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비평

목소리가 떨릴 때 — 가라오케 가자!

「가라오케 가자!」 (カラオケ行こ! (Karaoke Iko! / Let's Go Karaoke!)) · 와야마 야마 / 和山やま (Wayama Yama) · 옮긴이 현승희 · 문학동네 · 2020

가라오케 가자! 표지
「가라오케 가자!」 (2020) 표지 © Open Library / 출판사

1.

무대 위에서 목소리가 떨리는 건 어떤 종류의 공포인가. 판단받을 것에 대한 두려움인가, 아니면 자신의 한계가 드러날 것에 대한 공포인가. 와야마 야마의 『가라오케 가자!』는 그 질문을 가장 황당한 설정 속에서 던진다. 야쿠자 조직원 나리타가 합창부 부장 사토미를 노래방으로 납치한다. 범죄의 서막인가. 아니다. 보컬 레슨 요청이다. 나리타는 조직 내 노래방 대회에서 꼴찌를 면하려고 열네 살짜리 중학생에게 무릎을 꿇다시피 도움을 구한다. 우습다. 황당하다. 그러나 작가는 이 황당함을 농담으로 치워버리지 않는다. 끝까지 진지하게 밀고 나간다. 가장 우스운 전제를 가장 성실하게 다루면 무엇이 일어나는가. 코미디가 고백이 되고, 부조리가 진실이 된다.

2.

나리타가 연습하려는 곡은 X재팬의 ‘紅’이다. 격정적 감정선과 고음역을 요구하는 이 곡을 선택한 것 자체가 패착(敗着)이지만, 그는 물러서지 않는다. 야쿠자 세계에서 노래를 못한다는 것은 단순한 창피가 아니다. 위계(位階) 안에서 약자로 낙인찍히는 일이다. 강해 보여야 살아남는 세계. 약점을 드러내는 순간 무너지는 가면. 그런데 나리타는 그 위험을 무릅쓴다. 허세의 갑옷을 벗고 중학생 앞에 취약한 얼굴을 내민다. 사토미 역시 자신만의 싸움 중이다. 합창부 활동이 끝나가는 시점, 목소리 외에 자신에게 무엇이 남을지 알 수 없다. 그 불안이 두렵다. 좁은 노래방 부스 안에서 둘은 서로의 두려움을 마주한다. 서로를 웃기면서, 동시에 서로의 공포를 안는다. 이 만화가 일본에서 극장판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졌을 때 관객이 울었다. 웃다가 울었다. 그것이 이 작품의 힘이다.

3.

와야마 야마의 선은 깔끔하고 절제되어 있다. 과장이 없어도 표정의 미세한 떨림을 포착한다. 나리타가 마이크를 잡을 때마다 허세와 두려움 사이에서 진동하는 얼굴이 보인다. 이 얼굴 앞에서 묻게 된다. 당신은 누구 앞에서 목소리를 떨어본 적 있는가. 취약해지는 것이 두려워서 평생 숨긴 것들이 있는가. 우리는 강해 보여야 한다고 배운다. 무너지면 안 된다고 듣는다. 그래서 부스 문을 닫고 혼자 부른다. 혹은 끝내 부르지 못한다. 이 만화는 그 닫힌 부스 안으로 독자를 데려간다. 가장 바보 같은 노래를 가장 진지하게 불러도 괜찮다고, 그렇게 할 수 있는 누군가가 필요하다고 말하면서. 당신에게도 그런 부스가 필요하지 않은가. 그 안에서 당신의 취약함을 받아줄 누군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