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비평

평범함의 물리학 — 스파이더맨

「스파이더맨」 (Spider-Man) · 샘 레이미 (Sam Raimi) · 2002

스파이더맨 (2002) 이미지
「스파이더맨」 (2002) 이미지 © TMDb

1.

샘 레이미는 「이블 데드」 시절부터 카메라를 땅에서 들어올려 배우 얼굴에 들이미는 버릇이 있었다. 저예산 호러에서는 그게 공포였고, 「다크맨」에서는 복수심이었다. 「스파이더맨」에서 그 카메라는 토비 맥과이어의 커다란 눈을 비춘다. 무언가를 갈망하지만 차마 손을 뻗지 못하는 눈. 레이미가 수백억 원짜리 블록버스터를 맡고도 자기 트레이드마크를 버리지 않았다는 사실보다 중요한 건, 그 트레이드마크가 피터 파커라는 캐릭터에 정확히 맞아떨어졌다는 점이다. 나는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레이미가 운이 좋았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생각이 다르다. 그는 자기가 뭘 찍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2.

슈퍼히어로 영화의 공식은 단순하다. 평범한 인물이 힘을 얻고, 악당을 물리치고, 세상을 구한다. 문제는 “평범한”이라는 단어가 할리우드에서 의미하는 바가 대개 “잘생기고 건장하지만 겸손한 척하는”이라는 점이다. 크리스토퍼 리브의 클락 켄트를 떠올려보라. 안경을 쓴다고 슈퍼맨이 평범해지지는 않는다. 맥과이어는 다르다. 그는 170센티미터 남짓의 키에 어깨가 좁고, 웃으면 애늙은이 같고, 진지하면 상처받은 강아지 같다. 「뉴욕 타임스」의 A.O. 스콧이 “슬픈 눈과 움츠린 어깨”라고 묘사한 건 정확하다. 맥과이어의 피터 파커는 할리우드식으로 어색한 게 아니라 진짜로 어색하다. 그래서 거미에 물린 뒤 천장에 붙어 있는 장면이 웃기면서도 섬뜩하다. 몸이 변하는 건 축복이 아니라 재앙이다. 레이미는 이걸 바디 호러처럼 연출한다. 자기 전공을 잊지 않은 것이다.

3.

이 영화가 똑똑한 건 비행의 물리학을 이해하기 때문이다. 슈퍼맨은 그냥 난다. 중력을 무시하고, 공기저항을 무시하고, 물리법칙 전체를 무시한다. 보는 사람은 경탄하지만 몸으로 느끼지는 못한다. 반면 스파이더맨은 추락한다. 정확히 말하면,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지다가 거미줄을 쏴서 방향을 튼다. 이건 와이어 액션의 논리다. 긴장과 이완, 상승과 하강이 반복된다. 관객은 뱃속이 뒤집히는 감각을 느낀다. 내가 「스파이더맨」의 비행 장면을 좋아하는 이유는 화려해서가 아니라 무섭기 때문이다. 한 번 잘못 계산하면 아스팔트에 처박힌다는 사실을 영화가 숨기지 않는다. 거미줄 하나에 몸을 맡긴 채 맨해튼 빌딩 사이를 누비는 장면을 볼 때마다 손에 땀이 난다. 슈퍼히어로 영화에서 손에 땀이 난다는 건 대단한 성취다. 나는 이 글을 쓰면서 내가 왜 이 영화에 약한지 다시 한번 확인했다. 부끄러운 일이다.

4.

윌렘 대포의 그린 고블린은 과잉이다. 가면이 표정을 가리고, 대사는 종종 만화책을 낭독하는 것 같다. 하지만 가면을 벗었을 때, 이사회에서 쫓겨난 중년 남자의 분노와 굴욕을 연기하는 대포는 거의 셰익스피어적이다. 악당의 스케일이 작다고 불평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세계 정복도 안 하고 도시 하나도 안 날리는 악당이 무슨 악당이냐고. 나는 그런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이 영화의 진짜 악당은 그린 고블린이 아니다. 학교에서 피터를 놀리는 아이들이다. 스쿨버스를 놓치게 하는 운전기사다. 삼촌을 죽인 강도다. 피터 파커에게 세상은 거대한 악당 하나보다 사소한 악의가 수천 개 모인 것이다. 레이미는 이걸 이해한다. 그래서 피터가 처음 초능력을 쓰는 장면이 악당과의 전투가 아니라 학교 깡패를 두들겨 패는 장면이다. 이 장면에서 관객이 느끼는 쾌감은 뉴욕을 구할 때보다 크다. 우리도 학교 다닐 때 저런 놈 한 대 치고 싶었으니까.

빗속에서 거꾸로 매달린 채 키스하는 장면을 기억하는가. 이 장면이 상징적인 건 예쁘기 때문이 아니다. 피터가 가면을 반쯤 벗은 상태라는 점 때문이다. 스파이더맨은 가면이 변장이고 피터 파커가 진짜 얼굴이다. 이건 슈퍼맨과 정반대다. 슈퍼맨에게 클락 켄트가 변장이듯이. 레이미의 영화는 평범함이 가면 아래 숨은 진실이라고 말한다. 초능력은 짐이고, 책임이고, 저주다. 이걸 믿지 않으면 이 영화는 그냥 화려한 구경거리에 불과하다. 믿는다면 당신은 내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