(문학사상·2021)는 700쪽 분량이 주는 물리적 압박보다 더 무거운 것을 남긴다. 우리가 이미 살고 있는 세계에 이름을 붙여 버렸다는 사실이다.

흩어진 장면에 좌표를 찍다

주보프가 발견한 것은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검색 기록이 광고로 둔갑하고, 음성비서가 24시간 귀를 열고 있으며, 포켓몬 고가 도시 공간을 데이터 채굴장으로 바꾸는 장면은 우리 모두 목격해 왔다. 저자의 기여는 이 흩어진 사건들을 하나의 축적(蓄積) 양식으로 묶어낸 데 있다. 상품, 대량생산, 관리자본주의, 금융자본주의를 거쳐 자본주의는 이제 ‘행동 예측의 착취’라는 새 단계에 도달했다. 토마 피케티가 불평등에 좌표를 찍었듯, 주보프는 감시에 좌표를 찍었다. 가디언이 이 책을 『21세기 자본』에 비견한 이유다.

예측은 조종인가

그러나 예측 상품이 실제로 인간 행동을 얼마나 통제하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런던 리뷰 오브 북스의 도널드 매켄지는 광고 업계 인터뷰와 학계 연구를 토대로, 디스플레이 광고가 구매로 이어지는 인과(因果) 효과는 주보프가 시사하는 것보다 훨씬 작다고 지적한다. 이베이가 연간 5천만 달러의 검색 광고비를 끊었을 때 트래픽이 거의 줄지 않았다는 실험은 유명하다. 데이터의 ‘양’이 곧바로 행동 통제의 ‘힘’이 되는 것은 아닐 수 있다. 주보프의 은유는 강렬하지만, 광고 시장의 미시 구조—실시간 입찰, 쿠키 동기화, 핑거프린팅 같은 인프라—는 충분히 들여다보지 않았다는 비판이 뒤따른다.

돌연변이인가, 본질인가

가장 날카로운 반론은 예브게니 모로조프에게서 나온다. 그는 주보프가 감시 자본주의를 자본주의의 ‘돌연변이’로 규정하는 순간, 그것과 대비되는 ‘정상 자본주의’가 어딘가에 있다고 전제하게 된다고 본다. 그러나 소비자 주권에 응답하는 시장은 역사 어디에도 실재한 적이 없다. 데이터 추출과 행동 예측은 보험, 신용평가, 노동 통제에서 디지털 이전부터 작동하던 자본의 일반 논리였다. 모로조프의 요약은 신랄하다. “자본주의를 말하지 않으면서 감시 자본주의를 말하는 책.”

처방의 빈자리

진단(診斷)의 풍부함에 비해 처방은 얇다. 주보프는 ‘민주주의의 복원’과 ‘시민의 권리회복’을 호소하지만, 그 구체적 경로는 모호하다. 700쪽의 분노가 규제 한 줌과 도덕적 당위로 환원될 위험을 안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이 책이 남기는 것은 “이것은 괜찮지 않다(It is not O.K.)“라는 단언이다. 적어도 다음 세대 앞에서 ‘몰랐다’는 변명은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됐다.

나는 이 책을 읽고 스마트폰을 덜 들여다보겠다고 다짐했다. 물론 그 다짐은 정확히 사흘을 버텼다. 감시 자본주의는 비평가의 의지력보다 오래 살아남는 구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