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비평

패배의 기념비 — Fleetwood Mac

「Rumours」 · Fleetwood Mac · Warner Bros. Records · 1977 · 스트리밍 ↗

Rumours - Fleetwood Mac 음반 표지
Fleetwood Mac — 「Rumours」 (1977) 표지 © iTunes / 레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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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머스》는 가장 성공적으로 포장된 집단 자살 보고서다. 1977년 발매 당시 이 앨범을 둘러싼 서사는 이미 완성되어 있었다. 린지 버킹엄과 스티비 닉스의 결별, 존 맥비와 크리스틴 맥비의 이혼, 그리고 밴드 전원이 공유한 것으로 알려진 코카인 예산. 영국 《NME》의 닉 켄트는 이 앨범을 ‘병적인 전문성(pathological professionalism)‘의 산물이라 불렀다. 모든 음표가 빛날 때까지 연마되고, 모든 화음이 수학적 정밀도로 조율된 결과물. 그 진단은 정확하다. 문제는 그것이 비판인지 찬사인지 구분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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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앨범의 구조는 철저히 계산된 감정의 배치(配置)다. ‘Second Hand News’의 추진력으로 시작해 ‘Dreams’의 최면적 그루브를 거쳐 ‘Songbird’의 무방비한 아름다움에 이르는 여정. 버킹엄이 ‘Go Your Own Way’에서 토해내는 분노는 거의 통제 불능에 가깝지만, 그 분노조차 라디오 전파를 타기에 최적화된 3분 30초 안에 봉인된다. 크리스틴 맥비의 ‘Don’t Stop’이 내일을 노래할 때, 그 낙관은 공허하지 않다. 오히려 너무 진심이어서 섬뜩하다. 파탄 난 결혼 생활 한복판에서 “어제는 지나갔어, 내일이면 나아질 거야”라고 노래하는 여자의 목소리가 담담할 때, 우리는 희망이 아니라 체념의 다른 이름을 듣는다.

1970년대 후반 미국은 베트남의 수렁에서 빠져나왔고 워터게이트의 잔해를 치우고 있었다. 국가적 트라우마를 처리하는 방식은 망각이었고, 망각의 사운드트랙은 캘리포니아의 부드러운 햇살처럼 빛나는 소프트록이었다. 《루머스》는 그 시대가 필요로 한 마취제였다. 개인의 고통을 공동체의 위안으로 치환하는 연금술. 닉스가 ‘Gold Dust Woman’에서 어둠 속으로 하강할 때조차, 그 추락은 충분히 아름답게 녹음되어 불쾌함 대신 카타르시스를 제공한다. 고통받는 자들의 진짜 목소리가 아니라, 고통받는 자들이 듣고 싶어 하는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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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앨범은 4천만 장 이상 팔렸다. 밴드 멤버들의 삶은 그 후로도 계속 파탄 났고 재결합했고 다시 무너졌다. 역설은 여기 있다. 《루머스》가 기록한 것은 관계의 종말이었으나, 그 종말의 기록은 밴드를 영원히 함께 묶어버렸다. 서로를 견딜 수 없었던 사람들이 서로를 견딜 수 없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앨범을 함께 연주하기 위해 50년간 무대에 서야 했다. 패배가 승리가 된 것이 아니다. 패배가 그들의 유일한 유산이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