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비평

데이터가 말하는 투자, 혹은 '그냥 사라'는 한 문장의 무게 — 부의 사다리에 올라타라

「부의 사다리에 올라타라」 (Just Keep Buying: Proven Ways to Save Money and Build Your Wealth) · 닉 매기울리 (Nick Maggiulli) · 옮긴이 박슬라 · 리더스북 · 2022

부의 사다리에 올라타라 표지
「부의 사다리에 올라타라」 (2022) 표지 © Open Library / 출판사

재테크 서적의 서가 앞에 서면 묘한 피로감이 든다. ‘부자 되는 습관’, ‘경제적 자유’, ‘파이어족의 비밀’—제목만으로도 숨이 찬다. 과연 이 책들은 무엇을 약속하고, 무엇을 증명하는가.

숫자가 신화를 깨뜨릴 때

《파이낸셜타임스》의 로빈 위글스워스는 닉 매기울리의 책을 두고 “매력적인 서사 대신 증거를 따르는 자의 기록”이라 평했다. 미국 투자자문사 리졸츠 웰스 매니지먼트의 최고운영책임자(COO)이자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인 저자는 ‘오브 달러스 앤드 데이터’라는 블로그로 이름을 알렸다. 그의 글쓰기는 구루(導師)의 선언이 아니라 스프레드시트의 언어에 가깝다.

책의 원제는 ‘Just Keep Buying’이다. 그냥 계속 사라. 너무 단순해서 조언 같지도 않다. 그러나 매기울리는 수십 년 치 시장 데이터를 동원해 이 한 문장이 왜 대부분의 ‘전략적’ 투자를 이기는지 입증한다. 이른바 ‘저점 매수(buy the dip)’ 전략—시장이 떨어질 때까지 기다렸다 사겠다는 심산—이 정기 매수보다 나은 결과를 낳는 경우는 통계적으로 드물다는 것이다.

심리라는 이름의 함정

흥미로운 것은 저자가 숫자 너머의 문제를 외면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최적의 전략을 안다고 해서 그것을 실행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공포, 과신(過信), 통제의 환상—이 심리적 장벽들이 투자자의 발목을 잡는다. 매기울리는 행동경제학의 언어를 빌려 왜 우리가 ‘알면서도 못 하는지’를 설명한다.

책은 또 하나의 통념(通念)을 뒤집는다. ‘절약이냐 수입 증가냐’라는 오래된 질문에 대해, 저자는 일정 소득 이상에서는 지출 최적화보다 소득 증대가 자산 형성에 더 큰 지렛대가 된다고 분석한다. 절약 만능주의에 대한 반론이다.

한계, 그리고 그 너머

물론 이 책이 만능은 아니다. 미국 시장 데이터에 기반한 낙관이 다른 경제권에도 적용될지는 불확실하다. 부의 불평등이나 구조적 진입 장벽(障壁) 같은 문제는 시야 밖에 있다. ‘그냥 사라’는 조언은 ‘살 돈이 있는 자’에게만 유효하다는 비판도 가능하다.

그럼에도 이 책은 재테크 서적 시장에서 보기 드문 정직함을 갖췄다. 확신 대신 범위를, 약속 대신 확률을 제시한다. 나 역시 온갖 투자 서적을 읽으며 ‘이번엔 다르다’는 유혹에 빠진 적이 있으니 자격 있는 비평가는 아닐 터다.

주식시장이 흔들릴 때마다 전문가들은 ‘지금이 기회’라거나 ‘조정이 더 온다’고 말한다. 그 예언들이 얼마나 들어맞았는지, 아무도 정산하지 않는다. 매기울리의 책은 묻는다. 당신은 ‘맞히는 자’가 되고 싶은가, ‘버티는 자’가 되고 싶은가. 대부분의 사람에게 후자가 더 현실적이라는 것, 그게 데이터가 말하는 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