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비평
숲에서 도망친 자, 숲에서 끝나는 자 — 아포칼립토
「아포칼립토」 (Apocalypto) · 멜 깁슨 (Mel Gibson) · 2006
1
열대우림의 습한 공기가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 맷돼지 한 마리가 숲을 가로질러 도주하고, 젊은 사냥꾼들이 그 뒤를 쫓는다. 덫이 작동하고, 창이 날아간다. 피가 튀고, 남자들은 웃는다. 멜 깁슨의 《아포칼립토》는 이렇게 시작한다. 평화로운 마을의 일상처럼 보이는 이 장면은 곧 도래할 폭력의 예고편이다. 사냥감과 사냥꾼의 위치는 90분 뒤 뒤바뀌게 된다. 깁슨은 그것을 알면서 이 느긋한 도입부를 배치했다.
2
한 영국 평론가는 이 영화를 “아트하우스의 외피를 두른 익스플로이테이션 필름”이라 규정했다. 정확한 진단이다. 유카텍 마야어로 촬영하고, 비전문 배우들로 캐스팅하며, 프로덕션 디자인에 천문학적 공을 들인 이 영화는 분명 작가주의의 제스처를 취한다. 그러나 카메라가 포착하는 것은 문명의 지적 성취(知的成就)가 아니다. 피라미드 꼭대기에서 심장이 적출되고, 머리가 계단을 굴러 내려가며, 병든 노예들이 석회 구덩이에 던져진다. 깁슨의 마야 제국은 부패와 광기, 유혈의 총체로만 존재한다. 이 문명이 천문학과 수학에서 이룬 성취는 단 한 장면도 등장하지 않는다.
딘 세믈러의 촬영은 이 잔혹한 세계를 기이하게 아름답게 만든다. 일식이 드리우는 순간 피라미드 정상에서 군중이 함성을 지르는 장면은 공포와 숭고(崇高)가 동시에 작동하는 드문 순간이다. 제임스 호너의 음악은 이 긴장을 조용히 뒷받침하되 과잉으로 흐르지 않는다.
3
영화의 후반부는 순수한 추격극으로 전환된다. 재규어 포가 탈출하고, 사냥꾼들이 뒤쫓는다. 숲을 달리고, 폭포에서 뛰어내리고, 늪에 빠지고, 재규어와 마주친다. 깁슨은 이 시퀀스를 놀라운 명료함으로 연출한다. 빠른 편집에 의존하지 않는다. 공간을 설정하고, 장애물을 제시하고, 해결을 보여준다. 고전적 액션 연출의 문법을 정확히 따른다.
루디 영블러드는 대사 없이 표정과 육체만으로 90분을 끌고 간다. 두려움과 결의, 기지(奇智)와 절망이 그의 얼굴 위를 교차한다. 신인 배우가 이 정도의 신체적 헌신을 보여준 사례는 흔치 않다. 깁슨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이해한 캐스팅이다.
4
영화의 마지막, 해안에 도착한 재규어 포는 수평선 위의 스페인 범선들을 목격한다. 한 종말이 다른 종말로 교체되는 순간이다. 깁슨은 이 이미지를 역사적 아이러니로 제시하지만, 그 의미는 모호하게 남는다. 구원인가, 예언인가. 감독은 답하지 않는다.
결국 이 영화는 문명론이나 역사 담론보다 한 남자의 생존기로 읽힐 때 가장 강력하다. 깁슨의 반복적 주제—육체의 고통, 제도의 부패, 개인의 구원—가 모두 작동하되, 어느 것도 결론에 도달하지 않는다. 영화 초반, 재규어 포의 아버지가 아들에게 말한다. “두려움은 질병이다. 너의 심장 속으로 기어들어 너를 잡아먹는다.” 이 대사는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유일한 윤리다. 《아포칼립토》는 그 두려움을 온몸으로 통과한 한 남자의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