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커에서 드럼 소리가 터져 나오세요. 쿵, 쿵, 쿵. 손뼉 소리가 그 위를 덮고, 곧이어 스물두 살 북런던 여자의 목소리가 공간을 찢어요. “There’s a fire starting in my heart.” 복수의 선언이에요. 2011년, 아델의 두 번째 앨범 ‘21’은 그렇게 시작되었어요.
이별 앨범이라는 장르가 있다면 이 음반은 그 정점에 서 있어요. 문제는 그게 왜 하필 2011년이었느냐는 거예요. 리먼 브라더스가 무너진 지 3년, 전 세계는 여전히 허우적거리고 있었어요. 월스트리트 점령 시위대가 주코티 공원에 텐트를 치던 해, 아랍의 봄이 중동을 휩쓸던 해. 그해 가장 많이 팔린 음반이 한 여자의 개인적 실연 기록이라니요. 뭔가 이상하지 않아요?
NME의 프리야 엘란은 이 앨범을 두고 “우리 시대의 결정적 이별 앨범”이라고 불렀어요. 맞는 말이에요. 다만 그 ‘이별’의 대상이 옛 연인만은 아니었던 거예요. 2008년 이후 세계는 무언가와 이별 중이었어요. 안정된 일자리, 집값이 오르기만 하리라는 믿음, 노력하면 보상받는다는 약속. 아델이 부른 건 그 상실감의 사운드트랙이었어요.
프로듀서 릭 루빈은 ‘Rolling in the Deep’에서 공간을 텅 비워놨어요. 그 공허함 속에서 아델의 목소리는 분노로 가득 차올라요. 마지막 트랙 ‘Someone Like You’는 정반대예요. 피아노 한 대와 목소리뿐. 그녀는 묻고 있어요. “Never mind, I’ll find someone like you.” 체념이에요. 포기예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위로가 되었어요.
아델은 BRIT School 출신이에요. 에이미 와인하우스, 리오나 루이스와 같은 곳. 영국 공교육이 낳은 팝 천재들이죠. 국가가 문화에 투자하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보여주는 증거예요. 스물두 살에 이런 음반을 만들 수 있었던 건 재능만이 아니에요. 시스템이에요.
하지만 결국 이 음반이 증명하는 건 슬픔이 돈이 된다는 사실이에요. 전 세계 3천만 장. 누군가의 심장이 찢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우리는 카타르시스를 얻었어요. 그리고 음반사는 수표를 받았어요.
저도 이 음반을 백 번은 들었어요. 그때마다 왜 울컥하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했어요. 이제 알 것 같아요. 그건 연민이 아니라 자기연민이었어요. 남의 이별 노래에 기대어 제 상실감을 달랬던 거예요. 그러니까 제가 제일 한심한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