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비평
촬영감독의 눈, 연출가의 손 — 마터널 인스팅트
「마터널 인스팅트」 (Maternal Instinct) · 브누아 델롬 (Benoît Delhomme) · 2026
1. 브누아 델롬은 ‘만물의 이론’과 ‘영원의 문에서’를 촬영한 인물이다. 카메라 뒤에서 30년 넘게 빛을 다뤄왔으나 이번에 처음으로 메가폰을 잡았다. 그의 첫 연출작 ‘마터널 인스팅트’에는 앤 해서웨이와 제시카 채스테인이 출연한다. 두 배우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인터스텔라’(2014)에서 처음 함께 작업한 후 다시 만났다. 그때는 우주의 시공간 속에서 부녀관계로 스쳤다. 이번엔 1960년대 미국 교외의 이웃집 주부로 붙어 산다.
2. 영화는 더글러스 서크와 토드 헤인스의 시각적 어휘를 빌려온다. 파스텔 톤 주방 가전과 완벽하게 손질된 헤어스타일, 전후(戰後) 미국 중산층의 껍데기가 프레임을 채운다. <인디와이어>의 데이비드 어얼리치는 이 영화가 “윌리엄스 소노마 카탈로그를 경유한 서크”처럼 보인다고 썼다. 촬영감독 출신 감독의 한계가 드러나는 지점이다. 시각적 우아함은 충만하나 서사적 동력(動力)은 부재(不在)한다.
3. 앨리스(해서웨이)의 방심 탓에 이웃집 아들이 발코니에서 추락해 죽는다. 셀린(채스테인)의 슬픔은 곧 음험한 무엇으로 변질된다. 두 배우의 능력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문제는 각본이 그들을 캐릭터가 아닌 원형으로 취급한다는 점이다. 해서웨이는 떨리는 죄책감을, 채스테인은 차갑게 계산하는 복수를 연기하지만 심리적 음영은 생략되어 있다. 재능만으로 마찰을 만들어내는 두 배우의 장면들은 애처롭기까지 하다.
4. 피가 튀는 결말에 다다르면 영화의 정체가 드러난다. 스릴 없는 스릴러, 캐릭터 없는 캐릭터 스터디, 목적 없는 시대물. 나는 이 영화가 움직일 때보다 스틸컷으로 볼 때 더 아름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스틸컷만으로 글을 쓰는 평론가가 있다면 그건 바로 나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