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비평
춤을 멈출 수 없었던 남자가 남긴 마지막 리허설 — 마이클 잭슨의 디스 이즈 잇
「마이클 잭슨의 디스 이즈 잇」 (This Is It) · 케니 오르테가 (Kenny Ortega) · 2009
케니 오르테가 감독은 잭슨의 마지막 순간을 기억한다. 2009년 6월, LA 스테이플스 센터에서의 리허설이 끝나갈 무렵이었다. 잭슨은 무대에서 내려오다 문득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음향 담당자에게 부드럽게 말했다. “그 부분, 좀 더 천천히 끓여봐요(Let it simmer).” 요리할 때 쓰는 표현이었다. 밴드가 연주한 ‘Human Nature’의 간주 부분을 두고 한 말이다. 오르테가는 그 순간이 잭슨의 음악적 본능을 요약한다고 회상했다. 온도와 시간, 숙성의 언어로 사운드를 설명하는 사람. 그런 남자가 두 주 뒤 세상을 떠났고, 오르테가는 100시간이 넘는 리허설 영상을 붙잡고 영화를 만들어야 했다.
완벽주의자의 초상
‘마이클 잭슨의 디스 이즈 잇’은 애초에 극장용으로 촬영된 작품이 아니다. 런던 O2 아레나에서 예정됐던 50회 공연을 준비하던 중 기록된 리허설 영상들을 모은 것이다. 공개를 전제하지 않았기에 화질도 들쑥날쑥하고, 카메라 앵글도 어색한 곳이 많다. 잭슨은 종종 성대를 아끼기 위해 노래를 ‘마킹’하기도 한다. 온전한 공연이 아닌 준비 과정의 편린(片鱗)들이다.
그럼에도 이 영상들이 품은 힘은 묘하다. 정식 공연에서는 결코 볼 수 없었을 잭슨의 모습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악보의 한 음절을 두고 연주자와 의견을 나누는 장면, 조명 타이밍을 밀리초 단위로 지시하는 장면. 50세의 몸은 여위었으나 동작은 여전히 정밀하다. 문워크와 스핀, 팔다리의 분절 동작 하나하나가 수십 년간 벼려온 기술임을 입증한다. 주변 스태프에게 수정을 요청할 때도 “신의 축복을” “사랑해요”라는 말을 덧붙인다. 예의 바른 독재자. 그것이 이 영화가 포착한 잭슨의 초상이다.
스펙터클의 잔해
‘Smooth Criminal’ 무대는 필름 누아르 미학을 빌려온다. 흑백 영상 속 잭슨이 1940년대 갱스터처럼 등장해 현재의 잭슨과 뒤섞인다. ‘Thriller’는 3D 효과와 함께 좀비들의 행진을 재현한다. ‘Earth Song’은 환경 파괴의 종말론적 이미지를 무대 위에 쏟아붓는다. 불도저가 등장하고, 한 소녀가 눈물을 흘린다. 과하다고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잭슨의 무대는 언제나 과잉의 미학을 추구했다. 그에게 무대란 메시지를 던지는 강단이었고, 육체를 통해 세계를 설교하는 공간이었다.
영화의 정서적 무게는 온전히 맥락에서 온다. ‘I’ll Be There’에서 잭슨은 잭슨 파이브 시절의 자기 자신과 듀엣을 부른다. 어린 마이클의 아카이브 영상과 중년의 마이클이 화면을 나눈다. 공연장에서 이 장면이 상영됐다면 화려한 연출로 소비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잭슨이 더 이상 살아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보는 관객에게 이 장면은 다르게 다가온다. 시간을 건너 자기 자신에게 손을 내미는 남자. 그 손은 결국 허공만 붙잡게 되었다.
기록의 역설
영국 《가디언》의 비평가 피터 브래드쇼는 이 영화를 두고 ‘기묘한 문서’라 표현했다. 공개될 예정이 아니었던 영상이기에 오히려 더 친밀하게 느껴진다는 지적이다. 평생을 무대 위에서 살았던 남자의 무방비한 순간들. 카메라가 잭슨을 훔쳐보듯 담아낸 그 영상들은 의도치 않게 인간 마이클 잭슨에 가장 가까이 다가간다.
그러나 이 친밀함에는 불편함이 따라붙는다. 잭슨은 과연 이 영상들이 공개되길 원했을까. 리허설의 불완전함을 세상에 보이는 것을 용납했을까. 그의 완벽주의를 생각하면 쉽게 답하기 어렵다. 소니가 잭슨 사후 5개월도 안 되어 영화를 내놓은 것은 추모인가, 청산(淸算)인가. 유산 관리인가, 유산 소진인가. 영화가 흥행에 성공할수록 이 질문은 더 무거워진다.
춤추는 유령에게 묻다
이 영화는 잭슨의 음악적 천재성을 재확인시킨다. 동시에 그의 삶이 품었던 비극의 그림자를 지울 수 없다. 어린 시절부터 무대에 선 남자. 50세에도 여전히 춤을 멈출 수 없었던 남자. 그의 육체는 예술을 위해 존재했고, 결국 예술에 바쳐졌다. ‘디스 이즈 잇’이라는 제목이 품은 이중의 의미—이것이 전부다, 그리고 이것으로 끝이다—가 영화 전체를 관통한다.
마이클 잭슨을 어떻게 기억해야 하는가. 팝의 제왕인가, 논란의 인물인가. 이 영화는 그 질문에 답하지 않는다. 다만 춤추고 노래하는 한 사람의 마지막 모습을 묵묵히 기록할 뿐이다. 당신은 그 영상 속에서 무엇을 볼 것인가. 천재의 유산인가, 아니면 우리가 함께 소비한 한 생애의 잔해인가. 그 판단은 영화가 아니라, 극장을 나서는 당신에게 남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