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비평
미소의 물리학 — 탑건
「탑건」 (Top Gun) · 토니 스콧 (Tony Scott) · 1986
톰 크루즈가 상관에게 위험한 곡예를 부리고 나서 씩 웃는 순간이 있다. 자신만만하고, 소년 같고, 불복종 직전의 미소. 당시 《뉴욕 타임스》의 재닛 매슬린은 그걸 보고 “영화 전체가 하나의 길고 값비싼 미소”라고 썼다. 매력적이고, 얕고, 완전히 거부하기는 어려운. 나는 그 문장을 읽고 동의했다. 그리고 또 그 미소에 속았다.
《탑건》의 공중전 시퀀스는 지금 봐도 대단하다. 미 해군의 전면 협조로 실제 F-14 톰캣을 촬영한 영상은 CG로는 흉내 낼 수 없는 중력과 속도를 갖고 있다. 카메라가 급강하하고, 에프터버너가 울부짖고, 조종석 안에서 세계가 뒤집힌다. 편집은 공격적이면서도 따라갈 수 있을 만큼 정교하다. 이 장면들만 놓고 보면 영화는 항공 액션의 교과서다.
문제는 전투기가 착륙한 뒤에 시작된다. 지상에서 《탑건》은 급격히 고도를 잃는다. 켈리 맥길리스가 연기한 찰리는 캐릭터라기보다 기능에 가깝다. 영웅의 탁월함을 보증하기 위해 배치된 인물. 둘의 러브신은 영화라기보다 뮤직비디오다. 푸른 조명, 실루엣, 케니 로긴스. 발 킬머가 연기한 라이벌의 이름은 아이스맨이다. 그보다 더 직설적인 작명이 가능할까. 안소니 에드워즈가 연기한 구스에게는 예정된 비극이 기다리고 있지만, 영화는 슬픔을 빠르게 훑고 다시 액션으로 돌아간다.
토니 스콧은 광고 감독 출신이다. 그 경력은 매 프레임에 새겨져 있다. 연기와 석양과 슬로모션. 해롤드 팔터마이어의 신스 스코어가 모든 감정적 비트에 깔린다. 때로는 과잉이다. 절제는 이 영화의 어휘에 없다.
적군 조종사의 국적은 끝까지 밝혀지지 않는다. 편리한 모호함이다. 누구를 죽이는지 몰라야 아무도 불편하지 않으니까. 전쟁은 비디오 게임이 되고, 전투는 의미가 탈색된 스펙터클이 된다. 《가디언》의 데릭 말콤은 이 영화를 “역사상 가장 비싼 모집 영화”라고 불렀다. 펜타곤은 원하는 것을 정확히 얻었다.
《탑건》은 표층(表層)의 영화다. 번쩍이는 전투기, 조각된 육체, 파워 발라드. 깊이를 추구하면 좌석이 불편해진다. 하지만 이 영화가 노린 건 애초에 깊이가 아니었다. 멀티플렉스 점령. 그 임무는 완수되었다.
거의 40년이 지났다. 속편 《탑건: 매버릭》은 더 큰 흥행을 기록했다. 여전히 적군의 국적은 모호하고, 여전히 미소는 찬란하고, 여전히 우리는 기꺼이 속는다. 극장 안에서 누구도 좋은 영화가 무엇인지 묻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