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비평
절대반지가 사라진 뒤, 남는 것 —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 (The Lord of the Rings: The Return of the King) · 피터 잭슨 (Peter Jackson) · 2003
1.
물속으로 빠져드는 금빛 고리 하나. 스미골의 손가락이 데아골의 목을 조르는 순간, 피터 잭슨의 카메라는 반지를 향한 인간(혹은 호빗)의 욕망이 얼마나 추악한 형태로 귀결되는지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은 이 회상으로 문을 연다. 뉴욕타임스의 A.O. 스콧은 이 3부작을 “최근 기억에서 가장 야심 찬 영화적 시도”라 평했는데, 그 야심의 정체는 단순한 스케일이 아니다. 10시간에 걸친 서사가 결국 도달하는 지점이 권력에 대한 집착과 그것의 파멸(破滅)이라는 점에서, 이 판타지는 현실의 거울이 된다.
2.
미나스 티리스 공성전은 디지털 군단과 실제 배우가 뒤섞여 전쟁의 혼돈을 재현한다. 수천의 오크, 날아드는 나즈굴, 거대 코끼리 무마킬. 잭슨은 이 광란의 한복판에서도 개인의 서사를 놓치지 않는다. 로한의 기마대가 돌격할 때 관객이 숨을 멈추는 이유는 기술적 경이(驚異)가 아니라 세오덴 왕의 최후를 예감하기 때문이다. 한편 운명의 산을 향해 기어오르는 프로도와 샘의 여정은 전쟁과 대비되는 고요 속에서 진행된다. 숀 애스틴이 연기한 샘이 프로도를 등에 업고 화산을 오르는 장면은 우정이라는 단어가 얼마나 무거운 무게를 감당할 수 있는지를 증명한다. 앤디 서키스의 골룸은 모션캡처 기술의 혁신을 넘어 비극적 인물로 완성된다. 그의 파멸은 반지의 소멸과 동시에 일어나며, 이 순간은 단순한 악당의 퇴장이 아니라 욕망에 사로잡힌 존재의 필연적 종말을 보여준다.
3.
여러 겹의 엔딩이 지루하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회색 항구에서 프로도가 배에 오르는 장면은 10시간의 여정에 대한 정당한 작별이다. 하워드 쇼어의 음악이 애니 레녹스의 목소리와 함께 흐를 때, 모든 것이 끝났음을 받아들이게 된다. 이 3부작이 톨킨의 원작을 영화로 옮긴 것인지, 아니면 영화라는 매체가 문학을 넘어선 순간인지는 아직도 논쟁거리다. 분명한 것은 이 작품이 블록버스터라는 형식 안에서 깊이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나 역시 극장에서 세 번을 봤고, 세 번 모두 회색 항구에서 울었다. 평론가로서 냉정을 유지해야 하는데, 이 영화 앞에서는 매번 실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