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비평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Spider-Man: Across the Spider-Verse) · 호아킴 도스 산토스, 켐프 파워스, 저스틴 K. 톰슨 (Joaquim Dos Santos, Kemp Powers, Justin K. Thompson) ·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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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히어로 영화에서 새로움을 기대하는 건 아직 가능한 일인가. 2018년 《스파이더맨: 인투 더 스파이더버스》가 나왔을 때, 나는 그것이 예외라고 생각했다. 기적이거나 행운의 착시. 속편이 나오면 결국 공식의 중력에 굴복하리라.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를 보고 나는 또 내 냉소가 틀렸음을 인정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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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아킴 도스 산토스, 켐프 파워스, 저스틴 K. 톰슨이 연출한 이 영화의 가장 급진적인 제안은 시각적 화려함이 아니다. 물론 그것만으로도 입장료의 세 배를 내도 좋을 만큼 현기증 나는 성취지만. 영화가 정조준하는 것은 ‘캐논’이라는 개념 자체다. 《인디와이어》의 데이비드 얼릭 표현을 빌리면, 프랜차이즈 팬덤과 스튜디오가 종교적 교리처럼 떠받드는 신성한 연속성.
오스카 아이작이 목소리를 맡은 미구엘 오하라가 설명한다. 모든 스파이더맨의 삶에는 반드시 일어나야 하는 비극적 사건들이 있다고. 캐논 이벤트. 그것들이 발생하지 않으면 멀티버스 전체가 무너진다고. 그가 말하는 것은 프랜차이즈 스토리텔링의 논리 그 자체다. 이 장면들은 반드시 일어나야 한다. 언제나 그래왔으니까. 관객이 기대하니까. 공식을 이탈하면 사업 전체가 위험하니까. 마일스 모랄레스의 거부가 전복적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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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적 성취는 별도의 글이 필요할 정도다. 마일스가 방문하는 각 유니버스는 서로 다른 시각적 문법 아래 존재한다. 그웬의 세계는 감정의 온도에 따라 수채화처럼 번지고 흐른다. 스파이더 펑크의 차원은 콜라주된 진처럼 뜯기고 찢어진다. 뭄바이의 스파이더맨 파비르는 인도 전통 회화에서 방금 튀어나온 것 같다. 단순한 기술 시위가 아니다. 미학을 통한 세계 구축. 각각의 양식이 그 유니버스 영웅의 내면을 반영한다. 샤메이크 무어와 헤일리 스타인펠드의 목소리 연기는 10대의 불안과 로맨틱 텐션을 놀라울 정도로 진정성 있게 전달한다. 액션 시퀀스들은 실사 슈퍼히어로 영화가 거의 도달하지 못하는 명료함과 감정적 충격을 성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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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가 삐걱거리는 지점이 있다면 구조다. 이것은 명시적으로 절반짜리 영화다. 클리프행어로 끝나며 해결을 제공하지 않는다. 어떤 관객은 분명히 짜증을 낼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맞는 선택일지도 모른다. 정해진 결말을 거부하는 것에 대한 영화니까.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는 지저분하고 야심 차며 미완성이다. 그런데 어쩌면 바로 그 때문에 몇 년 만에 가장 살아 있는 슈퍼히어로 영화가 되었다. 불완전함이 곧 완전함이었다는 역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