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비평

가구 쇼룸의 형광등이 켜진다 — 백룸

「백룸」 (Backrooms) · 케인 파슨스 (Kane Parsons) · 2026

백룸 (2026) 이미지
「백룸」 (2026) 이미지 © TMDb

영업 종료 후의 가구 쇼룸. 형광등이 쉼 없이 윙윙거린다. 관리인이 지하실에서 있을 리 없는 문 하나를 발견한다. 케인 파슨스의 ‘백룸’는 그렇게 시작된다. 《버라이어티》의 피터 드브러지는 이 영화를 “점프 스케어에 기대지 않고 건축적 불가능성으로 긴장을 쌓는다”고 썼다.

끝없는 복도의 공포

노란 벽지, 얼룩진 천장 타일, 소리를 삼키는 카펫. 파슨스가 구축한 공간들은 중첩(重疊)의 미학이다. 복도가 있어야 할 곳에 복도가 있고, 방이 있어야 할 곳에 방이 있다. 그런데 어딘가 틀렸다. 조금씩 비틀린 반복이 감각을 긁어댄다. 유튜브 쇼트폼으로 이름을 알린 그가 장편으로 넘어오며 가져온 건 절제의 기술이다.

괴물보다 무서운 건

인터넷 괴담이 극장용 공포로 살아남는 일은 드물다. ‘백룸’가 예외에 속하는 건 괴물보다 공간 자체를 전면에 내세웠기 때문이다. 인물들은 관객의 대리자 역할에 머문다. 셋째 막에서 결말을 위해 끝없음의 순수성을 희생한 점은 아쉽다.

당신이 다음 퇴근길 사무실 복도를 지날 때 형광등 소리가 유독 크게 들린다면 이 영화 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