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비평

변신의 정치학 — Taylor Swift

「1989」 · Taylor Swift · Big Machine Records · 2014 · 스트리밍 ↗

1989 - Taylor Swift 음반 표지
Taylor Swift — 「1989」 (2014) 표지 © iTunes / 레이블

팝스타에게 과거를 지우는 일이 허락되는가. 더 정확히 말하면, 자신이 아닌 타인들이 써내려간 서사를 폐기하고 새로운 원고지 위에 첫 문장을 쓸 권리가 여성 뮤지션에게 주어지는가.

2014년, 테일러 스위프트는 다섯 번째 앨범에 자신의 출생연도를 붙였다. 1989. 이 숫자는 단순한 연대기가 아니다. 재탄생(再誕生)의 선언문이다. 내슈빌의 컨트리 공주는 맥스 마틴과 쉘백이 설계한 신스팝의 구조물 속으로 걸어 들어갔고, 밴조와 피들 대신 드럼머신과 신시사이저를 손에 쥐었다. 《피치포크》의 라이언 돔발은 이 앨범에서 재닛 잭슨의 《Control》과 블루 나일의 네온 로맨티시즘을 동시에 읽어냈다. 장르 이주는 대개 실패한다. 진정성이라는 제단 위에 크로스오버의 야망이 산화하는 광경을 우리는 숱하게 목격해왔다. 그러나 스위프트는 살아남았다. 아니, 번성했다.

‘Blank Space’는 이 앨범의 심장이다. 타블로이드 지면을 장악해온 그녀의 연애 스캔들, 그 스캔들이 만들어낸 괴물 같은 캐리커처를 스위프트는 제 손으로 끌어안는다. “새 남자 이름을 빈칸에 쓸 공간이 있어”라고 노래하는 순간, 그녀는 미디어가 구축한 허상(虛像)을 폭파하는 동시에 그것을 자기 작품의 재료로 삼는다. 이건 항복이 아니라 점령이다. 수동적 피해자에서 능동적 서술자로의 위치 전환. ‘Style’에서 80년대의 기타 릭과 고동치는 베이스가 유독 관계의 중독성을 노래하는 것도 우연이 아니다. 독극물조차 포장에 따라 약이 된다.

문제는 이 변신이 누구의 것이냐다. 맥스 마틴이라는 히트 제조기가 설계한 구조물 안에서 아티스트의 자아는 얼마나 생존하는가. 스위프트의 경우, 내러티브 디테일에 대한 집착이 그녀를 구원한다. ‘Out of the Woods’가 포착한 불안과 희망의 진폭, ‘Clean’이 도달하는 정화의 순간은 산업의 기계가 아니라 한 인간의 감정 아카이브에서 길어 올린 것이다. ‘Shake It Off’의 계산된 명랑함이 다소 거슬린다 해도, 이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것은 틀림없는 작가 의식(作家意識)이다.

컨트리에서 팝으로의 이동은 미국 음악 산업 지형도의 변화이기도 하다. 내슈빌의 보수성, 그 폐쇄적 장르 문법에서 탈출한 스위프트는 글로벌 시장이라는 더 넓은 전장을 선택했다. 이것은 도피가 아니라 전략적 재배치다. 1989년생이 1989라는 타이틀로 자기 출발점을 다시 쓴다. 기원(起源)의 재정의.

영화 《브렉퍼스트 클럽》에서 앨리슨은 말했다. “네가 자라면 마음이 죽어.” 스위프트는 그 예언을 거부했다. 자라면서 마음을 바꿨고, 바뀐 마음으로 제국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