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비평
K팝이 악귀를 낳을 때 — KPop Demon Hunters
「KPop Demon Hunters」 (KPop Demon Hunters) · 크리스 파파바실리우 (Chris Pappavaselio) · 2025
1. 버라이어티의 피터 디브루지는 이 영화를 “놀라울 정도로 기발한 충돌”이라 썼다. K팝 걸그룹이 악귀 사냥꾼이라는 설정. 미국 스트리밍 플랫폼 투비에서 선공개된 애니메이션의 감독 크리스 파파바실리우는 한국 아이돌 산업의 문법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오리엔탈리즘 없이 K팝을 해석한 서양인의 시선이 오히려 낯설다.
2. 영화 속 악귀(惡鬼)는 안티 팬의 악성 댓글에서 태어난다. 혐오가 자양분(滋養分)이다. 인디와이어의 표현대로 “네온 사인처럼 자명한 은유”이지만, 영화는 그 상징에 완전히 몰입함으로써 설득력을 얻는다. 악귀 퇴치는 팬덤 정화(淨化)의 메타포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서사를 만든 건 한국인이 아니다. 바깥에서 안을 들여다본 작품이 내부의 병리를 더 선명히 진단하는 경우는 비단 영화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3. K팝이 미국 애니메이션의 소재가 됐다. 문화적 승리인가, 자화상이 타자의 손에 넘어간 것인가. 제작사가 아무리 존경을 표해도 결국 이건 할리우드가 그린 한국이다. 팬덤 독성이 악귀로 형상화된 이 우화는 웃긴 동시에 섬뜩하다. 데뷔 무대를 앞둔 신인 아이돌의 심장이 이렇게 뛰겠구나, 이 영화를 보며 처음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