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비평

36곡, 혹은 콘텐츠 폭격의 시대 — Morgan Wallen

「One Thing At A Time」 · Morgan Wallen · Big Loud / Republic Records · 2023 · 스트리밍 ↗

One Thing At A Time - Morgan Wallen 음반 표지
Morgan Wallen — 「One Thing At A Time」 (2023) 표지 © iTunes / 레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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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건 월런의 〈One Thing at a Time〉은 앨범이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앨범이라 부르기엔 무언가 어긋난다. 36곡. 1시간 53분. 보통 앨범 세 장에 해당하는 분량(分量)을 한꺼번에 쏟아부었다. 스트리밍 차트는 재생 횟수로 순위를 매긴다. 곡 수가 많으면 그만큼 재생도 늘어난다. 단순한 산수다. 월런의 소속사는 이 산수를 완벽히 이해했다. 결과? 앨범 수록곡 전곡이 빌보드 싱글 차트에 진입했다. 36곡 전부. 전례 없는 기록이다.

나는 작년에 이 앨범의 대표곡 ‘라스트 나이트(Last Night)‘를 두고 “별게 없는 노래”라고 썼다. 지금도 의견은 같다. 전형적인 컨트리에 귀에 착 붙는 팝 멜로디를 얹었다. 가사도 뻔하다. “어젯밤 독한 술 마셔가며 얘기했잖아.” 그게 전부다. 그런데 이 곡은 14주간 1위를 지켰다. 올해 빌보드 최대 히트곡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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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런의 재능은 부정할 수 없다. 목소리가 좋다. 테네시 출신 특유의 거친 음색은 상처받은 남자의 회한을 전달하기에 적합하다. ‘싱킹 바웃 미(Thinkin’ Bout Me)‘나 ‘에브리싱 아이 러브(Everything I Love)’ 같은 곡에서 그의 보컬은 진심으로 들린다. 어머니에게 바치는 ‘Thought You Should Know’도 마찬가지다. 감정을 실어 노래할 줄 아는 가수라는 건 확실하다.

문제는 36곡이라는 숫자 자체다. 스무 번째 곡에 이르면 공식이 보이기 시작한다. 후회하는 화자, 중템포 그루브, 틱톡에서 퍼질 법한 훅. 조립 라인처럼 찍어낸 듯한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Variety〉의 한 기자는 “15곡만 추리면 훌륭한 싱글 LP가 됐을 것”이라 썼다. 동감한다. 재능 있는 가수가 물량에 스스로를 묻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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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reogum〉은 이 앨범을 “사회학적 연구 대상”이라 불렀다. 틀린 말이 아니다. 월런은 2021년 인종 비하 발언으로 소속사에서 잘렸다. 스트리밍 플랫폼은 그의 곡을 삭제했다. 그런데 역주행이 시작됐다. 정치적 올바름에 반감을 품은 보수 백인 남성들이 작정하고 그를 밀어줬기 때문이다. 스캔들이 오히려 연료가 된 셈이다.

이 앨범은 그 논란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대신 술과 이별과 작은 마을의 향수를 노래한다. 편안한 도피처를 대량으로 공급한다. 팬들은 그걸 원하고, 월런은 정확히 그걸 준다. 비즈니스 모델로서는 완벽하다. 예술적 선언으로서는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

옛날에는 앨범이 하나의 세계였다. 시작과 끝이 있었고, 곡 순서에도 의도가 있었다. 지금은 어떤가. 앨범은 플레이리스트를 위한 원재료로 쪼개지고, 차트 점유율을 위한 물량 작전에 동원된다. 〈One Thing at a Time〉은 음악 비즈니스 수업에서 오래 연구될 것이다. 그런데 과연, 음악 자체로 기억되기는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