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비평

제국은 어떻게 무너지는가 — Coldplay

「Viva la Vida or Death and All His Friends」 · Coldplay · Parlophone / Capitol · 2008 · 스트리밍 ↗

Viva la Vida or Death and All His Friends - Coldplay 음반 표지
Coldplay — 「Viva la Vida or Death and All His Friends」 (2008) 표지 © iTunes / 레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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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언 이노는 2006년 어느 날 콜드플레이 멤버들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너희는 세계에서 가장 큰 밴드가 되었다. 이제 흥미로운 밴드가 될 차례다.” 이 말을 전해 들은 크리스 마틴은 처음에 기분이 나빴다. 하지만 그는 결국 이노의 말이 맞다는 것을 인정했다. 《롤링스톤》의 브라이언 하이엇은 이 앨범을 두고 “스타디움 밴드가 더 큰 무언가를 향해 손을 뻗는 소리”라고 썼다. 정확한 진단이다. 2008년 발매된 《Viva la Vida or Death and All His Friends》는 콜드플레이가 자신들의 안전지대를 벗어나기로 결심한 첫 번째 증거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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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킹 헤즈와 U2의 사운드를 빚어낸 앰비언트의 대부 브라이언 이노가 프로듀서로 합류하면서 이 앨범의 청사진은 완전히 달라졌다. 앨범 첫 곡 ‘Life in Technicolor’부터 그의 지문(指紋)이 선명하다. 섬세한 기타 아르페지오가 오케스트라의 팽창으로 이어지는 이 인스트루멘탈은 선언문에 가깝다. 더 이상 예쁜 우울의 반복은 없다는 선언. ‘Violet Hill’에서 콜드플레이는 날 선 디스토션 기타와 행진곡풍 드럼으로 무장한다. 전해지는 바에 따르면 크리스 마틴이 폭스 뉴스에 대한 혐오감에서 이 곡을 썼다고 한다. 메이저 키의 온기 대신 진짜 위협에 가까운 무언가가 스며들었다. 반면 ‘Strawberry Swing’은 아프리카풍 기타 패턴 위로 부유하며 《Graceland》 시절 폴 사이먼을 연상시킨다. 같은 앨범 안에서 이토록 상반된 질감이 공존한다는 사실 자체가 이노 효과(效果)의 증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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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앨범의 심장은 단연 타이틀곡이다. “내가 세계를 지배했던 적이 있었지 / 내가 말을 하면 바다도 솟아올랐어 / 이제 혼자 외로이 아침을 맞이하고 / 내가 소유했던 거리를 청소하고 있다네.” 휘몰아치는 현악과 군악대의 북소리 위로 크리스 마틴의 팔세토가 솟구친다. 가사는 프랑스 혁명과 예루살렘을 오가며 쓰러진 왕과 잃어버린 제국을 노래한다. “내 성이 소금과 모래 기둥으로 세워졌다는 걸 / 이제야 나는 깨달았네.” 이 고백은 단순한 역사 판타지가 아니다.

2008년이 어떤 해였는지 기억해야 한다. 리먼 브라더스가 무너지고 월가의 탐욕이 세계를 공황(恐慌)으로 몰아넣던 해다. 미국이라는 제국의 균열이 처음으로 가시화된 시점이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8년이 막을 내리고, ‘변화’를 외치는 젊은 상원의원이 백악관을 향해 질주하던 해이기도 하다. 이 곡이 발매 직후 빌보드 핫100 정상을 차지하고 전 세계를 휩쓴 것은 우연이 아니다. “단 한마디의 진실된 말은 없었다 / 그게 내가 세계를 다스리던 시기라네.” 미국의 유권자들은 이 가사에서 무엇을 들었을까. 아마도 그들 자신이 목격하고 있던 쇠락(衰落)의 풍경이었을 것이다. 권좌에서 내려오는 자의 고백이라는 점에서 이 노래는 2008년 가을 미국 사회의 무의식을 건드렸다.

물론 크리스 마틴의 가사가 늘 명료한 것은 아니다. 모호한 영성과 사랑의 구원이라는 단골 소재가 이 앨범에서도 반복된다. ‘Yes’는 두 개의 뚜렷이 다른 악장을 거치면서도 그 길이를 정당화하는 데 실패하고, 스포큰 워드 인터루드는 자의식 과잉의 예술성처럼 들린다. 하지만 이런 약점들이 앨범 전체의 정서적 궤적을 무너뜨리지는 못한다. 도입부의 조심스러운 희망에서 ‘Cemeteries of London’의 어두운 밤을 지나 ‘Death and All His Friends’의 카타르시스로 이어지는 흐름. 이 앨범은 하나의 여정으로 설계되었고, 그 설계는 성공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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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드플레이는 브릿팝의 왕좌에 오른 이후 줄곧 ‘조롱하기 가장 쉬운 밴드’라는 오명을 짊어졌다. 지나치게 진지하고, 지나치게 안전하며, 드라마 눈물 장면의 배경음악으로 지나치게 적합하다는 이유로. 《NME》의 폴 맥나미조차 “콜드플레이가 실제로 꽤 괜찮다고 보도하게 되어 충격적”이라고 썼을 정도다. 그런 그들이 이 앨범으로 마침내 자신들의 야망(野望)에 걸맞은 크기로 자랐다. 위대한 제국은 모두 무너진다. 문제는 무너진 뒤에 무엇이 남느냐다. 콜드플레이는 자신들이 쌓아올린 아레나 록의 안전한 성벽을 스스로 허물었고, 그 자리에 더 복잡하고 더 아름다운 폐허를 세웠다.

나는 이 앨범이 발매되었을 때 콜드플레이를 여전히 무시했다. 팝을 향한 편견과 비평적 허세가 뒤섞인 그 시절의 나는, 스타디움을 가득 채우는 밴드는 진지하게 들을 가치가 없다고 믿었다. 18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인정한다. 틀린 것은 그들이 아니라 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