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비평
셰익스피어 배우, 마법사의 광대가 되다 — 해리 포터와 비밀의 방
「해리 포터와 비밀의 방」 (Harry Potter and the Chamber of Secrets) · 크리스 콜럼버스 (Chris Columbus) · 2002
케네스 브래나는 셰익스피어의 사람이다. 그가 연출하고 주연한 ‘헨리 5세’(1989)와 ‘햄릿’(1996)은 고전 비극을 영화로 옮기는 작업의 한 정점으로 여겨진다. 그런 그가 J.K. 롤링의 마법 세계에서 “허영(虛榮)에 찬 사기꾼”을 연기했다. 해리 포터 시리즈 두 번째 작품 ‘해리 포터와 비밀의 방’의 길드로이 록하트 역이다. 버라이어티의 토드 매카시는 브래나의 연기를 “맛깔스럽게 불쾌한(deliciously insufferable)“이라고 표현했다. 셰익스피어 배우가 어린이 영화의 코믹 릴리프로 나선 것은 의외의 선택이었지만, 그것이 오히려 이 영화의 성인 관객을 위한 안전판이 되었다.
친숙함이라는 덫
‘비밀의 방’은 전작 ‘마법사의 돌’의 성공 공식을 그대로 답습한다. 해리는 더즐리 가문에서 학대받고, 호그와트로 도피하고, 미스터리를 풀고, 용기와 우정으로 승리한다. 템플릿이 확립된 것이다. 문제는 템플릿이 완성되면 경이(驚異)가 사라진다는 점이다. 첫 편에서 관객은 호그와트의 움직이는 계단, 천장에서 쏟아지는 양초, 살아 움직이는 초상화를 발견하며 눈을 떴다. 두 번째 편에서 우리는 이미 그 세계를 안다.
스튜어트 크레이그의 프로덕션 디자인은 여전히 디테일의 마법을 부린다. 시각효과팀의 도비는 처음에는 거슬리지만 결국 관객의 동정을 얻어낸다. 바실리스크는 첫 편의 어색한 CGI에서 한 단계 진화한 설득력을 보여준다. 그러나 발견의 감각은 되살릴 수 없다. 뉴욕타임즈의 엘비스 미첼이 지적했듯, 이 영화는 원작을 “초월”하지 못하고 “삽화”에 머문다.
161분의 무게
이 영화의 러닝타임은 161분이다. 두 시간 반을 넘긴다.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은 롤링의 원작에 대해 숙련(熟練)된 경의를 표했지만, 그것이 오히려 편집의 결여로 이어졌다. 플라잉 카의 탈출, 퀴디치 경기, 비밀의 방 대결 — 모든 주요 장면이 기술적으로 완성도 높게 연출되었다. 존 윌리엄스의 음악은 익숙한 테마를 반복하며 안정감을 준다.
다니엘 래드클리프의 해리는 첫 편보다 확실히 성장했다. 루퍼트 그린트의 론은 여전히 믿음직한 코믹 릴리프이고, 엠마 왓슨의 헤르미온느는 지적 닻으로서 트리오를 지탱한다. 앨런 릭먼의 스네이프, 매기 스미스의 맥고나걸, 로비 콜트레인의 해그리드 — 영국 연극계의 저력이 스크린에 배어난다. 그러나 콜럼버스의 연출은 기술적 숙련에도 불구하고 시각적 상상력의 한계를 드러낸다.
시리즈의 미래
‘비밀의 방’은 팬들에게 충분히 만족스러운 작품이다. 전 세계 박스오피스에서 거대한 성공을 거둘 것이 분명하다. 다만 이 시리즈가 단순한 삽화 영화를 넘어 영화적 성취를 이루려면, 새로운 창조적 목소리가 필요하다. 다음 편의 감독이 누가 될지, 그것이 이 프랜차이즈의 운명을 가를 것이다.
물론 이 글 역시 어쩌면 좀 길었을지도 모르겠다. 161분을 두고 장황함을 탓하는 평론가가 장황하게 쓴다면, 그것은 콜럼버스와 다를 바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