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비평
가상 아이돌, 진짜 산업 — KPop Demon Hunters Cast, HUNTR/X & Saja Boys
「KPop Demon Hunters (Soundtrack from the Netflix Film)」 · KPop Demon Hunters Cast, HUNTR/X & Saja Boys · Netflix Music · 2025 · 스트리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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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NME》는 이 사운드트랙을 두고 “넷플릭스가 K팝 현상을 통째로 제조하려는 시도”라고 썼다. 제조(manufacturing)라는 단어가 비꼬는 뉘앙스로 쓰인 건지, 감탄의 의미인지는 문맥만으로 판단이 어렵다. 아마 둘 다일 것이다. 《KPop Demon Hunters》 사운드트랙은 넷플릭스가 영화를 위해 창조한 가상의 아이돌 그룹 두 팀—걸그룹 HUNTR/X와 보이그룹 Saja Boys—이 부른 곡들로 채워져 있다. 배우들이 연기하는 아이돌, 촬영을 위해 쓰인 노래, 스트리밍 플랫폼용 콘텐츠로 설계된 음반. 이 모든 것이 하나의 패키지로 엮여 팝 산업의 새로운 실험대에 올랐다. 실험은 성공인가, 실패인가. 답하기 전에 먼저 물어야 할 것이 있다. 애초에 이것이 ‘음반’으로 평가받아야 하는 대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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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vil’s Contract’는 이 앨범에서 가장 야심 찬 트랙이다. 일렉트로팝 위에 국악 타악기 샘플이 끼어드는 브레이크다운 구간은 ‘전통과 미래의 융합(融合)‘이라는 K팝의 오래된 클리셰를 그럴듯하게 실현한다. 《Rolling Stone》의 평대로 틱톡에서 바이럴 될 법한 구석이 분명히 있다. HUNTR/X의 ‘Unleashed’는 왜곡된 신스와 공격적인 비트로 블랙핑크식 에너지를 모방한다—모방이라기보다 ‘학습’에 가깝다고 해야 공정할 것이다. 제작진 목록에는 서울 기반의 실제 K팝 프로듀서들이 포함되어 있고, 사운드의 품질은 빅4 소속사 발매작과 구분이 어렵다. 여기서 이상한 역전이 일어난다. 가짜 아이돌이 진짜 아이돌과 구별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이 음반의 성취이자 한계다. ‘Heartbreak Protocol’은 발라드로서의 상처를 노리지만, 체크리스트를 채운 듯한 감정의 기호들만 나열된다. ‘Rise Again’은 트랩 하이햇 위로 금관 섹션이 터지는 순간 진짜 카타르시스에 가까워지나, 곧 영화의 클라이맥스 장면을 위한 기능으로 회수된다. 필자는 이 앨범을 세 번 반복해 들으며 결국 한 곡도 온전히 기억하지 못했다. 이것이 내 귀의 문제인지, 음반의 문제인지, 아니면 음반이라는 형식 자체의 문제인지 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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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은 이미 오래전부터 ‘공연’과 ‘서사’의 장르였다. 무대 위의 안무, 뮤직비디오의 세계관, 팬덤 서사, 컴백 일정에 맞춘 마케팅 캘린더. 음악은 이 모든 요소 중 하나일 뿐, 유일한 핵심은 아니다. 넷플릭스의 실험이 불편하게 느껴진다면 그것은 K팝이 이미 해오던 일을 더 노골적으로 드러냈기 때문일 것이다. 가상 아이돌에게 ‘진정성’을 요구하는 것이 애초에 어불성설(語不成說)이라면, 실제 아이돌에게 진정성을 요구하는 관행은 정당한가. 《Pitchfork》는 이 앨범을 “K팝의 전 세계 엔터테인먼트 인프라 식민화에 대한 기록물”이라 평했다. 다소 과장된 수사지만, 핵심은 맞다. 이 음반은 듣기보다 분석하기에 더 흥미롭다. 사운드트랙으로서는 훌륭히 기능하고, 독립된 앨범으로서는 모호하며, 산업의 방향을 보여주는 표본으로서는 예리하다. 나는 이것을 비판하는 것인지 묘사하는 것인지 스스로 헷갈린다. 이 음반은 좋은 음반인가라는 질문 자체가 이미 낡은 것인지도 모른다. 더 적확한 질문은 이것이다—우리는 앞으로도 ‘음반’을 들을 것인가, 아니면 ‘콘텐츠’를 소비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