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비평
파티가 끝난 다음 날 아침의 노래 — MJ Lenderman
「Manning Fireworks」 · MJ Lenderman · ANTI- ·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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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레오검은 2024년 가을에 대해 이렇게 적었다. “Charli XCX의 〈Brat〉이 여름을 정의했다면, 가을은 〈Manning Fireworks〉가 정의할 것이다.” 피치포크 연말 결산 4위, 스테레오검 2위. 미국 인디 씬에서 이 정도의 동시다발적 합의를 끌어낸 앨범이 그해 또 있었던가. MJ 렌더먼이라는 이름, 아직 낯선 분들이 많을 것이다. 노스캐롤라이나 애슈빌 출신, 인디 밴드 Wednesday의 기타리스트. 이번이 네 번째 솔로 앨범이다. 그런데 그의 음악은 정작 파티를 위한 것이 아니다. 파티가 끝난 다음 날 아침, 숙취에 찌든 채 창가에 앉아 듣는 종류의 음악이다.
전작 〈Boat Songs〉(2022)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이번 앨범의 첫인상에 다소 어리둥절할 수 있다. 거칠고 지저분하던 로파이 질감은 거의 사라졌다. 그 자리에 오르간, 페달스틸, 트롬본, 클라리넷이 차곡차곡 쌓인다. 프로덕션이 깨끗해졌다는 말이다. 닐 영의 〈Harvest〉와 〈Zuma〉 사이 어딘가를 배회하던 청년이 이제는 본격적으로 자기만의 텃밭을 일군 느낌이다. 그런데 묘한 건, 사운드가 정돈될수록 그 안에 담긴 인물들은 오히려 더 비참해 보인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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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앨범의 가사는 온통 남자들 이야기다. 그것도 꽤나 한심한 남자들. ‘Wristwatch’의 화자는 버펄로 해변의 별장과 값비싼 손목시계를 자랑하며 자기 인생이 낭비가 아니었다고 거듭 강변한다. ‘She’s Leaving You’의 남자는 친구의 떠난 연인 앞에서 어색하게 위로를 건네다 결국 입을 다문다. ‘Bark at the Moon’의 패배자들은 문자 그대로 달을 향해 짖는다. 그들 곁에는 언제나 술잔이 놓여 있고, 술잔이 비워질 때마다 자기연민의 수위가 조금씩 올라간다.
여기서 중요한 건 렌더먼의 시선이다. 그는 이 머저리들을 조롱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동정하지도 않는다. 마치 오래된 사진첩을 넘기듯 그냥 바라본다. ‘Wristwatch’에서 거친 기타가 화자의 자존심을 떠받치는 동안, 잰디 첼미스의 페달스틸은 음울하게 뒤를 따라붙는다. 두 악기의 결이 맞물리는 순간, 화자가 이미 모든 걸 내준 사람이라는 사실이 음악적으로 폭로된다. 한편 가사에는 ‘Lightning McQueen이 풀스피드로 정신을 잃는’ 같은 어이없는 디테일이 불쑥불쑥 튀어나온다. 슬픔의 진폭이 거꾸로 커지는 건 이런 순간들 덕분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목소리가 있다. 렌더먼의 옛 연인이자 Wednesday의 리더 카를리 하츠먼이 여섯 곡에서 화음을 보탠다. 그 화음은 단순한 백 보컬이 아니다. 화자의 자기연민을 안쪽에서 부드럽게 반박하는 또 하나의 시선처럼 기능한다. 혼자서는 도저히 감당하지 못할 무게를 둘이서 나눠 지는 구조랄까. 10분짜리 클로저가 내면적 도입에서 디스토션 가득한 마지막으로 펼쳐지는 과정에서, 두 사람의 목소리는 마침내 하나로 섞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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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고백하자면, 나는 이런 류의 앨범 앞에서 늘 판단을 유보하는 편이다. 한심한 남자들의 자화상이라, 자칫 ‘진정성의 남발’로 흐를 수 있는 위험한 소재 아닌가. 그러나 렌더먼은 그 좁은 줄을 흔들리지 않고 걸어간다. 위트와 진심이 같은 무게로 공존한다. 농담의 펀치라인이 ‘너를 잃었다, 떠났다, 사랑했다’에서 끝없이 반복되면서, 어느새 한 명의 늘어진 패배자가 자기 이야기를 천천히 들려주는 인상을 받게 된다.
동시대 문화는 도덕적 결백을 끊임없이 요구한다. 부끄러운 행동을 저질렀다면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심판이 따라야 한다고, 거의 무의식적으로 믿는 시대다. 그런데 렌더먼은 판결을 내리지 않는다. 그냥 머물러 준다. 사람들이 가장 낮은 자리에서 드러내는 진실, 그게 이 앨범의 정서적 핵심이다. 파티가 끝나고 조명이 꺼진 방에서 혼자 남겨진 사람이 느끼는 그 특유의 공허함. 〈Manning Fireworks〉는 바로 그 순간의 사운드트랙이다.
당신에게 묻고 싶다. 최근 가장 한심했던 순간이 언제였는지. 그 순간을 떠올리면서 이 앨범을 한번 들어보라. 렌더먼은 당신을 심판하지 않을 것이다. 그저 옆에 앉아 함께 달을 향해 짖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