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비평

정체성 없는 자의 정체성 — David Bowie

「Hunky Dory」 · David Bowie · RCA Records · 1971 · 스트리밍 ↗

Hunky Dory - David Bowie 음반 표지
David Bowie — 「Hunky Dory」 (1971) 표지 © iTunes / 레이블

열세 살 때 처음 들은 ‘라이프 온 마스?‘의 피아노 인트로가 나를 멈추게 했다. 왜 이 남자는 노래하면서 자기가 누군지 모르는 것처럼 연기하나. 그게 첫 느낌이었다.

경계선 위의 손짓

1971년 데이비드 보위는 ‘헝키 도리’를 발표했다. 《롤링 스톤》의 존 멘델슨은 그를 “정체성 자체가 퍼포먼스인 자”라 불렀다. 정확했다. 이 앨범에서 보위는 앤서니 뉴리처럼 읊조리다 루 리드처럼 울부짖고, ‘쿠크스’에서는 갓난아들에게 자장가를 부르는 아버지가 된다. 같은 사람인가. 1971년 영국은 이분법의 세계였다. 노동자 아니면 귀족, 남자 아니면 여자. 보위는 그 경계선 위에 올라가 손을 흔들었다.

팝에 심은 초인 사상

‘오! 유 프리티 씽스’에서 보위는 대놓고 선언한다. 호모 사피엔스는 끝났다, 호모 슈피리어가 온다. 니체의 망치를 팝송 멜로디에 심어 라디오에 틀어버린 것이다. ‘퀵샌드’에서는 크롤리와 처칠과 히믈러를 한자리에 불러 모아 영적 혼란을 노래했다. 이건 팝이 아니라 선동이다. 그러나 청중은 눈치채지 못했다. 선율이 너무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실패한 예언가

발매 당시 이 앨범은 흥행에 실패했다. 보위가 스타가 되려면 이듬해 ‘지기 스타더스트’까지 기다려야 했다. 그러나 ‘헝키 도리’는 실패한 예언이 아니라 너무 일찍 도착한 미래였다. 보위는 고정된 자아를 믿지 않았고, 그래서 모든 자아가 될 수 있었다. 정체성의 시대에 정체성 없음을 선택한 자가 결국 가장 강력한 정체성의 아이콘이 되었다. 그것이 이 앨범의 역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