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비평
단풍잎과 회로 사이 — 와일드 로봇
「와일드 로봇」 (The Wild Robot) · 크리스 샌더스 (Chris Sanders) · 2024
기계가 그리움을 학습할 수 있을까. 「인디와이어」의 데이비드 얼리히가 이 영화의 핵심을 짚었다. 가을 낙엽이 휘날리는 숲 속에서 로봇 로즈가 홀로 서 있다. 입양한 새끼 기러기가 비행 연습에서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장면. 기다림을 픽셀과 폴리곤으로 구현한 그 장면에는 실사가 닿지 못하는 무언가가 있다.
크리스 샌더스 감독은 「릴로 & 스티치」와 「드래곤 길들이기」로 진심을 다룰 줄 아는 연출가임을 입증한 바 있다. 「와일드 로봇」은 그의 작품 중 가장 순수한 감정선을 지닌다. 무인도에 표류한 서비스 로봇 로즈(루피타 뇽오)가 기러기 가족을 실수로 죽이고, 유일하게 살아남은 새끼 브라이트빌을 키우는 이야기. 자칫 신파로 흐를 수 있는 설정을 샌더스는 직선으로 밀어붙인다.
인공적인 것과 자연적인 것
드림웍스가 쏟아부은 공력은 화면 곳곳에서 확인된다. 모네와 지브리가 뒤섞인 듯한 수채화적 화풍, 계절의 변화를 물감이 번지듯 표현한 색채 설계. 캐릭터들은 의인화와 동물적 사실성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다. 페드로 파스칼이 연기한 여우 핑크는 기회주의자에서 점차 진짜 친구로 변모하는데, 그 과정이 억지스럽지 않다.
영화가 다루는 주제—자연과 기술, 생물학적 가족과 선택한 가족—는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로즈가 진짜 감정을 느끼는 것인가, 아니면 감정을 시뮬레이션하는 것인가. 영화는 이 구분 자체가 무의미할 수 있음을 암시한다. 성공적인 양육이란 결국 떠나보내는 일임을 이해하는 작품이다. 이 정도의 섬세함이라면 내가 글로 설명하려 드는 것 자체가 민망해지는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