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비평
엘라 계곡의 전사, 토막난 귀환
「인 더 밸리 오브 엘라」 (In the Valley of Elah) · 폴 해기스 (Paul Haggis) · 2007
뉴멕시코 변두리, 편의점 간판과 모텔 창문이 평평한 햇빛에 눌려 있다. 퇴역 헌병 행크 디어필드는 이라크에서 막 돌아온 아들이 사라졌다는 소식을 듣고 테네시에서 차를 몰았다. 영화는 이 노인의 차창 밖을 오래 비춘다. 살인 수사의 껍데기로 시작하지만, 칼끝은 전쟁터가 아니라 귀환자의 내면을 겨눈다.
폴 해기스는 실제 보도한 사건을 바탕으로 아들이 토막 난 시신으로 발견된 뒤에도 말을 아끼는 군과 무관심한 지방 경찰 사이에 노인을 세워둔다. 토미 리 존스는 접은 아들의 옷과 두 손가락 타자, 깃발 앞에서의 얼어붙은 몸 같은 작은 동작으로 무너지는 사람을 그린다. 외국 평단은 지루함을 지적하면서도 이 영화를 “승리가 아니라 패배의 지형”으로 읽었다.
해기스는 주제를 말로 설명하는 습관이 있다. 거꾸로 걸린 성조기와 국가적 수치를 말하는 대사는 우회 없이 관객을 압박한다. 그럼에도 마지막 20분은 잔혹하다. 국가가 살인 기술을 가르치고, 부도덕한 전쟁에 실어 보낸 뒤, 폐기된 살아남은 자들의 트라우마를 방치하는 구조가 한 가족의 해체로 좁혀진다.
이 영화가 낯설지 않은 건, 우리 사회도 총성이 없는 귀환의 실패를 개인의 의지 문제로 바꿔버리는 데 익숙하기 때문이다. 군번 없는 사람들은 제대 후의 적응 장애를 뉴스 토막으로 흘려보낸다. 나는 토막 난 시신이 한국의 소식이 아니라 미국의 스크린에 있어서 안심했는지 모른다. 당신이라면, 깃발 앞에서 서 있던 노인이 그 아들의 옷을 개는 동안 계속 화면을 응시할 수 있겠느냐고 이 영화는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