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비평

바다가 보내온 것 — 바다에서 온 소년

「바다에서 온 소년」 (The Boy from the Sea) · 개럿 카 / Garrett Carr · 옮긴이 이은선 · 문학동네 · 2020

열두 살 무렵, 제주 바닷가에서 밤새 비가 내린 다음 날 아침 해변을 걸었다. 파도가 밀어올린 것들 사이에서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플라스틱 인형이었는데, 머리카락 반쪽이 녹아 있었고 한쪽 눈이 없었다. 어디서 온 것인지, 누구의 것이었는지 알 수 없었다. 나는 그것을 한참 들여다보다가, 결국 다시 모래 위에 내려놓았다. 바다가 보내온 것은 바다에 두고 가야 할 것 같았다.

개럿 카의 소설 『바다에서 온 소년』을 읽으며 그 기억이 떠올랐다. 북아일랜드의 외진 해안 마을에 한 소년이 밀려온다. 열다섯 살쯤으로 보이는 그는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서 왔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말을 거의 하지 않는다. 마을 사람들은 이 낯선 존재를 두고 갈피를 잡지 못한다. 어떤 이는 보호하려 하고, 어떤 이는 의심하며, 어떤 이는 소유하려 든다.

《가디언》의 저스틴 조던은 이 소설을 두고 “지도제작자의 정밀함과 시인의 절제”를 갖췄다고 썼다. 정확한 진단이다. 개럿 카는 경계(境界) 지역에 대한 논픽션으로 알려진 작가인데, 그의 문장은 풍경을 묘사할 때조차 위도와 경도를 재는 것처럼 정확하면서도, 그 정확함 속에 공허가 스며든다. 소년은 아무것도 설명하지 않고, 소설도 아무것도 해명하지 않는다. 이 침묵(沈默)이 불편한 독자가 있을 것이다. 나도 처음엔 그랬다.

그러나 모호함이야말로 이 소설의 핵심이다. 소년은 빈 캔버스와 같아서, 마을 사람들은 거기에 자신들의 두려움과 욕망을 투영한다. 난민인가, 가출 소년인가, 범죄자인가. 소설은 끝까지 답을 주지 않는다. 답이 없다는 것 자체가 답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낯선 존재를 만났을 때 먼저 하는 일은 그를 분류하는 것이다. 분류할 수 없을 때 우리는 불안해진다. 그 불안이 어디로 향하는지—환대로, 배척으로, 또는 망각으로—를 이 소설은 차갑게 관찰한다.

비평가로서 나는 이 작품의 인물들이 다소 도식적이라는 불만을 적어야 할지 모른다. 적겠다. 그러나 그것이 이 소설의 치명적 결함인지는 모르겠다. 200페이지 남짓한 이 소설은 촘촘하게 짜인 우화에 가깝고, 우화의 인물들은 원래 어느 정도의 유형성을 갖는다. 바다와 땅의 경계는 우리가 세우는 모든 경계의 은유가 된다. 투과 가능하지만 위험한 경계. 그 경계 앞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하는가.

요즘 뉴스를 보면 ‘불법체류자’라는 단어가 자주 눈에 들어온다. 농촌에서, 공장에서, 식당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어느 날 갑자기 쫓겨나는 이야기. 그들도 어디선가 밀려온 사람들이다. 우리는 그들을 어떻게 분류했는가. 분류한 뒤에 무엇을 했는가. 『바다에서 온 소년』은 그 질문을 직접 던지지 않는다. 그저 바다를 보여줄 뿐이다. 회색빛이고, 차갑고, 무심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