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비평
아버지가 일곱 명이라는 것 — 나의 일곱명의 아버지들
「나의 일곱명의 아버지들」 (Mine syv fedre (My Seven Fathers)) · 안드레브 발덴 (Andrev Walden) · 옮긴이 이민희 · 2020
일곱 명의 아버지가 있다는 것은 아버지가 한 명도 없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노르웨이 작가 안드레브 발덴의 자서전적 소설 『나의 일곱명의 아버지들』은 이 역설로부터 출발한다. 어머니의 파란만장한 삶에 들고 난 일곱 남자들 — 알코올 중독자, 폭력의 화신, 방치의 달인, 드물게 다정함의 순간을 안긴 이들 — 이 차례로 스쳐 지나가는 동안 어린 안드레브는 ‘아버지’라는 언어가 지시하는 대상이 무엇인지 끝내 파악하지 못한다.
《커커스 리뷰스》의 어느 평자는 이 책을 “생존과 자기 발명의 기록”이라 불렀는데, 그 표현에는 미묘한 가시가 숨어 있다. 발덴은 스스로를 피해자로만 그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이 물려받은 기능 장애의 순환, 타인에게 가했던 잔인함, 학습된 행동 양식을 끈질기게 심문한다. 고통의 기록이되 자기 연민의 기록은 아닌 것이다.
구조 자체가 파편적이다. 시간은 직선으로 흐르지 않고, 성인의 회고와 아이의 지각이 뒤섞이면서 독자는 인과를 스스로 조립해야 한다. 이 형식적 선택은 트라우마가 선형적 시간을 붕괴시킨다는 사실의 형상화이기도 하다. 크나우스고르나 에두아르 루이의 자전적 글쓰기와 비교되는 것은 그래서다 — 타인의 사생활을 담보로 한 급진적 노출, 불편함을 감수하는 자기 해부라는 점에서.
그러나 발덴의 것은 크나우스고르처럼 팽창하지 않는다. 오히려 밀실에 가깝다. 부재와 현존 사이를 오가는 아버지들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책은 주제적 응집력을 얻되, 그 대가로 숨통이 조여드는 느낌을 피할 수 없다. 새 아버지가 도착할 때마다 권위를 확립하려는 기괴한 의식들 — 그것을 묘사하는 대목은 어둠 속 희극에 가깝다. 그 웃음은 구원의 웃음이 아니다. 고통으로부터의 도피가 아니라 고통 위에 덧칠해진 텍스처에 불과하다.
가족이란 무엇인가, 라는 물음은 늘 추상 속에서만 아름다울 뿐 현실에서는 대개 추악한 협상의 연속이다. 안정된 남성 모델 없이 자라난다는 것, 권위의 원천이 생물학적이지도 법적이지도 도덕적이지도 않은 자리에서 반복적으로 자의적 힘에 노출된다는 것 — 발덴은 그 경험을 멜로드라마로 부풀리지 않는다. 짧은 서술문, 은유의 절약. 감정이 터질 때 그것은 억눌려 왔기에 더 무겁게 다가온다.
오늘날 ‘아버지의 부재’는 사회학적 통계가 되었다. 한부모 가정, 이혼율, 유기의 수치들. 그러나 그 숫자 뒤에는 각각의 아이가 스스로 자아를 건축해야 했던 고독한 시간이 숨어 있다. 발덴의 책은 그 시간의 질감을 문장으로 옮긴 드문 사례다.
책은 치유로 끝나지 않는다. 화해도 없다. 다만 자신이 무엇을 짊어지고 있는지 의식하게 된 한 사람의 기능적 생존이 있을 뿐이다. 일곱 명의 아버지가 남긴 유일한 유산이 있다면 아마 이것일 터다 — 내가 되지 말아야 할 것을 배웠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