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비평

펠트로 덮은 피아노, 침묵을 연주하다 — Víkingur Ólafsson (비킹귀르 올라프손)

「From Afar」 · Víkingur Ólafsson (비킹귀르 올라프손) · Deutsche Grammophon · 2022

From Afar - Víkingur Ólafsson (비킹귀르 올라프손) 음반 표지
Víkingur Ólafsson (비킹귀르 올라프손) — 「From Afar」 (2022) 표지 © iTunes / 레이블

“반복이란 차이(差異)의 생산이다.” 들뢰즈의 말을 클래식 음반 시장에 대입하면 기이한 풍경이 펼쳐진다. 2022년 도이체 그라모폰이 내놓은 비킹귀르 올라프손의 「From Afar」는 같은 프로그램을 두 번 녹음해 두 장으로 묶었다. 첫 장은 함부르크 스타인웨이, 두 번째 장은 펠트를 끼운 업라이트. 동일한 손가락이 동일한 선율을 짚되 악기만 바꾸면 무엇이 달라지는가를 청자에게 직접 증명해 보이겠다는 발상이다.

아이슬란드 출신의 이 피아니스트는 죄르지 쿠르탁이라는 헝가리 거장에게 경의를 표하는 트랙 리스트를 구성했다. 쿠르탁의 미니어처 연작 「야테코크」 조각들이 바흐, 슈만, 브람스, 시벨리우스 사이사이에 배치되어 한 곡의 잔향이 다음 곡의 호흡이 되도록 짜였다. 영국 BBC 뮤직 매거진은 그 배열을 “음악적 짝짓기”라 불렀고, 그라모폰은 이 앨범을 “쿠르탁에게 부치는 감사 편지”로 규정했다.

문제는 그 편지가 누구에게 도착하느냐다. 비평계 반응은 갈렸다. 긍정 측은 올라프손의 정교함과 사유(思惟)를 칭송했지만, 부정 측은 바로 그 정교함이 과잉이라고 지적했다. 영국 스펙테이터지 비평가는 첫 번째 디스크를 “호텔 로비의 백그라운드 피아노”에 비유하며 아예 건너뛰길 권했다. 모든 곡이 같은 온도로 정돈되어 있어 작곡가 간 거리가 흐려진다는 것이다. 더 클래식 리뷰 역시 졸탄 코치슈나 빌헬름 켐프 같은 거장의 손끝에서 드러나는 모서리와 무게감이 올라프손에게는 닳아 있다고 꼬집었다.

역설적으로 두 번째 디스크가 구원이 된다. 펠트로 약음 처리된 업라이트는 악기 자체의 한계가 선명하다. 다이내믹 폭이 좁고 소리가 부서지는 지점이 빨리 온다. 그 한계가 피아니스트의 과잉을 자르고, 작곡가가 적어 놓은 셈여림을 정직하게 따르게 만든다. 슈만의 「예언의 새」 같은 작은 곡에서 비로소 즉흥의 숨결이 살아났다는 평가가 나온 이유다. 스펙테이터가 “의도치 않게 드러난 피아니스트의 두 얼굴 중 더 진실한 쪽”이라 표현한 대목이다.

두 장짜리 앨범 전략은 산업적으로도 노림수다. 스트리밍 시대에 피지컬 음반이 살아남으려면 차별화된 물성(物性)이 필요하다. 올라프손과 DG는 ‘같은 음악, 다른 피아노’라는 콘셉트로 그 물성을 만들어냈다. 이 앨범이 흘려 듣기로 열리지 않는다는 점은 약점인 동시에 방어막이다. 집중하지 않으면 잡히지 않는 침묵, 그 침묵을 음표만큼 다루는 감각이 이 앨범의 존재 이유다.

청자의 자세가 이 앨범의 온도를 결정한다. 당신은 어떤 피아노 앞에 앉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