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비평

빗속에서 떠나는 양치기 인형, 그리고 9년의 침묵 — 토이 스토리 4

「토이 스토리 4」 (Toy Story 4) · 조시 쿨리 (Josh Cooley) · 2019

토이 스토리 4 (2019) 이미지
「토이 스토리 4」 (2019) 이미지 © TMDb

떠나는 자와 남는 자

빗방울이 창문을 두드린다. 어둠 속에서 장난감들이 숨죽이며 지켜보는 가운데, 보 핍이 기부 상자에 실려 떠난다. 우디는 따라가려 하지만 결국 멈춘다. 조시 쿨리 감독의 ‘토이 스토리 4’는 9년 전 그 비 오던 밤의 기억으로 시작된다. 삼부작의 완결 이후 굳이 네 번째가 필요했느냐는 질문에, 픽사는 이 장면 하나로 답한다. 떠나지 못한 자가 품은 미련, 그것이 이 영화의 출발점이다.

스포크가 던지는 질문

보니의 손에서 태어난 포키는 일회용 스포크에 눈알 스티커와 파이프 클리너가 붙은 물건이다. 그는 끊임없이 쓰레기통을 향해 뛰어든다. “나는 쓰레기야”라는 그의 외침은 처음엔 웃음을 유발하지만, 반복될수록 묵직해진다. 『버라이어티』의 피터 드브루지는 이 캐릭터가 “놀랍게도 단순한 코미디가 아닌 감동으로 작용한다”고 썼다. 포키의 자기 정체성 부정은 어떤 면에서 우디 자신의 상황을 비추는 거울이다. 앤디에게 버림받지 않았으나 더 이상 놀아주는 손이 없는 카우보이. 그에게 포키는 새로운 존재 이유가 된다.

양치기 인형, 닫힌 문을 연다

로드 트립 도중 우디는 보 핍과 재회한다. 그러나 9년 전의 도자기 인형은 더 이상 램프 위에서 기다리지 않는다. 앤티크 상점과 카니발을 떠돌며 ‘잃어버린 장난감’으로 살아온 그녀는 독립적인 모험가가 되었다. 애니 포츠의 목소리 연기는 세월이 남긴 단단함을 전달한다. 보 핍은 우디에게 묻는다. 아이에게 소속되는 것만이 장난감의 삶인가. 이 질문은 영화가 끝날 때까지 우디를 흔든다.

앤티크 상점 시퀀스는 시리즈 첫 편의 시드 방을 떠올리게 한다. 1950년대 보이스박스 인형 개비 개비와 복화술 인형 무리가 만들어내는 공포는 성인 관객에게도 불안을 유발한다. 크리스티나 헨드릭스가 연기한 개비 개비의 악역은 순수한 악의가 아니라 결핍에서 비롯된다. 한 번도 아이에게 선택받지 못한 인형이 품은 절망. 픽사는 이 캐릭터의 결말을 쉬운 해결로 넘기지 않는다.

작별의 문법

버즈 라이트이어의 ‘내면의 목소리’ 서브플롯은 자기계발 문화를 희화화하며 웃음을 선사한다. 키아누 리브스가 연기한 캐나다 스턴트맨 인형 듀크 카붐의 트라우마 역시 코믹하면서도 씁쓸하다. 광고처럼 날 수 없었던 장난감이 느끼는 부끄러움. 이 영화는 그런 부차적 인물들에게도 서사적 깊이를 부여한다.

영화의 결말은 논쟁적이다. 우디는 보니와 친구들을 떠나 보 핍과 함께 남기로 선택한다. 아이에게 충성하는 장난감이라는 정의 자체를 뒤집는 결정이다. 『가디언』의 한 평론가는 이 영화가 “존재를 규정하는 구조가 무너질 때 찾아오는 무서운 자유”를 다룬다고 평했다. 누군가에게는 배신으로 읽히고, 누군가에게는 해방으로 읽힐 선택. 픽사는 그 양면을 회피하지 않는다.

비 내리는 카니발에서 우디와 버즈가 마주한다. 둘 사이에 짧은 말이 오간다. “안녕, 친구(So long, partner).” 이 한마디에 25년이 응축된다. 장난감에게 영원한 충성을 바쳤던 카우보이는 마침내 자기 자신을 선택한다. 그것이 배신인지 성장인지, 관객은 극장을 나서며 스스로 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