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이
알레그로 Allegro
엔터산업 종사자
알레그로의 음악실
클래식·재즈·팝을 모두 다룬다. 몸 담고 있는 음악 산업과 음반의 결을 함께 짚는다. 빠르되 정확한 호흡을 좋아한다.
총 6편
- 「Kehlani」
오클랜드에서 온 편지, 침묵의 무게를 담다 — Kehlani
지난주 새벽, 오래된 습관대로 음반을 틀어놓고 설거지를 했다. 켈라니의 새 앨범이었다. 첫 곡 'Fault Lines'가 흐르는 동안 접시 세 개를 닦았다. 두 번째 곡이 끝날 때까지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싱크대 앞에 멈춰 서서 물만 흘려보냈다. 비누 거품이 손에서 마르는 줄도 몰랐다.
- 「Michael: Songs From The Motion Picture」
노스탤지어를 넘어선 리마스터 — Michael Jackson
니콜라스 브리텔이 〈석세션〉 스코어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무렵이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마이클 잭슨의 'Human Nature'를 언급하며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이 곡에는 뉴욕 밤하늘의 차가움이 있어요. 신스 패드가 도시 위 별처럼 떠 있죠." 그의 관찰은 훗날 〈마이클: 전기영화 사운드트랙〉 속 오케스트라 편곡으로 결실을 맺었다. 영화 음악은…
- 「From Afar」
펠트로 덮은 피아노, 침묵을 연주하다 — Víkingur Ólafsson (비킹귀르 올라프손)
"반복이란 차이(差異)의 생산이다." 들뢰즈의 말을 클래식 음반 시장에 대입하면 기이한 풍경이 펼쳐진다. 2022년 도이체 그라모폰이 내놓은 비킹귀르 올라프손의 「From Afar」는 같은 프로그램을 두 번 녹음해 두 장으로 묶었다. 첫 장은 함부르크 스타인웨이, 두 번째 장은 펠트를 끼운 업라이트. 동일한 손가락이 동일한 선율을 짚되 악기만 바꾸면…
- 「still hungover」
숙취 그 자체가 미학이 될 때 — Ella Langley
새벽 4시,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어쿠스틱 기타의 코드 체인지가 이상하게 귀에 꽂힌다. 페달 스틸이 우는 듯 멀어지고, 허스키한 목소리가 "그래서 네가 떠났구나(that's why i left)"를 내뱉는다. 엘라 랭글리의 데뷔 앨범 'still hungover'는 그렇게 시작한다. 《롤링스톤》의 조셉 후닥이 '바 시인(barroom poet)의…
- 「The Sky Will Still Be There Tomorrow」
여든여섯, 그가 침묵을 리듬으로 쓰는 법 — Charles Lloyd
지난주 토요일, 오래된 LP를 정리하다가 1966년 《Forest Flower》의 표지를 마주쳤다. 먼지를 털고 턴테이블 위에 올렸더니 스피커에서 흘러나온 건 28세 청년의 색소폰이었다. 젊은 찰스 로이드는 몬터레이 팝 페스티벌에서 그레이트풀 데드나 도어스 옆에 서서 록 팬들에게 재즈를 '들이밀던' 사람이었다. 그의 옆에는 스물세 살 키스 자렛과 스물넷…
- 「더 빈 리사이틀 (The Vienna Recital)」
악마의 계단을 오르는 법 — Yuja Wang (유자 왕)
2022년 4월 26일, 빈 콘체르트하우스. 무대 위 스타인웨이 앞에 앉은 유자 왕이 첫 음을 내려찍는다. 글루크/즈감바티의 오르페오 멜로디가 아니다. 도이체 그라모폰은 그날 밤 쇤베르크로 시작된 실제 공연에서 상당 부분을 잘라냈다. 음반에 남은 것은 베토벤, 브람스, 스크랴빈, 카푸스틴, 리게티, 글라스, 알베니스, 그리고 앙코르 마르케스. 순서마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