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비평

사랑의 기술, 아니 사랑의 기예 — Olivia Dean

「The Art of Loving」 · Olivia Dean · Island Records · 2025 · 스트리밍 ↗

The Art of Loving - Olivia Dean 음반 표지
Olivia Dean — 「The Art of Loving」 (2025) 표지 © iTunes / 레이블

2집 증후군 따위는 없었다

올리비아 딘은 과대평가되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과대평가되었다고 믿었다. 나 자신이. 2023년 데뷔작 〈Messy〉를 처음 들었을 때 이렇게 생각했다. “영국 매체들이 또 자국 뮤지션 밀어주기 시작했군.” 속 좁은 편견이었다. 그 앨범은 정말로 좋았고, 나는 한 해 내내 재생 버튼을 눌렀다. 내 귀는 내 머리보다 정직했던 셈이다.

2집 〈The Art of Loving〉이 나왔다. 결론부터 말한다. 이번엔 머리도 동의한다. 그녀는 진짜다.

사데 이후, 코린 베일리 래 이후

영국 팝 비평가들은 올리비아 딘의 음악을 설명할 때 사데(Sade)와 코린 베일리 래(Corinne Bailey Rae)를 즐겨 언급한다. 〈피치포크〉의 캣 장이 이번 앨범 리뷰에서도 두 이름을 꺼냈다. 틀린 비유는 아니다. 런던 재즈 신에서 출발한 올리비아 딘의 화성적 세련됨, 풍성한 스트링 편곡, 그리고 무엇보다 과잉 없이 감정을 전달하는 보컬 운용법은 분명 그 계보 위에 있다. 그러나 여기서 멈추면 핵심을 놓친다.

올리비아 딘이 선배들과 다른 점은 ‘자기 비하(自己卑下)‘의 기술이다. 그녀는 청자의 심장을 후벼 파는 디테일을 던진 직후, 자조적인 한 마디로 분위기를 뒤집는다. 비극 한복판에 유머를 끼워 넣는 이 감각은 요즘 세대의 것이다. 슬픔에 지나치게 취하지 않으려는, 그래서 오히려 더 슬픈 방어기제. 나는 이 앨범을 들으며 몇 번이고 웃다가 멈칫했다.

부르지 않는 것의 힘

〈모조(Mojo)〉의 짐 어빈은 올리비아 딘의 보컬을 두고 “부르지 않는 것이 부르는 것만큼 중요하다”고 썼다. 정곡이다. 이 앨범에서 가장 인상적인 순간들은 그녀가 ‘안’ 부르는 지점에서 온다. 멜로디가 폭발할 법한 대목에서 목소리를 거둬들이고, 침묵이 감정을 대신 운반하게 둔다. 절제와 억제(抑制), 이 두 단어가 동의어가 아님을 증명하는 보컬리스트다. 참는 게 아니라 선택하는 것이다.

열두 곡으로 구성된 앨범은 노던 소울 풍의 경쾌한 트랙부터 피아노 발라드, 그루브 넘치는 곡까지 폭이 넓다. 그런데 산만하지 않다. 모든 곡이 ‘올리비아 딘’이라는 하나의 인격으로 통합된다. 빈티지 모타운, 90년대 R&B, 인디 팝의 영향이 뒤섞여 있지만 짬뽕 맛이 나지 않는다. 이게 쉬운 일인가? 전혀 아니다. 나는 온갖 레퍼런스를 끌어다 놓고 정체성을 잃어버린 앨범들을 셀 수 없이 많이 들어왔다.

물론 완벽하진 않다. 중반부 몇 곡은 프로듀싱이 과해서 올리비아 딘의 직접성을 가리는 느낌이 있다. 스트링과 전자음이 목소리를 받쳐주는 게 아니라 경쟁하는 순간들이다. 그러나 이건 앨범 전체를 흔들 정도의 결점은 아니다. 오히려 다음 앨범에서 조율될 지점이라는 기대를 품게 한다.

사랑의 기술이라는 제목에 대하여

앨범 제목 〈The Art of Loving〉은 에리히 프롬의 유명한 책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올리비아 딘은 가르치려 들지 않는다. 대신 사랑이 얼마나 복잡하고 엉망진창인지를 솔직하게 펼쳐 보인다. 사랑의 시작, 유지, 때때로 찾아오는 실패. 이 모든 과정을 특유의 구체적 관찰과 위트로 풀어낸다. 교본이 아니라 일기장에 가깝다.

〈피치포크〉는 이 앨범에 대해 “사랑도, 예술도, 연습과 인내와 아름답게 실패할 용기를 필요로 한다”고 썼다. 나는 여기에 한 문장을 덧붙이고 싶다. 요즘 세상은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다. 연애도, 커리어도, 인간관계도 ‘최적화’를 요구받는다. 효율적으로 사랑하고, 효율적으로 이별하라. 시간 낭비 말고. 손익 계산 확실히 하고.

그런 세상에서 올리비아 딘은 노래한다. 실패해도 괜찮다고. 엉망이어도 된다고. 그게 사랑의 기예(技藝)라고. 사랑을 ‘잘’하려고 안달하는 시대에, 이 앨범은 차라리 ‘못해도’ 괜찮다는 위로다. 물론 나는 연애도 글도 못하는 인간이라 이런 말 할 자격이 있나 싶긴 하다.

앨범 마지막 곡이 끝나고 나면 묘한 기분이 든다. 당장 누군가에게 전화하고 싶은, 그런 충동. 그 충동을 참지 못하고 행동으로 옮긴 사람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 어쩌면 그게 팝 음악이 할 수 있는 최선일지도 모른다. 듣는 이를 움직이게 만드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