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비평
새의 문법을 해독한 사나이 — 나에게는 새의 말이 들린다
「나에게는 새의 말이 들린다」 (私、鳥の言葉がわかるんです (Watashi, Tori no Kotoba ga Wakarundesu)) · 스즈키 도시타카 (鈴木俊貴, Suzuki Toshitaka) · 옮긴이 김소연 · 오팬하우스 · 2021
스즈키 도시타카는 나가노현 산림에서 20년을 보냈다. 새벽 4시, 아직 어두운 숲에 도착해 박새의 울음을 녹음한다. 수천 개의 음성 파일을 분석하고, 실패한 가설을 폐기하고 또 폐기한다. 교토대학의 이 행동생태학자는 동료들의 회의 속에서도 하나의 물음을 놓지 않았다. 새의 지저귐은 본능적 신호에 그치는가, 아니면 문법(文法)을 가진 언어인가. 책 ‘나에게는 새의 말이 들린다’는 그 20년의 기록이다.
조합 의미론의 증거
박새는 작고 흔한 새다. 그러나 스즈키의 연구는 이 평범한 조류가 비범한 능력을 지녔음을 보여준다.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된 그의 논문에 따르면, 박새는 개별 음소를 조합해 새로운 의미를 생성한다. ‘위에서 포식자가 접근한다’와 ‘경계하며 집합하라’는 별개의 울음이고, 같은 요소의 배열을 바꾸면 전달 내용이 달라진다. 유한한 요소로 무한한 의미를 만드는 능력—언어학에서는 이를 조합 의미론이라 부른다. 인간 언어의 핵심 특성으로 간주되던 이 능력이 작은 새에게서 발견된 것이다.
야생이라는 실험실
이 연구의 방법론이 흥미롭다. 스즈키는 인공 환경에 갇힌 새가 아니라 야생의 박새를 대상으로 삼았다. 녹음된 울음을 재생해 새들의 반응을 관찰하는 ‘플레이백 실험’을 고안했고, 새들이 소리의 음향적 특성이 아닌 의미적 내용에 반응함을 입증했다. 뱀을 경고하는 울음에는 땅을 살피고, 매를 경고하는 울음에는 하늘을 올려다본다.
새의 언어를 연구하려면 새의 시간을 살아야 한다. 스즈키는 계절(季節)의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울음의 패턴을 기록하고, 번식기와 월동기의 소통 방식이 어떻게 다른지 추적했다. 이 책은 과학서인 동시에 현장 일지다. 수많은 새벽의 고독과 패턴이 드러나는 순간의 희열이 교차한다.
언어의 기원을 다시 묻다
옥스퍼드대 조류학자 팀 버크헤드는 “동물에게 언어가 있는가”라는 물음이 아리스토텔레스 이후 지속되어 왔다고 썼다. 스즈키의 연구는 이 오랜 논쟁에 새로운 증거를 제출한다. 만약 조합적 통사법(統辭法)이 새와 인간에게 독립적으로 진화했다면, 언어란 인간만의 기적이 아니라 복잡한 소통 문제에 대한 일반적 해법일 수 있다.
물론 신중해야 한다. 새의 울음에서 문법을 읽어내는 일과 그 새가 ‘의도’를 가졌다고 단정하는 일 사이에는 간극이 있다. 스즈키는 이 어려움을 회피하지 않는다. 의도성을 증명하기란 비인간 종에게서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인정하면서도, 조건 반응 이상의 무언가가 있음을 조심스럽게 주장한다.
숲에서 돌아온 질문
이 책을 읽고 나면 새 울음소리가 다르게 들린다—라고 쓰면 상투적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들리지 않던 것이 들린다. 아침 창가의 지저귐 속에 구문이 있고 어순이 있다는 사실, 그 조합이 누군가에게는 생사를 가르는 정보라는 사실이 의식된다.
스즈키는 서문에서 “나는 새의 말을 듣는다”라고 썼다. 20년 전 그는 아무것도 듣지 못했다. 지금은 듣는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듣지 못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