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비평
로맨스 산업의 자기완결, 『가브리엘의 인페르노』가 드러낸 것
「가브리엘의 인페르노」 (Gabriel's Inferno) · 토시아 리 (Tosca Musk) · 2020
미국 로맨스 전문 스트리밍 플랫폼 패션플릭스(Passionflix)의 가입자 수는 공개되지 않는다. 다만 『인디와이어』의 표현대로라면 이 플랫폼은 “할리우드가 오랫동안 외면한 장르 독자들에게 영토를 개척”하며 나름의 생태계를 구축했다.
1.
토시아 머스크 감독의 『가브리엘의 인페르노』는 그 생태계 안에서만 의미를 지닌다. 원작 소설이 『트와일라잇』 팬픽션에서 출발해 상업 소설로 탈바꿈한 이력처럼, 이 영화 역시 기존 팬덤을 위해 존재한다. 단테 전공 교수 가브리엘과 대학원생 줄리아의 금지된 사랑. 권력 불균형은 윤리적 질문이 아니라 장르적 긴장으로 처리된다. 줄리오 베루티의 브루딩(brooding)한 매력과 멜라니 자네티의 순진한 표정이 프레임을 채운다. 촬영은 토론토 대학가를 무대로 삼아 지적 교양의 외피를 두르지만, 『가디언』의 지적대로 이 영화는 “로맨스로서 작동하는가”만이 유일한 판단 기준이다.
2.
영화의 문학적 자의식은 단테의 『지옥편』에 기대어 펼쳐진다. 가브리엘은 스스로를 저주받은 영혼으로, 줄리아를 베아트리체로 위치시킨다. 구원 서사의 도식이 투박하다 해도, 장르 문법을 익힌 관객에게 이 도식은 익숙한 쾌락이다. 예산 제약은 꿈 시퀀스와 미술 세트에서 드러나지만, 패션플릭스 구독자에게 그것은 결함이 아닌 전제다. 우리는 여기서 비평의 통상적 기준이 무력해지는 순간을 목격한다. 장르 충성도가 미학적 완성도를 대체하는 회로.
3.
스트리밍이 콘텐츠 지형을 세분화하면서, 이제 영화는 모두를 위해 만들어지지 않는다. 『가브리엘의 인페르노』는 그 분절화의 명확한 사례다. 비평가가 이 영화를 놓고 “영화로서 작동하는가”를 묻는 일은 어쩌면 범주 오류에 가깝다. 중요한 것은 이 산업이 자기 관객을 어떻게 만족시키느냐이며, 그 점에서 이 영화는 약속을 지킨다.
단테가 『지옥편』 제3곡에서 쓴 것처럼—“여기 들어오는 자, 모든 희망을 버려라.” 다만 로맨스 팬들에겐 그 희망이 곧 장르적 쾌락의 입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