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비평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소유한다는 것이다 [BOOK] — 영화에 관하여
「영화에 관하여」 (On Photography) · 수전 손택 (Susan Sontag) · 옮긴이 홍한별 · 이후 · 1977
“미국 문학계에서 가장 유럽적인 지식인.” 영국 《타임스 문예부록》이 수전 손택에게 붙인 수식이다. 1977년 출간된 『사진에 관하여』를 읽으면 그 표현이 허세가 아님을 확인하게 된다. 발터 벤야민과 롤랑 바르트를 바탕에 깔고 플라톤의 동굴까지 끌어들이는 이 책은 “사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인식론적 차원에서 답을 시도한다. 1973년부터 1977년까지 《뉴욕 리뷰 오브 북스》에 발표한 여섯 편의 에세이를 묶은 이 책은 부분의 합을 초월하는 하나의 사상으로 응축됐다.
손택의 핵심 주장은 불편하다. 사진은 현실을 기록하는 게 아니라 대체(代替)한다. 찍히지 않은 순간은 덜 실재하는 것처럼 느껴지고, 찍힌 순간만이 기억될 자격을 얻는다. 손택은 우리를 “이미지 중독자”라 불렀다. 경험 그 자체보다 경험의 사진이 더 중요해진 시대. 여행은 촬영을 위한 동선으로 전락하고, 풍경은 피사체로 축소된다. 관광과 자본주의, 그리고 손택이 “미학적 소비주의”라 부른 현상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사진은 보는 방식이 아닌 소유하는 방식으로 기능한다. 찍는다는 것은 잡는다는 것이고, 담는다는 것은 가진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특히 날카로운 대목은 미국 사진작가 다이앤 아버스에 대한 분석이다. 기인·장애인·소외된 자를 렌즈에 담았던 아버스의 작업을 손택은 단순한 휴머니즘으로 읽지 않는다. 카메라는 늘 찍는 자와 찍히는 자 사이에 권력의 선을 긋는다. 공감의 표정 뒤에 숨은 관음증, 그것이 손택이 읽어낸 사진의 본질이다. 월트 휘트먼의 민주적 시야에서 워커 에반스를 거쳐 아버스의 기괴한 피사체들로 이어지는 미국 사진의 계보를 그녀는 예리하게 추적한다.
손택은 고통의 이미지에도 메스를 댄다. 전쟁·기아·재난의 사진이 처음엔 양심을 일깨우지만, 반복 노출되면 오히려 감각을 무디게 한다고 지적한다. 그녀가 “연민 피로”라 부른 이 현상은 미디어를 통해 참극을 ‘소비’하는 현대인의 감정 구조를 꿰뚫는다. 아우슈비츠와 그랜드캐니언이 똑같이 평평한 인화지 위에서 미학적 경험으로 등치되는 그로테스크함. 사진이 만들어낸 세계의 민주화는 동시에 모든 것의 평준화이기도 하다.
물론 손택의 논지가 완벽하지는 않다. 가족 스냅숏과 도로시어 랭의 대공황 다큐멘터리를 같은 범주에 놓는 것은 무리가 있다. 개별 사진을 사진으로 읽기보다 ‘사진 일반’을 철학적으로 총괄하려는 그녀의 야심은 때로 세부를 삭제한다. 다양한 사진 실천 사이의 차이보다 구조적 유사성에 주목하는 방법론은 일부 독자에게 지나친 일반화로 비칠 수 있다. 그럼에도 이 책이 반세기 가까이 고전으로 남은 이유는 질문의 깊이 때문이다. 손택은 사진 비평을 쓴 게 아니라 시각 경험의 현상학을 써냈다. 《뉴욕타임스》가 이 책을 “단순한 에세이 모음이 아닌 지적 사건”이라 평한 것은 그래서다.
이 책이 쓰인 1970년대에 카메라는 아직 특별한 물건이었다. 코닥과 라이카가 세상을 바꾸고 있었지만, 사진을 찍는 행위는 여전히 일상에서 한 발 떨어진 의례에 가까웠다. 반세기가 지난 지금, 인류는 하루에 수십억 장의 사진을 찍는다. 손택이 “이미지 중독”이라 불렀던 증상은 이제 문명의 기본 조건이 됐다. 오늘 인스타그램에 올린 당신의 그 사진은 “무엇을 봤는지”의 기록인가, “무엇을 가졌는지”의 증표인가. 손택의 질문은 예언이 아니라 진단이었다. 환자는 악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