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비평

형제의 집 — 고트

「고트」 (Goat) · 앤드류 네일 (Andrew Neel) · 2026

고트 (2026) 이미지
「고트」 (2026) 이미지 © TMDb
  1. 어둠 속에서 주먹이 날아든다. 대학 신입생 브래드(벤 슈네처)는 밤길에서 정체불명의 남자들에게 폭행당한다. 영화 ‘고트’는 이 장면으로 시작한다. 피투성이가 된 얼굴, 땅바닥에 쓰러진 몸. 카메라는 외면하지 않는다. 브래드는 살아남았지만 무언가가 부서졌다. 그가 찾아간 곳은 형 브렛(닉 조나스)이 속한 대학 사교클럽, 프래터니티다.

  2. 앤드류 네일 감독은 브래드 랜드의 동명 회고록을 원작으로, 미국 대학가의 신고식 문화를 해부한다. 속옷 차림으로 조미료와 체액을 뒤집어쓴 채 자신의 치부를 고백해야 하는 신입생들. ‘인디와이어’의 데이비드 얼리히는 “거의 볼 수 없을 지경의 장면”이라 썼다. 감독은 카메라를 끄지 않는다. 소속감을 얻기 위해 수천 명의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감내하는 의식이라는 걸 똑똑히 보여주겠다는 듯이.

  3. 벤 슈네처는 침묵과 상처 입은 눈빛만으로 내면을 증언한다. 디즈니 출신 닉 조나스는 동생을 지키지 못하는―혹은 지키지 않는―형 역할에서 예상 밖의 무게를 보여준다. 굴종(屈從)과 귀속(歸屬), 이 두 단어 사이에서 형제는 갈린다. 폭력이 유대를 만들고, 공유된 트라우마가 충성의 토대가 된다는 역설. 영화는 그 메커니즘을 고발하되 해답은 제시하지 않는다.

  4. 군 기수 문화, 체육계 얼차려, 조직의 ‘선후배 예절’―한국 사회 곳곳에도 비슷한 의식이 산재한다. ‘고트’가 불편한 건 그것이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형제의 집은 어디에나 있다. 들어가는 문은 열려 있고, 나오는 문은 잘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