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비평

이타카는 지도에 없으니

「오뒷세이아 (알라딘 리커버 특별판)」 (Odyssey (Ὀδύσσεια)) · 호메로스 (Homer / Ὅμηρος) · 옮긴이 천병희 · 숲 · -800

궁전 대청에는 낮술이 어지럽다. 구혼자들이 떠들고, 왕비는 낮에 짠 천을 밤이면 다시 푼다. 왕은 없다. 호메로스는 주인공의 얼굴 대신 빈 왕좌를 먼저 보여준다. 메리 비어드는 이 서사시를 ‘해독할 텍스트가 아니라 거주할 경험’이라 불렀다. 삼천 년 전 청중도 지금의 우리도 이 빈자리에서 이야기를 연다.

오뒷세이아는 모험이 아니라 그 이후의 시다. 트로이는 불탔다. 귀환은 도착이 아니라 또 한 번의 파괴다. 오디세우스는 영웅이라기보다 견디는 자다. 다니엘 멘델손이 지적하듯, 그는 자존심을 책략에 굴복시켰기에 살아남았다. 문간에서 거지로 얻어맞으며 다급해하지 않는다. 힘이 아니라 지연이 이 시의 미덕이다. 그 시간 속에 기억과 망각이 서려 있다.

페넬로페는 남편의 거울이다. 남자가 바다에서 정체를 숨긴다면, 여자는 베틀에서 시간을 속인다. 침대 기둥을 시험하는 재회는 칼보다 날카롭다. 이십 년 만에 서로를 속이지 않는 순간, 오뒷세이아의 귀향은 지리적 이동이 아니라 자기 서사의 재조립임이 드러난다.

그러나 이 귀향 서사에는 잔인한 장면이 붙어 있다. 구혼자들의 학살, 노예 여인들의 교수형. 시는 승리를 축하하지 않는다. 마지막 책에서 유혈의 위협은 신들의 개입으로 간신히 멎는다. 전쟁은 끝났지만 돌아온 이는 전쟁을 계속한다. 국경을 넘는 난민의 기록이 그렇듯, 진실과 기만의 경계에서 귀향은 폭력의 연장이 된다.

오뒷세이아는 집에 닿는다. 그러나 그 집은 예전의 집이 아니다. 나도 이따금 이타카를 묻지 않고 돌아온 적이 있다. 거듭 번역되는 동안에도 이 시가 낡지 않는 것은 귀향의 불가능성을 정직하게 쓰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묻는다. 당신이 돌아가고 싶은 집은, 지금도 당신을 알아보는가.