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비평
마법 없는 아이가 문을 두드릴 때
「엔칸토: 마법의 세계」 (Encanto) · 바이런 하워드, 자레드 부시 (Byron Howard, Jared Bush) · 2021
바이런 하워드와 자레드 부시 감독은 전작에서 동물들의 도시를 설계하며 편견과 관료제를 다뤘다. 스테파니 베아트리즈가 목소리를 맡은 <엔칸토: 마법의 세계>는 그 상상력을 한 대가족의 저택 안으로 밀어 넣는다. 마드리갈 가문 모두가 마법의 선물을 받은 콜롬비아의 마을에서, 유일하게 평범한 소녀 미라벨이 균열 난 집의 기적을 구하려 나서는 이야기다. 화려한 색채와 리듬이 영화 전체를 감싸지만, 그 밝음 아래로 가족 구성원 각자의 피로와 상처가 흘러나온다.
흥미로운 것은 이 영화가 히어로 서사의 관성을 따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라벨에게 필요한 것은 악당을 물리치는 일이 아니라, 가족이 대대로 눌러 온 침묵의 기억과 맞닥뜨리는 일이다. 등장인물 중 명백한 악인은 없고, 저택을 지키는 마법의 집 카시타조차 금이 가며 슬픔을 표현한다. 미국의 한 영화 전문지는 이 영화가 가족의 기대와 세대 간 상처라는 비옥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3막의 해소가 서둘러진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복잡한 갈등은 노래 한 소절과 테이블 대화로 봉합되는데, 그 속도감이 감동을 앞서가는 지점이다.
린-마누엘 미란다가 쓴 곡들은 이러한 균열을 오히려 정확하게 노출한다. 초인적인 힘을 지닌 루이사는 자신의 넘버에서 무너질 듯한 피로를 고백하고, 모르는 척 넘어가던 삼촌 브루노의 존재는 가족이 애써 지워 온 기억을 폭로한다. 노래가 서사를 대체하는 장면이 많아 캐릭터의 감정 전환이 가사에 기대는 측면은 있지만, 컬럼비아 음악 특유의 리듬과 브로드웨이 문법이 결합한 완성도는 최근 디즈니 뮤지컬 가운데 가장 일관적이다.
주목할 것은 이 영화가 ‘재능’에 대해 던지는 질문이다. 마드리갈 가문의 정체성은 곧 그들의 기적이며, 그 기적은 구성원 각자의 재능과 성취로 유지된다. 꽃을 피우는 능력, 뛰어난 청각, 완벽한 미모는 곧 가문의 존재 이유가 된다. 그런 점에서 미라벨의 결핍은 단순한 콤플렉스가 아니라, 가족이라는 공동체가 쓸모 있는 개인을 어떻게 편입시키는지를 드러내는 실질적인 균열이다. 영국의 한 일간지는 모계 권위가 때로 억압적일 수 있음을 솔직하게 들여다본 점이 돋보인다고 평가했다. 디즈니가 오랫동안 매끈하게 봉합해 온 ‘우리는 하나’라는 명제에 조심스럽게 금을 낸 셈이다.
사회를 향한 점프는 가볍게 둔다. 재능과 성취, 칭찬과 인정으로 자신을 증명해야 한다는 강박은 마드리갈 가문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마법 같은 능력은 없지만, 가족에게서 온전한 이름을 얻기 위해 무언가를 잘해 보여야 한다는 압력은 많은 가정의 평범한 일상 속에도 존재한다. <엔칸토>는 그 압력을 마법 판타지로 증폭하되, 결국 회복의 열쇠는 특별한 재능이 아니라 서로의 부족함을 보는 시선에 있음을 조용히 말한다.
다만 그 결론이 지나치게 예정된 화해로 향하는 것은 아쉽다. 들춰낸 무거운 질문에 비해 치유의 방식은 다소 명랑하고, 어두운 상처를 더 깊이 끌어안았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런 한계를 꼬집다 보니, 가족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글을 쓰는 나 역시 분석 틀에 갇힌 채 진짜 마음을 지나쳐 온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영화가 가족의 금을 보여주는 동안, 나는 노트북 화면 위로 또 하나의 문장을 두드릴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