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비평
문워커: MTV 시대의 가장 값비싼 자기모순
「문워커」 (Moonwalker) · 제리 크레이머, 콜린 칠버스 (Jerry Kramer, Colin Chilvers) · 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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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실패했다. 상업적으로가 아니라 존재론적으로 그렇다. ‘문워커’는 뮤직비디오를 장편 극영화로 늘리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보여주는 대규모 실험이었고, 그 실험은 정확히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좌초했다. 2700만 달러라는 당시로서는 경악스러운 제작비, ILM의 최첨단 특수효과, MTV가 키운 스타의 절정기 권력. 이 모든 것이 결집했음에도 결과물은 어린이에게는 너무 폭력적이고, 성인에게는 너무 유치하며, 영화광에게는 너무 산만한 무엇이 됐다. 조 페시가 연기하는 마약상 악역, 마이클 잭슨이 스포츠카로 변신했다가 다시 거대 로봇으로 바뀌는 전개. 이것이 한 편의 영화로 묶여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다. ‘버라이어티’는 이 작품을 “1980년대 후반 팝 문화 과잉의 타임캡슐”이라 불렀는데, 타임캡슐이란 말은 대체로 완곡한 비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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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완전한 실패라 단정(斷定)하기에는 이 영화 한가운데에 40분짜리 기적이 놓여 있다. ‘Smooth Criminal’ 시퀀스다. 촬영감독 존 호라가 재현한 1930년대 스피크이지는 단순한 무대가 아니었다. 그것은 마이클 잭슨의 몸이 물리법칙을 위반하는 것이 자연스러워 보이는 세계였다. 프레드 아스테어의 우아함과 외계인의 기이함이 공존하는 그 춤. 특수 제작된 신발과 바닥 장치로 구현한 중력 역행 기울기. 이것은 MGM 황금기 이후 미국 뮤지컬 영화에서 좀처럼 볼 수 없던 안무였다. 마이클 잭슨이라는 존재가 무대 위에서 어떤 지점까지 도달할 수 있는가에 대한 결정적 시각 기록이 바로 여기에 있다. ‘Leave Me Alone’ 역시 타블로이드 문화에 대한 신랄한 초현실주의적 응답으로서 나름의 성취를 보인다. 신문 헤드라인을 물리적으로 피해 다니는 이미지는 피터 팬 페르소나 아래 숨은 예술가의 분노를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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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워커’가 던지는 질문은 결국 이것이다. 한 명의 팝스타에게 무제한의 자원을 주면 무엇이 탄생하는가. 답은 명료(明瞭)하다. 위대함과 허무함이 한 프레임 안에 공존하는 괴물이 태어난다. 1980년대는 MTV가 음악과 영상의 경계를 허문 시대였고, 마이클 잭슨의 ‘스릴러’가 그 혁명의 기점이었다. ‘문워커’는 그 혁명이 끝까지 밀고 나가면 어디에 도달하는지 보여준다. 영상의 승리(勝利)이자 서사의 패배. 스펙터클의 완성이자 의미의 부재. 영국 ‘가디언’의 한 비평가가 썼듯, 이 영화는 “무제한 자원이 편집적 절제 없이 투입될 때의 위험”을 증명한다. 그렇다면 이 글은 무엇을 증명하는가. 40분짜리 걸작을 위해 90분을 참아야 하는 영화에 대해 600자를 더 쓴 평론가의 인내심 부족을 증명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