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비평
36분, 14곡, 숨 쉴 틈 없이 — Alvvays
「Blue Rev」 · Alvvays · Polyvinyl / Transgressive · 2022
지난주 토요일, 집에서 빨래를 개키다가 앨범 하나를 틀었다. 알베이즈(Alvvays)의 3집 「Blue Rev」. 36분짜리였다. 빨래를 다 개고도 몇 분이 남았다. 그런데 이상했다. 방금 14곡을 들은 것 같지가 않았다. 마치 한 곡처럼 느껴졌다. 아니, 한 호흡이었다.
1. 토론토의 5인조 알베이즈가 5년의 침묵을 깨고 「Blue Rev」를 내놓은 게 2022년 가을이다. 2017년 「Antisocialites」 이후로 침묵이 길었다. 하드디스크 도난, 녹음실 침수, 팬데믹까지. 온갖 재앙이 그 사이 이 밴드를 괴롭혔다. 그런데 결과물이 이렇다. 14곡을 36분 안에 욱여넣고도 단 한 곡도 헐겁지 않다. 프로듀서 숀 에버렛과 LA 스튜디오에서 앨범 전체를 두 번 연달아 라이브로 통주(通奏)했다고 한다. 데모를 한 트랙씩 재현하는 방식 대신, 무대에서 다져온 근육 그대로 스튜디오에 들어간 것이다. 그래서일까. 잰글 기타와 노이즈 벽, 신스가 한꺼번에 무너져 내릴 듯한 텍스처가 음반 전체를 휘감는다.
2. 첫 곡 ‘파마시스트(Pharmacist)‘부터 예사롭지 않다. 도입 30초 만에 찢어지는 기타 솔로가 터진다. 알베이즈가 더 이상 안전한 잰글 팝의 울타리에만 머무르지 않겠다는 선전포고(宣戰布告)다. 보컬 몰리 랭킨은 옛 연인의 직업과 일상을 묘사한다. “그 사람 이제 약사야”라는 무심한 한 줄이 오히려 날카롭다. ‘이지 온 유어 오운?(Easy On Your Own?)’에서는 “혼자서도 괜찮아?”라는 질문이 곡 내내 따라붙는다. 대답은 없다. 그냥 흔들린다. ‘벨린다 세즈(Belinda Says)‘는 90년대 슈게이즈의 결을 베끼지 않고 자기 방식으로 재해석한다. ‘베리 온라인 가이(Very Online Guy)‘에서는 로파이 질감 위에 풍자를 얹었다. SNS에 중독된 어떤 남자에 대한 곡인데, 웃기면서도 씁쓸하다.
3. 이 음반의 진짜 무기는 밀도다. 대부분의 곡이 3분을 넘지 않는다. 그런데 후렴구가 두 번 똑같이 반복되는 법이 없다. 첫 청취에서 멜로디는 자동으로 귀에 박히지만, 열 번째쯤 들었을 때 비로소 숨겨둔 변박과 잡아당김이 보인다. 몰리 랭킨의 가사는 단편소설 같다. 어떤 줄은 무심하게 직설적이고, 어떤 줄은 추상으로 도망친다. ‘보어드 인 브리스톨(Bored In Bristol)‘의 도피 환상, ‘애프터 더 어스퀘이크(After The Earthquake)‘에서 흩어진 기억을 더듬는 손길. 향수에 빠지지 않으면서 향수의 정서를 다루는 법을 아는 밴드다.
4. 요즘 세상은 빠르다. 숏폼이 대세고, 15초 안에 시선을 잡지 못하면 스크롤에 묻힌다. 그런 시대에 36분짜리 앨범을 한 호흡으로 듣게 만드는 음악이 있다. 알베이즈는 5년을 기다렸고, 그 인내의 결과물은 어떤 거대한 도약이 아니라 ‘잘하던 것을 더 잘하는’ 확장이었다. 글쎄, 이 정도면 속도에 지친 귀에 대한 작은 구원이라 불러도 되지 않을까. 빨래 개키는 시간보다 짧은 앨범이 삶을 조금 느리게 만들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