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비평
전기톱이 그리는 연애의 잔해 — 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 편
「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 편」 (劇場版 チェンソーマン レゼ篇) · 나카야마 류 (Ryū Nakayama) · 2025
①화면이 열린다. 소년이 혼자 라면을 먹고 있다. 젓가락질이 느리다. 국물에 비친 제 얼굴을 물끄러미 들여다보는 눈동자가 텅 비어 있다. 그 순간 바깥에서 여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소년은 처음 보는 표정을 짓는다. 아직 이름 붙일 수 없는, 그러나 분명히 살아 있다는 것만은 확인되는 표정. 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 편’은 그렇게 시작된다.
②인디와이어의 데이비드 얼리치는 이 영화를 “2025년 가장 진정으로 로맨틱한 영화”라고 썼다. 초극단(超極端)의 고어와 살육(殺戮)이 난무하는 작품에 붙이기엔 기이한 수식이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고 나면 그 말이 정확히 무슨 뜻인지 알게 된다. MAPPA 스튜디오는 후지모토 타츠키의 만화가 왜 그토록 많은 독자를 사로잡았는지를 정확히 이해한 듯하다. 전기톱이 적을 갈기갈기 찢어놓는 장면이 인상에 남는 게 아니다. 그 직전, 소년과 소녀가 나란히 앉아 타코야키를 먹으며 “나중에 같이 영화 보자”라고 속삭이던 장면이 심장에 박힌다. 잔혹한 액션이 충격을 주는 이유는 화면에 피가 튀어서가 아니다. 그 피가 방금 전까지 손을 잡고 있던 누군가의 것이기 때문이다.
③나카야마 류 감독은 침묵의 쓸모를 안다. 두 사람이 대화하는 장면에서 카메라는 서두르지 않는다. 덴지가 원하는 것은 단순하다. 여자친구, 맛있는 밥,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존엄. 이 소박한 욕망 목록이 관객의 가슴을 저미는 이유는, 그것조차 허락되지 않는 세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우리가 알기 때문이다. 솔직히 나는 애니메이션 리뷰를 쓰는 일이 영 익숙지 않다. 그런데 이 영화 앞에서는 장르가 무슨 의미가 있나 싶어진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배신당하고, 그럼에도 그를 미워하지 못하는 감정은 실사든 애니메이션이든 똑같이 아프다.
④레제는 덴지를 속였다. 그러나 그녀가 덴지와 함께 웃던 순간들까지 거짓이었을까. 영화는 그 질문에 답하지 않는다. 다만 마지막 장면에서 소년의 눈동자가 다시 텅 비어 있음을 보여줄 뿐이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결국 그가 남긴 공백을 평생 안고 산다는 뜻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