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비평
북풍이 멈추고, 태양이 떴다 — IDLES
「탱크 (TANGK)」 · IDLES · Partisan Records · 2024
지난주에 술자리가 있었다. 동료가 물었다. “요즘 제일 많이 듣는 밴드가 뭐야?” 나는 IDLES라고 답했다. 그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 시끄러운 밴드? 형이?” 시끄럽다. 틀린 말은 아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틀린 말이 아니었다.
IDLES는 2017년 데뷔작 〈브루탈리즘(Brutalism)〉으로 영국 포스트펑크 씬에 뛰어들었다. 그때 그들은 정말로 시끄러웠다. 사회 비판을 담은 가사를 짖듯 내뱉었고, 기타는 드릴처럼 귀를 팠다. 2018년 〈조이 애즈 언 액트 오브 레지스턴스(Joy as an Act of Resistance)〉, 2020년 〈울트라 모노(Ultra Mono)〉로 이어지는 동안 그 기조는 유지됐다. 슬로건과 으르렁거림. 정치를 주먹처럼 휘두르는 밴드. 나는 그 에너지를 즐겼지만, 솔직히 매번 앨범 전곡을 다 듣지는 못했다. 너무 뜨거워서 중간에 숨을 돌려야 했다.
그런데 5집 〈탱크(TANGK)〉가 나왔다. 들어봤다. 놀랐다. 이게 같은 밴드 맞나 싶었다.
이솝우화 중 ‘북풍과 태양’ 이야기가 있다. 누가 더 센지 내기를 한다. 목표는 나그네의 외투를 벗기는 것. 북풍이 세게 불수록 나그네는 외투를 더 꽉 움켜쥔다. 그런데 태양이 따스하게 비추자 나그네가 스스로 외투를 벗는다. 설득이 힘보다 낫다는 교훈. 〈탱크〉를 들으면서 이 우화가 자꾸 떠올랐다. IDLES가 드디어 북풍 노릇을 그만뒀다.
앨범의 슬로건은 “All is love”다. 전곡이 사랑 노래라고 한다. 펑크 밴드가 사랑 타령이라니, 종이 위에서는 우스꽝스럽게 읽힌다. 하지만 실제로 들으면 이상하게 자연스럽다. 조 탤벗은 이전까지 짖고, 외치고, 비꼬았다. 이번에는 노래한다. 진짜로 ‘노래’한다. ‘Roy’에서 그는 거의 발라드 수준의 감정 절제를 보여준다. 취약함을 드러내는 목소리가 어떤 고함보다 더 강하게 꽂힌다.
프로듀서 진용이 달라졌다. 라디오헤드의 앨범들을 만든 나이젤 고드리치가 합류했다. 힙합 프로듀서 케니 비츠도 함께했다. 이 조합이 묘하다. 고드리치가 공간감과 분위기를 깔고, 케니 비츠가 리듬의 뼈대를 세운다. 결과물은 IDLES답게 무겁지만, 이전처럼 밀어붙이지는 않는다. 숨 쉴 틈이 있다.
‘Dancer’는 이 앨범의 쾌락을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곡이다. LCD 사운드시스템의 제임스 머피와 낸시 황이 보컬로 참여했다. 디스코펑크 리듬 위에서 IDLES가 춤을 춘다. 이들이 지금까지 녹음한 것 중 가장 즐거운 트랙이라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밤새 클럽에서 땀 흘리며 들어도 어울리는 노래를 IDLES가 만들었다니.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다.
‘Gift Horse’는 조 탤벗이 딸에 대해 쓴 곡이다. 질주하는 리프 위에 부성애가 얹힌다. 근육질 사운드와 부드러운 시선의 대비가 이 앨범 전체를 요약한다. ‘Grace’에서는 악기를 거의 다 뺀다. 피아노와 목소리만 남는다. “Love is the thing.” 네 단어를 주문처럼 반복한다. 이게 IDLES라고? 5년 전 같은 밴드가 이런 곡을 쓸 수 있으리라고 상상한 사람이 있을까.
‘Gratitude’도 들어야 한다. 탤벗이 중독에서 회복한 경험을 노래한다. 살아 있음에 대한 감사. 거창하게 들릴 수 있는 주제를 그는 담담하게 풀어낸다. 절규 대신 속삭임. 주장 대신 고백. 이 변화가 계산된 것인지, 자연스러운 성장인지는 알 수 없다. 중요한 건 결과물이 진짜처럼 들린다는 사실이다.
IDLES는 처음부터 ‘더 커지고 싶다’는 욕망을 숨기지 않았다. 컬트 펑크 밴드로 남고 싶지 않았다. 더 많은 사람에게 닿고 싶었다. 〈탱크〉에서 그들은 드디어 그 크기에 걸맞은 소리를 낸다. 고함만으로는 닿을 수 없는 곳이 있다. 때로는 속삭여야 한다. 그리고 그 속삭임을 진심으로 만들어야 한다.
영국 포스트펑크 밴드가 다섯 번째 앨범에서 사랑을 노래한다. 취약함을 드러낸다. 춤을 춘다. 이건 배신이 아니다. 확장이다. 어쩌면 성숙이라고 불러도 좋겠다. 시끄럽기만 한 밴드가 아니냐고? 더 이상은 아니다.
영화 〈비긴 어게인〉에서 이런 대사가 나온다. “가장 평범한 노래도 맥락이 달라지면 완전히 다른 의미가 돼.” IDLES는 맥락을 바꿨다. 사랑이라는, 어쩌면 가장 평범한 단어를 그들만의 방식으로 다시 부른다. 그래서 전혀 평범하게 들리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