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비평
개가 이긴다 — Sabrina Carpenter
「Man’s Best Friend」 · Sabrina Carpenter · Island Records · 2025 · 스트리밍 ↗
1
개 앨범이다. 농담 아니다. 사브리나 카펜터의 신보 〈Man’s Best Friend〉는 처음부터 끝까지 개를 소재로 삼는다. 충성, 길들여짐, 복종, 그리고 반항. 이걸로 팝 앨범 한 장을 채우겠다고? 솔직히 “망하겠다” 싶었다. 콘셉트 앨범의 무덤은 언제나 ‘과잉’이고, 이건 그 과잉의 정점처럼 보였으니까.
그런데 작동해요. 기가 막히게.
피치포크의 캣 장은 카펜터를 두고 “팝에서 가장 날카로운 코미디 보이스”라 썼다. 동의한다. 그녀는 진지함과 아이러니를 동시에 굴릴 줄 아는 희귀한 재능이다. 타이틀곡의 투박한 신스 베이스 위로 나른하게 읊조리는 목소리. 클리셰를 비틀어 자기 것으로 만드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2
앨범의 절반은 빛나고, 나머지 절반은 숨을 고른다. 잭 안토노프가 프로듀싱한 ‘Loyalty’와 ‘Good Boy’는 따뜻하지만, 정작 귀가 번쩍 뜨이는 건 신진 프로듀서들과 작업한 곡들이다. ‘Fetch’는 2000년대 팝록 기타를 끌어와 스포큰워드 브릿지로 연결하고, ‘Pavlov’s Heart’는 조건반사와 연애 기대감을 엮은 은유(隱喩)로 승부한다.
‘Stray’에서 카펜터는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다”는 감정을 개 은유에 실어 부른다. 놀랍게도 진심이 느껴진다. ‘Good Girl’은 그 “착한 여자” 프레임을 으르렁거리며 되찾고, 돌리 파튼과 듀엣한 ‘Old Tricks’은 세대를 가로지르는 우아함이 있다. 포스트 말론과의 ‘Pound for Pound’에선 둘 다 장난기를 숨기지 않는다.
물론 전부 성공한 건 아니다. ‘Belly Rubs’는 은유의 한계를 넘었고, 중반부 몇 곡은 B사이드 냄새가 풀풀 난다. 내가 콘셉트 앨범을 경계하는 이유가 바로 이거다. 비유가 무너지면 전체가 흔들린다.
3
그럼에도 〈Man’s Best Friend〉는 재미있고, 가끔 뭉클하며, 꾸준히 흥미롭다. 클로저 ‘Home’은 피아노와 목소리만으로 정착의 의미를 묻는다. 디즈니 채널 출신이 여기까지 왔다. 회의론자들을 전부 설득하진 못할 테지만, 믿는 자들에게 이건 또 하나의 만족스러운 챕터다. 나? 처음엔 좀 깔봤다. 반성해요.
영화 〈업〉의 대사가 떠오른다. “다람쥐!(Squirrel!)” 모든 걸 멈추게 만드는 한마디. 사브리나 카펜터의 앨범도 그렇다. 개라는 가장 엉뚱한 소재로 시작해, 당신의 스크롤을 멈추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