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비평
니체가 종교의 옷을 빌린 이유[BOOK] — 위버멘쉬
「위버멘쉬」 (Also sprach Zarathustra: Ein Buch für Alle und Keinen (Thus Spoke Zarathustra: A Book for All and None)) · 프리드리히 니체 (Friedrich Nietzsche) · 옮긴이 어나니머스 · 18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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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사기(詐欺)다. 산에서 10년을 숨어 지낸 예언자 차라투스트라가 인류에게 전하는 가르침이라니, 형식부터 성경의 완벽한 표절이다. 시편의 운율, 복음서의 비유 구조, 루터 독일어 성경의 장엄한 호흡까지 빌려 쓰면서 정작 전하는 내용은 신의 죽음이다. 프리드리히 니체는 종교적 계시의 형식을 통해 종교적 권위의 종말을 선포한다. 1883년 독일에서 처음 나온 이 산문시가 오늘날까지 ‘사상의 다이너마이트’로 불리는 이유다.
2
핵심 개념(槪念)은 ‘위버멘쉬’다. 초인(超人), 과인(過人) 등으로 옮겨지는 이 존재는 생물학적 진화가 아니라 정신적 도약을 가리킨다. 기존 도덕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인간이 아니라 스스로 가치를 창조하는 인간. 니체가 보기에 기독교와 민주주의는 약자의 도덕, 무리의 도덕이다. 그 체계가 무너진 자리에서 인류는 선택의 기로에 선다. 허무주의의 늪에 빠지거나, 의미를 스스로 지어 올리거나. 《타임스 리터러리 서플리먼트》가 이 책을 ‘체계적 해석에 저항하는 교향곡’이라 평한 것은 정확하다. 니체 본인도 이 책이 음악이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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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회귀(永遠回歸)는 이 책의 가장 무서운 사유 실험이다. 지금 이 순간이 영원히 반복된다면, 당신은 자신의 삶을 긍정할 수 있는가. 고통까지 포함해서. 이것은 기독교적 구원—내세에서 보상받는다는 약속—의 정확한 대척점이다. 니체는 저 너머의 세계를 부정하고 이 세계 안에서의 완전한 긍정을 요구한다. 삶을 그토록 사랑해서 그 무한 반복을 기꺼이 원할 수 있는 자만이 위버멘쉬에 가까워진다. 《가디언》은 이를 ‘순전히 내재적인 구원’이라 불렀다. 천국 없는 구원. 신 없는 성스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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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 책이 다시 읽히는 이유는 명백하다. ‘신은 죽었다’는 진단이 21세기에야 대중적 현실이 됐기 때문이다. 종교 인구는 줄고, 전통적 가치 체계는 흔들리고, 의미의 공백 위에서 사람들은 자기계발서와 알고리즘에 삶을 맡긴다. 니체가 경고한 ‘마지막 인간’—편안함만 추구하며 아무것도 창조하지 않는 존재—이 어쩌면 우리 시대의 초상일지 모른다. 그렇다면 질문은 이것이다. 신의 빈자리를 채우는 것이 정말 인간 자신일 수 있는가, 아니면 그 자리에는 아무것도 들어앉지 못하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