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비평

자정의 쿠데타 — Beyoncé

「Beyoncé」 · Beyoncé · Parkwood Entertainment / Columbia Records · 2013 · 스트리밍 ↗

Beyoncé - Beyoncé 음반 표지
Beyoncé — 「Beyoncé」 (2013) 표지 © iTunes / 레이블

2013년 12월 13일 새벽, 나는 뉴욕 발 서울 행 비행기 안에서 잠을 설치고 있었다. 착륙 후 와이파이가 잡히자 타임라인이 폭발해 있었다. 비욘세가 앨범을 냈다. 아무 예고 없이.

싱글도 없었다. 인터뷰도 없었다. 라디오 선공개도 없었다. 14곡과 17편의 뮤직비디오가 아이튠즈에 그냥 올라왔다. 팝 산업의 문법에서 이것은 반란이었다. 《롤링 스톤》의 롭 셰필드는 이를 두고 ‘팝의 신들이 한밤중에 내린 선물’이라 썼는데, 선물이라기보다는 쿠데타에 가까웠다. 음반 산업이 수십 년간 쌓아온 홍보 체계를 단 한 명의 가수가 무효화시킨 것이다.

그러나 기습 발매의 충격은 사흘이면 잊힌다. 열세 해가 지난 지금까지 이 앨범이 회자되는 이유는 다른 곳에 있다.

첫 트랙 ‘Pretty Hurts’는 미인대회 무대 뒤편에서 시작한다. 토하고, 굶고, 웃고, 순위를 기다리는 여자들. 비욘세는 묻는다. 당신의 열망은 무엇인가. 세상이 끝나면 무엇이 남는가. 미의 기준을 강요하는 사회에 대한 고발이지만, 그 사회의 정점에 서 있는 당사자가 부르기에 이 노래는 자기반성이자 자기파괴가 된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가 아름다움의 허무를 노래한다. 이 역설(逆說·paradox)이 앨범 전체를 관통한다.

‘Drunk in Love’에서 그는 남편 제이지와 함께 취한 욕망을 더듬는다. 808 베이스가 술 취한 발걸음처럼 비틀거린다. ‘Partition’에서는 리무진 뒷좌석의 은밀한 판타지를 적나라하게 펼친다. 팝 디바에게 요구되는 청정함의 가면을 스스로 벗는다. 하지만 곧이어 ‘Blue’에서 그는 어린 딸의 목소리를 삽입하며 모성의 세계로 전환한다. 성적 주체와 어머니, 둘 다이기를 거부당하는 여성들에게 그는 말한다. 나는 둘 다다.

팀발랜드, 퍼렐, 부츠, 디테일. 프로듀서 명단은 화려하지만 앨범은 산만하지 않다. ‘Haunted’의 산업적 타격음과 ‘XO’의 유포릭한 신스가 같은 앨범 안에 공존하는 것은 기획의 힘이다. 비주얼 앨범이라는 형식은 단순한 뮤직비디오 꾸러미가 아니라 음악과 영상이 서로를 해석하는 구조다. 영상 없이 음악만 들으면 반쪽짜리가 된다.

2013년 12월, 음반 시장은 이미 스트리밍에 잠식당하고 있었다. 앨범이라는 단위는 재생목록에 밀려 해체되는 중이었다. 비욘세는 그 흐름에 맞서지 않았다. 대신 앨범을 완결된 예술품으로 만들어 한꺼번에 던졌다. 자르지 마라, 통째로 들어라, 보아라.

나는 여전히 이 앨범을 연말에 다시 튼다. 열세 해 전 기내 좌석에서 느낀 당혹감을 떠올리면서. 기습을 당한 쪽은 산업만이 아니었다. 팝 음악에 대한 나의 얄팍한 예측도 그날 밤 격파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