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비평

거짓말이 아이를 살린다 — 인생은 아름다워

「인생은 아름다워」 (La vita è bella) · 로베르토 베니니 (Roberto Benigni) · 1997

인생은 아름다워 (1997) 이미지
「인생은 아름다워」 (1997) 이미지 © TMDb
  1. 어릴 적 할머니는 내게 종종 거짓말을 하셨다. 6·25 때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먼 나라에 일하러 가셨다”고. 나는 한참 뒤에야 그 ‘먼 나라’가 어디인지 알았다. 로베르토 베니니의 ‘인생은 아름다워’를 보며 할머니의 그 어눌한 거짓말이 떠올랐다.

  2. 영화는 두 개의 얼굴을 가졌다. 전반부는 1930년대 이탈리아 토스카나의 햇살 아래 펼쳐지는 로맨틱 코미디다. 유대인 웨이터 귀도가 여교사 도라에게 “공주님!”을 외치며 구애하는 장면은 채플린 무성영화의 슬랩스틱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다 후반부, 가족이 나치 수용소로 끌려가며 화면은 잿빛으로 변한다. 베니니는 여기서 기막힌 선택을 한다. 다섯 살 아들에게 이 모든 것이 “1000점을 모으면 탱크를 상품으로 받는 게임”이라고 속이는 것이다. 영국의 한 영화 평론가이를 “절망의 심장부에서 희망을 상상하려는 시도”라 평했다.

  3. 이 영화는 칸에서 그랑프리를 받았고, 동시에 ‘홀로코스트를 경시한다’는 비난도 받았다. 둘 다 틀리지 않았다. 베니니는 학살의 실상을 직접 보여주지 않는다. 대신 아이의 눈으로 수용소를 걸러낸다. 어른 관객은 진실을 알기에 웃음과 공포가 같은 장면에서 뒤엉킨다. 이것은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우화다. 부모가 자식의 영혼을 지키기 위해 어디까지 거짓말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이다.

  4. 요즘 우리 사회에도 거짓말이 넘친다. 다만 그 거짓말은 아이를 살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살리기 위한 것들이다. 귀도의 거짓말은 목숨을 대가로 지불했다. 당신의 거짓말은 무엇을 담보로 하는가. (참, 이 글 쓰면서 나도 마감 핑계로 거짓말 두어 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