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비평
광대의 유서, 혹은 자격 상실의 기록 — 인간 실격
「인간 실격」 (No Longer Human (人間失格, Ningen Shikkaku)) · 다자이 오사무 (太宰治, Osamu Dazai) · 옮긴이 홍은주 · 위즈덤하우스 · 1948
1948년 6월, 다자이 오사무는 애인 야마자키 토미에와 함께 도쿄 서쪽 다마가와 상수도에 투신했다. 서른여덟. 그 직전 탈고한 원고가 『인간 실격(人間失格)』이다. 이것이 그의 다섯 번째 자살 시도였고, 처음으로 성공한 시도였다. 《타임스 리터러리 서플먼트》는 이 작품을 두고 “절망의 문학 그 자체를 이해하려는 자가 읽어야 할 필독서”라 썼는데, 나는 이 평에서 ‘절망’보다 ‘이해’라는 단어에 오래 걸렸다.
주인공 오바 요조는 태어나면서부터 타인이 낯설다.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왜 웃고 왜 화내는지 도통 모르겠다. 그래서 그는 광대가 된다. 웃음을 유발하면 의심받지 않는다는 것을 일찌감치 터득한 것이다. 소설 첫머리에 등장하는 세 장의 사진 묘사 — 어린 시절, 학창 시절, 마지막의 흉물스러운 얼굴 — 는 이 가면극의 연대기다. 광대의 분장이 벗겨지는 과정.
도스토옙스키의 ‘지하 실존(地下生活)‘에 견줄 법하다. 그러나 《커커스 리뷰스》가 적확히 짚었듯, 요조에게는 그 지하인(地下人)의 쓰라린 자존심마저 없다. 오로지 비굴(卑屈)만 있다. 구원 없는 자기 혐오. 자신이 ‘근본적으로 틀렸다’는 확신에 묶인 영혼. 그렇다면 이 소설은 한 남자의 병리 기록일 뿐인가? 아니다. 다자이의 교묘함은 요조의 눈을 통해 일본 사회 — 체면과 순응의 공화국 — 의 위선(僞善)을 동시에 해부한다는 데 있다. 타인을 이해하지 못하는 자가 아니라, 타인의 허위를 너무 선명히 꿰뚫어버린 자.
전후(戰後) 일본에서 이 책은 거의 신앙 고백서처럼 읽혔다. 패전과 가치 붕괴의 시대에 ‘인간 자격’을 스스로 박탈하는 서사는 집단적 수치심의 메타포가 됐을 것이다. 오늘날 이 책이 여전히 젊은 독자에게 읽히는 까닭은 무엇인가? 아마도 우리 모두가 크고 작은 광대 노릇을 하며 살기 때문이리라. SNS에 웃는 얼굴을 올리고, 회의실에서 적당히 고개를 끄덕이고, 누군가의 기대에 맞춰 자기를 덜어내는 — 그 매일의 작은 사기(詐欺) 말이다. 요조는 이 사기를 끝까지 밀어붙인 자이고, 그래서 우리는 그를 혐오하면서도 외면하지 못한다.
다자이의 문장은 단순하다. 그러나 그 단순함은 바닥을 뚫고 내려간 뒤의 평온이다. 멜로드라마를 거부하기에 더 무섭다. 마지막 장을 덮으며 나는 불현듯 자문했다 — 그렇다면 나는 인간 자격을 유지하고 있는가? 대답하지 못했다. 아니, 대답할 용기가 없었다. 이 정도 소설 앞에서 평론을 쓴다는 것 자체가 어쩌면 또 하나의 광대 짓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